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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회사 IMC “메갈 직원 퇴출” 사건 총정리

  • 입력 2018.03.28 18:23
  • 수정 2018.04.24 14:31
  • 기자명 한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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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게임회사 직원을 상대로 사상검증이 일어나다.

IMC게임즈 '트리 오브 세이비어'

지난 3월 25일 일부 커뮤니티 및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IMC게임즈(이하 IMC)의 ‘트리 오브 세이비어(TOS)’ 원화가 A 씨에 대한 사상검증이 도마에 올랐다.

검증해야 할 사상이란 페미니즘. A 씨는 트위터 개인 계정에서 페미니즘 단체와 매체를 팔로우해 놓았고, 페미니즘적 내용의 글들을 ‘리트윗’했으며, ‘마음에 들어요’를 눌렀다. 이것이 남성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문제가 됐다.

일부 남성 유저들은 A 씨를 ‘메갈’이라 비판하며 IMC 측에 “메갈 직원 퇴출”을 요구했다. IMC 측은 이에 대해 조치를 취했다. 26일 김학규 IMC 대표는 TOS 홈페이지에 공지사항을 올렸다. 김 대표는 문제가 된 A 씨와 면담을 진행했으며, 그 면담내용을 상세히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A 씨의 실명이 노출됐고, 김 대표는 페미니즘과 관련된 A 씨의 트위터 활동을 “사회적 분열과 증오를 야기하는 반사회적인 혐오 논리”로 일부분 규정했다.

문제를 제기한 남성 유저들의 말처럼 A 씨의 트위터 활동에서 그러한 위험이 감지됐으며, 그래서 A 씨가 정말 그러한 (반사회적이고 위험한) 사상을 가진 사람인지, 아니면 오해나 실수가 있는 건지 밝혀내겠다는 게 면담의 취지였다.

면담 결과 김 대표는 A 씨의 트위터 활동이 “민감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무지나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남성 유저들의 해고 요청을 반려했다. “실수일 수는 있지만 직장을 잃어야 할 정도의 범죄 행위라고는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김 대표는 “(페미니즘 등 위험한 사상에 대한) 전사적인 교육”을 약속했고, A 씨는 공개 사과문을 올렸다.

2. 김학규 대표의 면담 내용이 문제가 되다

그러나 김학규 대표의 면담 내용이 공개되면서 A 씨에 대한 ‘메갈 논란’과 김 대표의 조치 방식에 다시 문제가 제기됐다. 김 대표의 공지사항으로 올린 면담 내용은 아래와 같다.

IMC게임즈의 공지사항

여기서 김 대표(와 일부 남성 유저들)가 문제 삼은 내용이 퇴출 요구와 실명 공개, 징계 등이 따라야 할 문제적인 내용이냐는 논란이 일었다. A 씨의 트위터 활동이 과연 “사회적 분열과 증오를 야기하는 반사회적인 혐오” 활동이냐는 이야기다.

김 대표가 제시한 문제가 된 계정들이란 여성 시민 단체 <한국여성민우회>와 페미니즘 매체 <페미디아>였다. 한국여성민우회는 1987년에 창설돼 여성 인권 운동을 이끌어온 여성단체로 성폭력 피해자 지원, 성차별/성폭력 규탄 운동 등을 벌인다. <페미디아>는 2016년 창설된 여성주의 정보생산자조합이다. 성차별, 성폭력을 비판하는 논지의 기사를 작성하고 관련 연구를 진행한다.

두 곳 모두 반사회적이거나 혐오 정서를 유발하는 페이지와는 거리가 멀다. 김 대표는 공지사항에서 “(A 씨가) 변질되기 전 의미의 페미니즘과 메갈을 구분하지 못하고 관련 단체나 개인을 팔로우”했다며 A 씨의 트위터 활동을 문제로 규정했지만, 소식을 접한 대중은 그 기준이 자의적인 데다 타당하지도 않다고 지적한다.

“한남”이라는 단어와 “과격한 메갈 활동” 등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A 씨가 리트윗하고 ‘마음에 들어요’를 찍은 게시물들은 주로 낙태죄 폐지 주장, 생리대 문제, 성폭력 비판 등에 관한 내용이었다. 일부 과격한 표현이나 주장이 포함됐을 수 있지만, 충분히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한 의제들에 대해 “반사회적”이라거나 “변질된 페미니즘” 딱지를 붙이는 건 옳지 않다.

27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IMC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내며 이를 지적했다. 성명서에서 민주노총은 “여성들은 페미니스트가 아님을 밝히라는 사상 전향까지 강요당하고 있다. 한 세기 동안 우리 사회에서 인권탄압을 정당화했던 빨갱이 사냥과 똑같은 행태의 사상 검증이 여성들을 옥죄고 있다”라고 전했다.


민우회의 성명

김 대표가 “변질된 페미니즘”으로 언급한 <한국여성민우회> 또한 같은 요지의 성명을 냈다. 민우회는 27일 성명서에서 “성차별에 강경히 반대하는 것이 '메갈'이라면 우리는 '메갈'이다. 가부장적 사회를 파괴하는 것이 '반사회적'이라면 우리는 '반사회적'이다”라며 “우리는 '변질된' 페미니즘과 그렇지 않은 페미니즘을 판별하여 '허락'하는 것을 거부한다”라고 밝혔다.

3. 페미니즘 사상검증이 문제가 되다.

페미니즘적 내용에 관심을 표했다는 이유로 공격당하고, 그것이 해고와 징계 등의 빌미로 이용되기까지 한 이번 사건은 얼마 전 <레드벨벳> 멤버 아이린이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가 이해할 수 없는 비난에 처한 일과도 비슷해 보인다.

문제는 이런 사상검증이 특히 게임 업계 내에서 이미 만연해 있다는 점. 개인에 대한 부당한 비난도 비난이지만 피해자들의 밥줄이 걸려있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 크다.

실제로 최근 남성 게임 유저들 사이에선 <소녀전선> <마녀의 샘3> 등 게임 원화가들을 대상으로 한 ‘메갈 직원 퇴출 운동’이 연이어 벌어졌다. 이에 가담하는 남성 유저들은 ‘메갈 직원’을 색출하기 위해 원화가들의 개인 계정을 찾아 페미니즘 활동을 하고 있는지 검열하기까지 한다.

청와대 사이트 청원 캡처

지난 26일엔 이와 관련된 국민청원이 청와대 사이트에 올라오기도 했다. <게임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차별적인 사상검증 및 검열 행위에 대한 조사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이 청원에서 최초 청원인은 “근 일주일 동안 두 명 이상의 원화가가 게임에서 작업물을 삭제당했고, 세 명 이상의 원화가가 회사와 합의하여 자신의 SNS에 사과문을 게시해야 했습니다“라며 문제의 심각성을 제시했다.

과거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2016년엔 넥슨 <클로저스>의 성우로 활동하던 김자연 씨가 페미니즘 후원 티셔츠를 인증했다가 ‘메갈 논란’에 휩싸여 결국 하차했다. 여성계에선 김자연 성우 하차 사건부터 최근 아이린의 ‘82년생 김지영’ 사건, 이번 게임업계 ‘메갈 직원 퇴출 운동’까지 페미니즘에 대한 일부 남성들의 사상검증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지적한다.

당시 문제가 됐던 김자연 성우의 트윗 내용

앞서 성명을 낸 한국여성민우회는 이번 IMC 사건이 김자연 성우 하차 사건과도 연속성을 가지고 있음을 언급하며, “성평등과 인권이라는 근본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함의를 후퇴시키려는 시도를 거부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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