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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장자연의 9주기다

  • 입력 2018.03.07 18:33
  • 수정 2018.06.05 16:51
  • 기자명 박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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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오늘은 배우 고() 장자연씨가 세상을 떠난 지 9주기가 되는 날이다. 2009년 3월 7일, 배우 장자연씨는 자신의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가 없었고, 타살 혐의점이 없자 우울증에 따른 단순 자살로 처리했다.

하지만 그가 숨진 후, 장씨의 전 매니저는 그녀가 죽기 전 보낸 자필 유서 형식의 문건을 공개했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소속사 대표, 언론사 대표, 금융권 간부, 방송사 pd와 감독 등 수많은 성접대 요구 정황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의 폭로는 A4 용지 13장 분량이었다.

"와인술 양주… 그것만 마시면 다들 미치는 것 같고 술집도 아닌 회사도 아닌 미니 와인바에다가 정말 웃긴 곳에서 두 번 다신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당했고… 김 사장에게도 밀실에서 욕실에서… 얼마나 여러 번을… 나 뿐만이 아냐. 연예지망생들 그곳에서, 셀 수 없을 거야. 직원들 전부 다 일찍 퇴근시키고 작정하고 얼마나 여러 번을 당했는지 모르겠어.

(중략) 그렇게 다 해쳐먹고 그리고 나서 김 사장 아는 감독, PD는 기본이고 방송사 간부들에 꼭 연결시켜 놔야 한다고 일간지 신문사 대표들까지 언론사 대표, 금융회사, 증권사… 암튼 이런 식으로 이용해서 술접(대)에 성(상)납 그걸 받게 해주고…."

"인간 같지도 않은 그런 것들이 나를 핍박하고… 내가 김 사장이 여기저기 술접(대)에다 수없이 성(상)납까지…성(상)납을 그래서 그것들이 무슨 약점인지 다 만들어놨단 식으로… 설마 김 사장이 날 요구하면서 변태 같은 짓 한 걸 테잎에? 녹화 같은 것을 해 놓은 것은 아닌지…. (중략) 난 지금 오라면 가야하고 그 개자식들이 날 노리개처럼 원하는 거 다 끝나 버리면 난 그렇게 가라면 가야하고 또 벗으라면 난 또 그렇게 악마들을…."

장자연씨가 2009년 2월 28일 작성해 전 매니저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진 문건 중 발췌.

경찰의 수사도 시작됐다. 전, 현 소속사를 압수수색하고 관련 문건을 확보했다. 문건 진위 확보를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연에 필적 감정도 의뢰했다. 그 결과는? “고인의 필적과 문건의 필적은 동일 필적인 가능성이 매우 높다”

ⓒSBS

하지만 수사는 빠르게 정리됐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문건에 오른 유력 인사들은 무혐의를 받았다. 경찰은 “술자리 접대를 받은 사실은 확인했으나, 범죄 관련성이 확실하지 않아 내사종결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오히려 그들에게 ‘면죄부’를 준 셈이다. ‘문건’을 세상에 알린 전 매니저는 소속사 대표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모욕죄’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받았다.

2년 후인 2011년, 문건은 다시 세상으로 나왔다. 이번엔 SBS의 보도였다. 자필편지 사본 50통, 203장이 나왔고 여기에는 ‘성접대를 강요한 인사 31명’의 명단이 있었다.

거론된 대표 인물은 조선일보 사장. 문건의 내용과도 같았다. ‘2008년 9월 룸살롱에 불려 나가 잠자리를 요구받았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즉각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문제를 제기한 이종걸 민주당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조선일보와의 진실여부가 부각되면서 검은 진실과는 다시 멀어졌다. 그사이 조선일보는 대부분 소송에서 패소했고, 또 취하했다.

그리고 2018년이다. 달라진 건 없다. “수치심에 매일 밤 가슴 쥐어뜯”던 피해자들이 언론앞에 섰다. 검찰 고위 간부, 유력 대선주자의 성폭력을 폭로했다. 지난 1월, 대검찰청 개혁위원회가 검찰 과거사위원회에 장자연 사건을 검토 대상으로 제안하겠다는 보도가 나왔다.

“저는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 배우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장자연씨의 유서의 문장은 여전히 우리 곁을 자꾸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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