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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에 “로리 파티”를 열겠다는 게임회사 이벤트

  • 입력 2018.05.04 16:16
  • 수정 2018.06.05 17:07
  • 기자명 한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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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마다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공휴일 어린이날에는 사실 아주 깊은 수준의 인권의식이 담겨 있다. 원래 어린이를 가리키는 단어는 어른의 대칭어인 아이뿐이었다. 소파 방정환 선생이 미성년 시민을 독립적인 인격체로 대우하기 위해 어린 사람이라는 뜻의 용어 어린이를 직접 창시했고, 1923년엔 그 어린이를 사회적으로 존중하자는 취지에서 어린이날도 제정했다.

즉 어린이날은 어린이들의 현실을 개선하자는 인권의식이 발로된 결과물이다. 물론 어린이날을 기념하는 우리의 모습이 인권 투쟁이나 선언과 같은 치열한 모양새는 아니다만,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과 선물을 전하는 날이라는 정도의 모습으로 어린이날의 본질은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이 어린이날에, 일부 어른들이 로리 파티따위의 (로리콘의 그 로리가 맞다) 기념행사를 열면 어떨까? 헐벗은 여자 어린이들의 그림을 올려놓고, 아동 성애(더 정확히는 아동 성착취)가 연상되는 드립에 낄낄대고 있다면?

게임 <언리쉬드>가 어린이날 이벤트 공지에 첨부한 일러스트엔 성적 대상화된 여성 아동들이 등장한다. ⓒ언리쉬드 홈페이지

일단 괘씸한 감정부터 치고 올라올 만한 이 일은 20185월에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한 게임회사의 이벤트 이야기다. 성인 온라인 게임 <언리쉬드>는 최근 게임 내 어린이날 이벤트를 공지하며 노출을 강조하는 등 성적으로 대상화된 어린 여성 캐릭터들을 대거 업로드했다. 어린이들을 아끼는 언리쉬드 답게, 올해도 역시 어린이날을 기념하는 녹스들이 등장했다는 설명과 함께다.

로리 파티라는 문구는 과장이 아니다. <언리쉬드>2017, 2016년에도 이번과 비슷한 (성적 대상화된 어린 여자 캐릭터를 내세우는) 어린이날 기념 이벤트를 실시했는데, 로리 파티는 2017년 어린이날 공지에 실제로 포함된 표현이다. 언린이날 로리파티!!”라는 문구와 함께 업로드된 일러스트엔 가슴이나 하체 등 특정 부위를 강조해 놓은 어린 여성 캐릭터들이 그려져 있다.

ⓒ언리쉬드 홈페이지

2016년의 어린이날 이벤트는 더 심했다. <언리쉬드>2016년 어린이날 이벤트 공지엔 비슷한 류의 노출 캐릭터 일러스트 아래에 세 명의 남성 캐릭터 그림이 덧붙여져 있었는데, 여기엔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아이들을 어른으로 만들어 주실 전문가분들을 초빙했다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트위터에선 이 남성 캐릭터들이 아동 성폭행을 소재로 한 포르노 만화를 패러디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첨부된 남성 캐릭터 중 하나는 뜬금없이 방사능 측정기를 들고 있는데, 실제로 측정기로 여성 캐릭터를 기절시키고 성범죄를 저지르는 내용의 유명 포르노 만화(일본)가 있어 <언리쉬드> 측이 이를 패러디했다는 이야기다.

ⓒ언리쉬드 홈페이지

2017년 당시 로리파티라는 충격적인 문구와 함께 쓰인 언린이날이란 표현은 게임 이름(언리쉬드)과 어린이날을 합성하여 패러디한 단어로 보인다. 이 단어에서 <언리쉬드>측의 의도가 확연히 드러난다.

성인등급 게임인 <언리쉬드>는 애초에 아동 여성 캐릭터의 성적 대상화를 하나의 상업전략으로 사용해왔다. 게임에 등장하는 일러스트 일부엔 어떻게 봐도 어린이로 보이는 여자 캐릭터들이 심한 수준의 노출 상태로 그려져 있다.

블라인드 처리된 부분에는 가슴 등 성적인 부위들이 소량의 방해물로 가려지게 표현되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캐릭터들이 취하는 표정이나 제스처들도 성적인 연상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수준. 아예 성행위가 연상되는 대사나, 신음소리 등이 게임 옵션으로 들어가 있기도 하다. 야릇한 표정의 여성 캐릭터가 발화하는 "먹을 거야?" "아우우... 녹아버립니다" 등의 대사는 분명하게 성관계를 암시하고 있다.

결국, 이전부터 <언리쉬드>의 제작진과 이용자 사이에선 여성 아동에 대한 성적 대상화가 (소위 로리콘이라 부르는) 게임의 당연한 컨셉이었다는 말이다. “언린이날이라는 문구에선 이러한 자신들만의 문화 내에서 어린이날을 이용하겠다는 (오락으로서든 상업으로서든) 의도가 읽힌다.

현재 논란엔 두 가지 문제가 혼재되어 있다. 하나는 <언리쉬드>가 거리낌 없이 제시해온 소아성애 코드에 대한 문제고, 다른 하나는 다른 날도 아닌 어린이날마다 소아성애, 아동 성폭행 등을 연상시키는 홍보 포스터를 내걸었다는 점에 대한 비윤리 문제다.

언리쉬드의 아동성애 컨셉은 전부터 논란이 됐다. 그림에서 '구미'는 왼쪽의 유아 여성.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전자의 경우 일부 유저들이 애초 <언리쉬드>가 성인 등급 게임이라는 사실, 그리고 가상의 작품을 현실의 문제와 직접 연결할 수는 없다는 주장을 들어 해당 게임에 대한 비판을 반박한다. 그러나 성인 등급의 게임이라도 아동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넘어서 성폭력을 암시하기까지 하는 재현 방식이 윤리적으로 정당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특히 해당 게임은 음지화된 형태의 포르노 콘텐츠가 아닌 대중문화콘텐츠의 일종이다. 선전성의 수위에 대해서는 우선 게임물관리위원회 등 관련 기관의 판단이 필요하겠지만, 여성/아동 등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폭력적인 재현 방식이 어느 정도까지 허용될 수 있을지 콘텐츠 수용자들 사이에서도 논의가 이루어짐이 당연하다.

게임 내의 대사는 지나치게 노골적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어린이날과 관련된 후자의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상 윤리적 비판을 피할 겨를이 없다. 소아성애를 비롯한 아동에 대한 성적 착취의 문제는 현대 사회 어린이들이 실제 마주하고 있는 심각한 아동 인권 문제다. 그를 조롱이라도 하듯 아동 인권을 위한 어린이날에 아동에 대한 성적 착취를 연상시키는 이벤트를 열어온 <언리쉬드> 측엔 사과와 정정의 책임이 있다.

현재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언리쉬드 갤러리에는 <언리쉬드> 측 운영자로 지목되는 사람이 한두 번도 아니고, 워낙 감각이 무뎌져서 저런 거(비판)에 일일이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게시물을 올려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수정된 공지사항은 이런 식이다. ⓒ언리쉬드 홈페이지

<언리쉬드> 측은 이벤트 공지를 일부 수정했지만, 수정된 일러스트는 원본 일러스트에 앙증맞은 그림을 몇 개 추가시켜 문제가 되는 부위를 가리는 수준에 그쳤다. <언리쉬드>를 비판하는 네티즌 사이에선 이 또한 문제의식에 공감하지 못하고 비판자들을 오히려 조롱하는 처사가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직썰 에디터 한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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