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8일 MBC는 유명 사진작가 로타의 성추행 의혹을 보도했다. 로타가 여성 모델과의 사진 촬영 중 모델의 신체를 추행했고, 본래 어깨 위만 촬영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전신 노출 사진을 촬영하고 삭제 요청까지 거부했다는 내용이었다.
보도 직후 로타 본인은 성추행 사실을 강력하게 부인했지만, 로타의 성폭력에 관련한 추가적인 폭로가 4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이어졌다.
특히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은 모두 사건 당시 미성년자였던 것으로 드러나 더욱 파장이 일고 있다. MBC는 로타의 성폭행, 추행 사실을 주장하는 두 명의 피해 제보자를 <뉴스데스크>에서 인터뷰했다.
당시 만 18살이었던 피해자 A 씨는 로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MBC는 인터뷰를 통해 A 씨가 주장하는 피해 정황과 공론화 이전에 A 씨가 처했던 상황, 심경 등을 함께 전했다.
A 씨에 따르면 아마추어 모델로 활동했던 A 씨에게 로타가 “모텔에서 파티 콘셉트로 사진을 찍자”며 접근했다. 그러나 모텔에선 로타에 의한 성폭행이 이루어졌다. A 씨는 “모텔에 갔는데 사진은 찍지 않고 힘으로 제압해 강간했다”며 정황을 설명했다.
후환이 두려웠던 A 씨는 사건을 공론화하거나 경찰에 신고를 접수하지도 못했다. A 씨 본인이 공개를 원치 않았던 A 씨의 사진을 로타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개되길 원치 않는 사진 촬영물로 피해자를 (간접적으로라도) 압박하는 방식은 28일 고발된 피해 상황과도 일치하는 수법이다.
A 씨는 “로타가 두려워 제대로 문제 제기도 못 하고 모델 일을 그만뒀다”며 “제 자신이 하찮게 느껴졌고 우울증약을 먹기 시작했다. 마음이 힘들다”고 당시 심경을 밝혔다.
A 씨가 과거 사건을 폭로한 이유는 2월 MBC의 성추행 의혹 보도를 극구 부정한 로타의 태도 때문이었다. 로타 성추행 의혹 보도를 본 A 씨는 용기를 내 로타에게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A 씨는 “(로타) 작가 본인은 문제점이 무엇인지 자각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나쁜 폐단과 같은 것들은 처벌을 받아야 된다고 저는 생각해요”라고 밝혔다.
또 다른 피해자 B 씨 또한 MBC와의 인터뷰로 주장을 밝혔다.
MBC 보도에 따르면 B 씨는 사진 촬영 중 로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B 씨는 A 씨와 마찬가지로 당시 16살의 미성년자였고, 아마추어 모델로 활동하고 있었다.
B 씨에 따르면 로타는 촬영 당시 B 씨에게 “이렇게 어린 모델은 처음 만난다” “모델들이랑 합의 하에 관계도 한다”는 등 성적인 이야기를 하고, B 씨를 직접 추행하기도 했다.
B 씨 또한 MBC 첫 보도 이후 의혹을 부정하는 로타의 태도에 문제를 느껴 폭로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특히 B 씨는 당시 로타가 아마추어 모델이라는 B 씨의 사회적 위치를 이용해 성폭력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업계 내에서 사회적 지위가 미약한 아마추어 모델은 상대적으로 성폭력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MBC와의 인터뷰에서 B 씨는 “(작업 방식이)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모델들 데리고 하는 거라… 유명한 사람한테는 쉽게 그러지 못했을 것 같아요”라고 밝혔다.
B 씨의 지적은 2년 전 트위터에서 시작돼 #00계_내_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을 유발한 #오타쿠_내_성폭력 운동을 상기시킨다. 오타쿠 내 성폭력 운동은 여성 코스튬 플레이어 모델과 남성 사진작가 사이 성폭력 등 서브컬쳐계의 성폭력을 익명의 피해자들이 고발했던 사건이다.
당시 사건들에서도 서브컬쳐계에서 활동 중인 미성년자, 아마추어 모델들의 열악한 지위를 이용한 남성 작가들의 성폭력이 문제가 됐다.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약한 미성년자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가지고 있는 남성 작가들에 의해 성폭력을 당하고도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로타는 특히 활동 초기 일반인 모델의 사진을 모은 사진집으로 유명세를 모았다.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여성 모델과도 작업을 거쳐온 로타이기에, A 씨나 B 씨와 같은 성폭력 사례들은 더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추가로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