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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값 폭락으로 생존 위협받는 폐지 줍는 노인들

  • 입력 2018.03.22 17:33
  • 수정 2018.04.24 14:25
  • 기자명 한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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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어느 동네에 살든 낡은 수레를 끌며 폐지를 모으고 다니는 어르신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하루 동안 주운 폐지를 고물상에 넘겨 값을 받는 폐지 수거 노인들이다.

젊은 사람들에 비해 거동이 불편하기 쉬운 고령의 노인들이지만, 이들은 박스, 신문, 헌책 등은 물론 전단지, 종이컵, 쓰레기로 버려진 각종 종잇조각까지 모으기 위해 동네 곳곳을 바쁘게 돌아다닌다. 가끔은 아파트 분리수거장을 뒤지다가 쫓겨나기도 하고, 공용 쓰레기통이나 길가의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일도 많다.

힘겹게 모은 폐지 값은 얼마나 될까?

최근 언론 보도(MBC)에 따르면, 놀랍게도 한 수레 가득 모은 폐지조차 겨우 1000원을 받으면 다행인 정도다. 가득 모았을 땐 30~35kg까지 무게가 나가지만, 현재 폐지 가격은 1kg30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몇 달 전 만 해도 같은 무게에 100~120원까지 나가던 폐지 가격이 근 몇 달간 폭락한 탓이다.

ⓒMBC

22일 MBC는 폐지 값 폭락에 대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1kg120원이었던 폐지 가격이 이번 달부터 1kg 3, 40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폐지 주 수입국이던 중국이 환경보호를 이유로 폐지 수입을 제한하면서 가격 폭락이 발생했다.

재활용 제품에 대한 인식 변화도 폐지값 폭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2<경기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대부분의 제지회사들이 고물상으로부터 폐지 매입하는 일을 꺼리고 있다. 폐지로 만든 박스 등 재활용 제품이 팔리지 않고 있다는 이유. 가공품이 팔리질 않으니 원재료인 폐지 가격도 속수무책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한 수레 분량의 폐지를 모으는 데까진 적어도 3~4시간이 걸린다. 장소와 시간대에 따라 폐지가 나오는 양이 다르기 때문에 시간을 투자한다고 반드시 그만큼 모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하루 종일 폐지를 찾아다니며 수레를 끄는 건 체력적으로도 상당히 힘든 일.

그렇게 하루 종일 폐지를 모아서 벌 수 있는 일당은 4, 5천 원도 되기 힘들다. <경기일보>의 인터뷰에 응한 한 할아버지는 “온종일 손수레 끌고 다니며 발품 팔아도 5천 원 버는 게 하늘의 별따기라고 말했다. 하루 세끼를 모두 라면 하나로 때워도 간신히 버티는 게 고작일 정도다.

ⓒMBC

폐지값 변동에 따른 폐지 수거 노인들의 생계 문제는 이전에도 제기된 적이 있었다. 지난 2014년에도 폐지 가격이 떨어지며 폐지 줍는 일을 하는 노인들의 생계 문제가 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지금은 당시보다도 더 악화된 상황.

MBC가 취재한 한 폐지 수거 할머니는 하루 일당을 계산하며 “4천 원인가, 어제 받은 것. 너무 싸져 가지고 돈이힘만 들고라며 한탄했다. 그러나 당장 일정한 직업을 구할 수는 없다. 구나 시의 지원 정책이 마땅한 편도 아니라 다른 방법을 찾을 수도 없다.

<경기일보> 보도에 따르면 일선 지자체가 행하는 폐지 수거 노인에 대한 지원 정책은 경제적 지원이 아닌 조끼, 보호장비, 손수레 대여 등에 집중돼 있다. 없는 것보다야 나을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생계에 도움이 되긴 힘들다.

마땅한 대책도 없이 1kg 30원 하는 폐지를 주워가며 생계를 연명하는 폐지 수거 노인들이, 현재 전국엔 100만 명 이상 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섬네일 이미지 : ⓒKBS 다큐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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