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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선거 현수막은 합법적인 선거 운동일까?

  • 입력 2018.04.14 10:40
  • 수정 2018.06.05 16:30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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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만 되면 우후죽순처럼 선거 현수막이 게시됩니다. 횡단보도 앞, 사거리, 지하철역 입구 등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에선 어김 없이 선거 현수막을 볼 수 있습니다.

선거 현수막이니 괜찮을 것 같지만,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시행령'(24)에 따라 시, , 구별로 설치한 합법적 게시대를 제외하고 가로수·전봇대·가로등·도로분리대 등에 설치한 현수막은 대부분 불법입니다.

<현수막 이용 선거 운동>

일정한 장소ㆍ시설에 고정 게시하여야 함.

당해 선거구 안의 읍동마다 1

애드벌룬ㆍ네온사인ㆍ형광 그 밖의 전광에 의한 표시의 방법으로 게시 불가

다른 후보자의 현수막이나 「도로교통법」 제2조에 따른 신호기 및 안전표지를 가리는 방법으로는 게시 불가

「도로교통법」제2조에 따른 도로를 가로지르는 방법으로 게시 불가

선거일에 투표소가 설치된 시설의 담장이나 입구 또는 그 안에 내걸리게 하는 방법으로 게시 불가

선거관련 현수막은 정당 현수막, 후보 홍보용 현수막, 투표 독려 현수막 등으로 구분됩니다. 먼저 정당 현수막은 지정된 장소가 아닌 곳에 게시되면 모두 불법입니다.

후보 홍보용 현수막은 당해 선거구 안의 읍, , 동마다 1개만 게시할 수 있습니다. 같은 지역 내에 여러 개의 후보 홍보용 현수막을 내걸면 불법입니다.

투표 독려 현수막은 괜찮을 것 같지만, 이 또한 선관위가 지정한 문구와 절차를 따라야 합니다. 물론 게시 장소도 가로수, 전봇대, 가로등, 도로분리대 등에는 안 됩니다.

불법 현수막은 철거 대상이자 과태료 부여 대상 입니다. 그런데도 불법 현수막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게시자들이 정치적 이유로 철거를 기피한다는 점, 과태료 부과 등의 절차가 복잡하다는 점 등 때문입니다. 그래서 떼면 붙이고 떼면 붙이는 일이 반복됩니다.

서울시, 최초로 불법 현수막 수거 보상제 실시

서울시는 불법 현수막을 근절하기 위해 지난 2015년부터 17개 시, 도 중 최초로불법 현수막 수거보상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불법현수막 기동정비반이 불법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는 모습 ⓒ서울시

‘불법 현수막 수거보상제는 각 자치구에서 선발된 수거보상원이 불법 현수막을 직접 수거하면, 구청에서 확인한 후 수거에 대한 보상비용(1,000 ~ 2,000)을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작년 한 해 동안 시민으로 구성된 수거보상원이 직접 수거한 불법 현수막은 약 48만 건으로 전체 현수막 정비실적의 69%를 차지했습니다. 공무원이 퇴근하고 난 뒤에 부착되는 게릴라식 불법 현수막 대응에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불법 공공현수막을 집중 정비하기 위해 4월부터 수거보상원이 철거한 공공현수막의 수거보상금을 (구청이 아닌) 시에서도 직접 지급할 계획입니다. 그 이유는 수거보상원들이 공공 현수막 철거를 기피하기 때문입니다.

철거가 부담스러운 공공용, 정당 현수막

▲2017년 서울시 불법 현수막 정비 실적. 상업용에 비해 공공현수막의 철거는 현저히 낮다.

2017년 서울시 불법현수막 정비 실적을 보면, 상업용 현수막이 철거율이 전체 대비 97.2%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공공기관이나 정당에서 게시한 공공현수막은 고작 2.8%에 그쳤습니다.

수거보상제 실적도 상업현수막은 99.3%였지만 공공현수막은 고작 0.7%에 불과했습니다.

이처럼 공공현수막 철거 실적이 부진한 이유는 수거보상원들이 행정기관이나 정당 현수막을 함부로 철거했다가 문제가 발생할까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선거철에는 더욱 현수막 철거가 어렵습니다. 괜히 선거 관련 현수막을 철거했다가 정치적으로 시비에 말릴 수 있고, 선거에 악용될 수도 있습니다.

지난 2016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은 정당 현수막을 철거한 서대군 구청을재물 손괴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치구에서도 수거보상원들도 선거 현수막은 아예 손을 대지 않거나 철거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불법 게시물을 철거를 하면서 오히려 정당에 양해를 구하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집니다.

법 조항이 모호한데다, 선관위의 강력 제재가 없으니 선거 현수막은 신호등을 볼 수 없을 정도로 게시되면서 시민의 불편을 초래합니다. 이런 풍경이 당연시 여겨지니 불법 선거 운동(불법 현수막 게시)이 자연스럽게 합법으로 둔갑하고 있습니다.

선거 현수막, 철거하지 않으면 과태료 부과해야

특히 공적인 내용이 담긴 현수막은 합법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불법입니다. 실제로 불법 현수막의 70% 이상은 공공현수막이었습니다.

선거 때마다 정당은 정책이랍시고 다양한 공약이나 주장을 현수막으로 홍보합니다. 그러나 실제 공약이 실현되지도 않거니와, 가짜 뉴스인 경우도 허다합니다.

▲거리에 게시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의 현수막, 가짜 뉴스와 거짓 공약인 경우도 있었다.

선거가 끝나도 선거 현수막은 철거되지 않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공직선거법 제276 (선거일후 선전물 등의 철거) 선거운동을 위하여 선전물이나 시설물을 첩부, 게시 또는 설치한 자는 선거일 후 지체없이 이를 철거하여야 한다는 조항의 애매함 때문입니다.

‘선거일 후 지체없이라는 문구는 기간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개표가 끝난 즉시또는선거 다음날 이내등 기간을 정확히 명시하고, 그에 따라 철거를 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해야 마땅합니다.

<공직선거법 제261조 과태료의 부과 징수 등>

271(불법시설물 등에 대한 조치 및 대집행)1항의 규정에 의한 대집행을 한 것으로서 사안이 경미한 행위를 한 자. 이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지 아니한 때에는 관할수사기관에 고발 또는 수사의뢰 등을 하여야 한다.

공직선거법 제261조를 보면규정을 위반하고 선전물 등을 철거하지 않을 시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과태료 부과도 어렵습니다.

선관위 점검철거 명령단속과태료 부과 등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복잡하고, 이 기간 동안 주민들이 구청에 신고해 구청이나 서울시 기동정비반 등이 철거를 하기 때문입니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 불법을 자행하는 일은 눈감아서도 봐줘서도 안 됩니다. 모든 후보에게 동일한 원칙을 적용해 불법은 막고, 공정한 선거 운동은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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