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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일지 교수가 ‘성폭력 폭로’에도 뻔뻔한 이유

  • 입력 2018.03.21 17:39
  • 수정 2018.04.24 14:16
  • 기자명 한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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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동덕여대 교수이자 현역 소설가인 하일지(본명 임종주) 교수가 수업 중 미투운동을 조롱하고, 안희정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김지은 씨에 대한 2차 가해 발언을 했다고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연합뉴스

수업을 들었던 동덕여대 재학생의 대자보와 이후 학생회의 성명 발표에 따르면, 하 교수는 수업 중 소설 <동백꽃>에 대해 설명하며 “처녀(점순)가 순진한 총각을 X먹으려고 하는 내용” “점순이가 남자애를 성폭행한 거다. 얘도 미투 해야겠네라고 말했다.

안희정 성폭력 사건에 관해서는 이혼녀는 처녀랑은 다르다. 이혼녀(인 피해자)는 욕망이 있을 수 있다” “결혼해 준다고 했으면 (피해자가) 안 그랬겠지. 질투심 때문에 (폭로했다)”는 등의 2차 가해 발언을 했다.

15일엔 동덕여대 재학생 ㄱ 씨가 SNS 및 동덕여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하일지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더 커졌다. ㄱ 씨에 따르면 하일지 교수는 20162월경 ㄱ 씨에게 강제로(기습적으로) 키스를 하고는 너와는 속궁합이 맞을 수 있다” “우정의 표현이었다는 등의 말로 상황을 무마하려 했다.

일련의 사건들에 대에 하 교수는 사과할 것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16<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하 교수는 예년 같으면 학생들이 와르르 웃었다. 해마다 그런 말 했는데 별문제 없었다. 그런데 지금 학생들 머릿속에 미투라는 이념이 들어앉아서 그런 말도 용서를 못 하는 듯하다라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YTN 보도에 따르면 하 교수는 20일 열린 기자회견에선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도 피해를 주장하는 학생이 당시 자신을 사랑한다고 했으며, 자신의 행위는 (추행이 아니라) 정상적인 키스였다고 주장했다.

ⓒ뉴스1

이전부터 문제없이 지속돼온 행위임에도 인민재판 같은미투 운동 때문에 자신이 부당한 사과를 강요받고 있다는 게 하 교수의 입장. 그러나 일각에선 교수의 태도가 교수로서 자신이 가진 권력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뻔뻔한 태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몸문화연구소 소장 윤김지영 씨는 15 자신의 SNS 미투 운동을 인민재판에 비유한 교수의 발언에 대해 교수이자 소설가라는 권위와 권력의 자리에서 어떠한 비판의 가능성도 여태껏 허용해오지 않았음을 방증하는 이라 지적했다.

교수는 학생의 학업 성적, 졸업 등에 관련한 전권을 지니기 때문에 학생과의 관계에서 쉽게 권위적인 위치를 점한다. 학생들 입장에선 애초 평등한 상태에서의 비판이 어려운 만큼 문제 없었다는 발언 또한 혼자만의 생각일 가능성이 크다.

동덕여대 재학생들은 해마다 그런 말 했는데 문제없었다는 하 교수의 주장에 하 교수의 과거 성폭력적 발언들을 모아서 폭로했다. 지금껏 하 교수 본인만 괜찮다 생각했을 뿐, 학생들 입장에선 참을 수밖에 없었던 말들이 많았다는 증거다.

하 교수의 발언엔 성차별, 성폭력적인 내용은 물론 학생들에 대한 폭언, 페미니즘 학문에 대한 무조건적 비난, 여성 작가 비하, 장애인 비하 등의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아래와 같은 내용들이다.

“(본인의 요구를 거절하자) 그러니까 니가 등단을 못 하는 거다. 꼴 보기 싫으니 내 눈에 띄지 마라

여자애들은 (성적인) 경험이 없을수록 글이 별로다

나는 내 딸이 만약 처녀라면 지나가는 남자를 붙잡고 얘랑 좀 해달라고 부탁할 것이다

나는 너 같이 여류작가 냄새가 나는 것들을 혐오한다

“(소설 속 장애인 캐릭터를 가리켜) 누가 이런 장애인에게 성욕을 가지냐. 이런 기괴한 모습을 가진 사람은 누군가와 성관계를 가지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한다

'하일지 교수 망언 모음집' 대자보 ⓒ한겨레

성추행 피해 제보자 ㄱ 씨도 하 교수의 말을 반박하며, 교수와 학생 간의 권력 관계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하 교수는 20일 기자회견에서 성추행 의혹을 부인하며 ㄱ 씨의 (하 교수에 대한) 사과 메일을 보도자료로 배포했는데, ㄱ 씨는 21일 SNS 입장표명문에서 이에 대해 이렇게 반박했다.

"교수님 발언 중에 제가 교수님을 사랑한다고 했다던데... 그건 사과 메일 본문에도 없고, 제 입 밖으로 나왔던 적도 없습니다"

저는 정상적으로 학교에 복학하고 졸업을 하기 위해 학과 교수인 그분에게 사과 메일을 보낼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습니다

"당신이 성추행 가해자가 아니라고 내놓은 증거는 제가 비참한 마음으로 졸업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며 쓴 사과 메일입니다"

한 편 하일지 교수를 둘러싼 논란이 일어난 14일 이후 현재까지 세종대, 한국외대, 이화여대까지 대학교수의 성폭력 이슈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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