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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용두사미로 끝나버린 ‘검찰 내 성추행’ 수사

  • 입력 2018.04.27 16:32
  • 수정 2018.06.05 15:59
  • 기자명 한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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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9일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추행폭로는 검찰 내부의 성폭력과 부조리를 드러내는 동시에 성폭력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을 뒤흔들며 2018년 한국 미투 운동의 진원지가 됐다.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검찰 내 성추행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 ⓒJTBC

이후 검찰은 검찰 성추행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을 출범하며 “검찰 문화를 뿌리째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86일 동안 (서 검사가 폭로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성추행 사건을 포함한 검찰 내부의 성폭력 사건들과 인사 불이익 등 2차 가해 정황을 조사한 조사단은 지난 26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활동을 마무리했다.

결과로 조사단은 안태근 전 검사장을 포함한 전, 현직 검사 및 수사관 등 7명을 재판에 넘겼고, 성범죄 피해자의 진술권 확보와 2차 피해 방지 등을 골자로 한 제도 개선책도 제안했다.

그러면 모든 게 잘 마무리된 걸까? 그렇지만은 않은 듯하다. 아니, 사실은 조사단 출범의 이유였던 서지현 검사 측부터가 조사단의 결과 발표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조사단 ⓒ한국일보

"수사 의지, 능력, 공정성 결여된 3 조사단"

26일 서지현 검사의 대리인단은 조사단의 결과 발표에 입장문을 냈는데, 입장문의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3 조사단이라는 평가였다. 대리인단은 조사단의 수사가 예상했던 대로, 검찰 보호를 위한 수사였다며 처음부터 수사 의지, 능력, 공정성이 결여된 3 조사단을 구성해 부실 수사를 자초했다고 밝혔다.

핵심적인 문제는 서지현 검사의 인사 불이익 등 ‘2차 가해문제였다. 조사단은 인사 불이익과 관련한 안 전 검사장의 구체적인 지시 사항이나 관련 진술을 확보하지 못했다. 결국 물증이 부족해 다시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가려야 할 상황이다.

이에 대해 서 검사 대리인단은 조사단이 처음부터 안 전 검사장의 인사 불이익 등 2차 가해 항목에 대해선 수사할 의지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조희진 조사단장 ⓒ동아일보

조희진 조사단장의 자격 여부부터가 문제였다. 조 단장은 과거 서지현 검사의 인사 불이익 문제가 관련된 2014년 사무감사 결과를 결재한 이력이 있다. 26<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대리인단은 오히려 조 단장이 조사 대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추행 조사단이라는 조사단의 명칭도 문제가 됐는데, 조사 목표를 명시해야 할 조사단 명칭부터 그 범위가 성추행 조사만으로 한정된 만큼, 조사단이 가해자의 직권남용엔 무관심하고, 성추행 부분만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수사의 속도와 조사단 멤버 구성도 의지 부족의 증거로 제시됐다. 증거 인멸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들을 조사단에 배치해 신속한 압수수색 등을 진행해야 했는데, ”이를 잘 알고 있는 검찰이 성폭력 블랙벨트 검사 등 성폭력 여검사 위주로 조사단을 구성한 것은 성추행 이외 부분에는 수사 의지가 없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게 대리인단의 주장이다.

조사단이 오히려 2차 가해에 앞장섰다

문제는 또 있다. 폭로 이후 서 검사가 직면한 피해자 비난하기류의 2차 피해에 관련한 일이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129일 서 검사의 폭로 이후, 검찰 내부엔 서 검사가 무리한 인사 요구를 했지만 안 받아들여지자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다는 요지의 2차 가해성 이야기가 나돌았다. 한 부장검사는 서 검사를 가리켜 피해자 코스프레라 지목하는 글을 자신의 SNS에 직접 올리기까지 했다.

지난 24<한겨레>는 조사단이 이러한 2차 가해 사건들에 관한 조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보도했다. 서 검사가 직접 자신을 비난한 부장검사를 명예훼손으로 수사의뢰했지만, 원본 글이 삭제된 데다 주위 검사 중 누구도 증언에 나서지 않아 조사가 진행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검찰 내부에서 다른 사람도 서 검사를 자유롭게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 도는 등 검찰 내 2차 가해적 환경이 여전하다는 소식까지 함께 전했다.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안태근 ⓒ연합뉴스

이에 더해 26일 대리인단은 ”법무부, 검찰 및 조사단은 서 검사의 고발 이후 허위 발표와 온갖 허위사실유포로 피해자를 음해했다며 조사단이 오히려 2차 가해에 앞장섰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조사단은 2010년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 가해 당시 이에 대한 감찰이 진행되지 못했던 이유를 두고 본인(서지현 검사)이 사건이 문제 되는 것을 명백히 반대해서 진행되지 못했던 과정이 1번 있었다고 발표했다. 대리인단은 이를 명백한 허위사실이라 비판하며 서 검사는 당시 검사장을 통해 사과를 받아주겠다는 말을 믿고 기다렸던 것이라 해명했다.

조사단의 위와 같은 발표는 특히 1월 폭로 당시 제가 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는지 주목해달라라 요청했던 서 검사의 입장을 완벽하게 배반하는 태도였다. 검찰 내부의 성폭력 은폐 시도, 폐쇄적인 조직 문화 등을 거론치 않고 피해자의 입장(그나마도 허위사실이라 지적된)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 점은 2차 가해의 혐의를 벗기 힘들다.

이후의 재판 과정이 남아있지만 현재까지의 정황으로 볼 때 검찰 내 성추행 폭로 이후 사건의 진행 과정은 용두사미에 가까워 보인다. 서지현 검사 대리인단은 검찰이 신뢰 회복의 기회를 놓친 데 대해 안타까움과 유감을 표한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안 전 검사장의 성폭력 사건을 비롯해 검찰 내부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온 것으로 알려진 임은정 검사 또한 검찰 내부게시판에 글을 올려 조사단에서 권력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어쩔 수 없이 드러난 몇몇에 대한 최소한의 기소라는 극히 초라한 성적표를 내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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