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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큰 자녀들과 휴가를 떠나는 베이비붐 세대 부모들

  • 입력 2018.05.04 15:40
  • 수정 2018.06.05 17:05
  • 기자명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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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금을 내느라 진 빚에 치솟는 집값 때문에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이들은 경제적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독립한 뒤에는 부모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는 일이 흔치 않은 서구인데도 말이죠. 영국에서는 부모들이 자식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해주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가디언>은 이러한 부모의 지원에 ‘가족여행’이라는 새로운 추세가 보태졌다고 분석했습니다. 2016년, 여행 업계는 20대가 된 다 큰 자녀들과 함께 휴가를 떠나는 부모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경비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부모가 부담합니다.

Periódico am

베이비붐 세대 부모들은 자신의 지갑은 상대적으로 여전히 두둑한 데 반해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는데도 학자금 빚에 취업난 등 이중고를 겪으며 저축은 꿈도 못 꾸는 자식들을 보며 일종의 부채 의식을 느끼는 듯합니다.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며 일하다 은퇴하자마자 연금이 나오는 부모 세대는 전반적으로 오른 집값의 혜택을 보기도 했죠. 부모들이 다 큰 자식들을 데리고 함께 떠나는 가족여행을 일컫는 신조어 ‘제너베케이션(genervacation)’도 생겨났습니다.

2015년 4월부터 영국에서는 국민연금 지급 규정이 바뀌어 55세 이상 가입자들은 지급금의 25%를 일시불로 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세금도 붙지 않아 대상자 대부분 이 연금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행 컨설팅 업체 수크 리스폰스(Souk Response)가 진행한 조사 결과를 보면, 연금을 앞당겨 받는 사람들의 3/4은 그 돈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이 가운데 적지 않은 이들이 거금을 주고 오래, 멀리 여행을 떠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부부끼리만 가는 것이 아니라 다 큰 자식들을 데리고 떠나는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대학생 혹은 대학을 갓 졸업한 자녀들 뿐 아니라 20대 후반, 30대 초반 자녀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부모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는 앞으로 여행업계가 풍족한 연금으로 생활하는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만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실버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분석했던 전문가들을 머쓱하게 할 정도입니다.

“여행 시장 전체의 지형이 복잡해지는 모습입니다. 다 큰 자식들과 함께 휴가를 보내는 부모들이 늘어나는 추세가 뚜렷해요. 여전히 여행사들에게 가장 확실한 고객은 자식이 없는 맞벌이 부부들이긴 해요. 자식이 다 커서 독립했거나 아직 아이를 낳지 않은 젊은 부부들 모두 해당하죠.

그런데 부모로부터 독립하고도 좀처럼 경제적으로 자리를 잡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부모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데 예전처럼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있죠. 여행사들은 이 점을 적절히 공략해야 합니다. ‘고즈넉한 시골 별장에서의 힐링여행’ 같은 컨셉은 60대에게는 매력적일지 몰라도 젊은이들에게는 안 먹힐 테니까요.”

수크 리스폰스의 후 윌리암스(Huw Williams)의 말입니다.

사회문화적 변화와 인구 구조의 변화도 여행의 풍속도를 바꾸는 데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예를 들어 2012년에 결혼한 여성 가운데 25세 이하는 14%였습니다. 1960년대에는 결혼한 여성의 76%가 25세 이하였습니다. 아이를 낳는 여성의 평균 연령도 30대 초반입니다.

젊은이들이 부모가 되는 시기는 점점 늦춰졌고, 그사이에 은퇴하는 부모 세대와는 교류가 많아졌습니다. 다른 세대가 함께 여행을 떠나도 어색하지 않아진 것이죠. 또한, 평균 연령이 높아지면서 부모 세대가 여행을 다닐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건강한 점도 중요한 변화입니다.

다만 정서적인 교감은 늘어났지만, 경제적인 여건의 차이는 오히려 벌어졌습니다. 즉, 부모 세대는 비교적 풍족한 연금이 나오고 집값이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자산 가치가 늘어났습니다. 반면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안 그래도 학자금 빚에 허덕이는 젊은이들에게 내 집 마련이 더욱더 힘겨워졌다는 뜻입니다. 그 결과 젊은이들이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기간이 평균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수크 리스폰스의 조사 결과를 보면, 자식들을 데리고 함께 휴가를 떠나자고 제안하는 쪽은 대개 엄마보다 아빠들이라고 합니다. 윌리엄스는 아빠들이 일종의 도의적 책임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해외 여행을 계획하는 50대, 60대 부부들이 많은데, 이들이 자기들만 즐기고 오는 걸 어떤 의미에서 자식들에게 굉장히 미안해하는 거죠. 자식들은 그럴 여유가 없는 걸 뻔히 알고 있으니까요.”

광고 제작 일을 하는 앤디 임리(Andy Imrie) 씨는 최근 베트남과 발리로 3주 동안 휴가를 다녀 왔습니다. 아내 티나와 각각 19살, 17살 된 딸 둘과 함께였죠. 임리 씨는 가족 여행이 무척 만족스러웠다고 말했습니다.

“가족 여행이라고 부를 만한 여행을 못 가본 지 한 2년은 됐었거든요. 언젠가부터 딸들은 자기들끼리 다니는 걸 더 좋아했으니까요. 그러다가 엄마, 아빠가 베트남에 갈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더니 딸들도 가고 싶다는 거예요. 그래서 함께 여행을 갔는데 정말 좋았어요. 꼭 내 딸이 아니라도 여행을 같이 갔으면 했을 만큼 정말 편했어요. 아이들도 저희를 뭐랄까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바라봐준다고 할까요? 서로를 더 이해하면서도 즐길 수 있었어요. 정말 좋았죠.

이제 저희 부부는 다음번 여행은 중국을 갈 생각이라며 계속 또 딸들을 보채고 있어요. 아이들도 또 같이 가겠다고 하고요. 이번에도 여행 경비는 우리가 부담해야죠.”

임리 씨는 여행을 가서 꼭 각자 즐길 거리를 마련하면서도 다 같이 어울리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번 여행은 정말 아이들이 어렸을 때 데리고 갔던 여행만큼이나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원문 기사: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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