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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같은 휴식 영화 <리틀 포레스트>

  • 입력 2018.03.03 16:08
  • 수정 2018.06.05 16:52
  • 기자명 영화 읽어주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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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어주는남자

올림픽 열기가 뜨거웠다. 지난 평창 올림픽 동안,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들을 향한 뜨거운 박수와 올림픽 정신을 훼손한 몇몇 선수들을 향한 분노 등은 겨울의 한기를 밀어내기 충분했다.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에게서 뭉클함을 느꼈지만, 사실 경쟁에만 초점을 맞춘 매체의 모습엔 진저리가 났다. 특히 짜증 나는 건, 타국 선수의 실수를 노골적으로 바라면서까지 자국 선수의 승리를 바라는 해설이었다. 그게 올림픽 정신인지 묻고 싶었다.

경쟁에 관한 스트레스를 표현한 이유는 이번에 이야기할 <리틀 포레스트> 탓이다. 이 영화는 도시 생활에 지쳐 고향의 시골 마을로 도피한 혜원(김태리)의 이야기다. 영화는 그녀가 4계절을 건강히, 잘 먹고 잘 지내는 시간을 보여준다.

그녀가 도시를 떠난 이유도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한 탓이었다. 그래서인지 올림픽이 조금은 잔인하게 보였고, 지독하게 경쟁에 초점을 맞추는 미디어의 형태에 현기증을 느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오면, <리틀 포레스트>는 농촌 마을의 고요함과 순박함을 양껏 느낄 수 있는 영화다. 관객은 일상에서 가져온 짐을 잠시 내려두고, 혜원을 따라 농촌 곳곳을 누비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지친 몸과 마음에 안식을 주는 다양한 동식물들은 재촉하지 않고, 느리게 흐르는 시간에 취하게 한다.

휴식. 그게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리틀 포레스트>는 정갈한 톤 앤 매너가 인상적이다. 자연에 둘러싸인 공간에서 무공해 채소들을 재배하고 수확하는 모습은 소박하면서도 활력이 넘친다. 그리고 담백한 음식이 뚝딱 만들어지는 부엌은 영화를 더 풍요롭게 한다. 요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천천히 따라가는 카메라 덕에 눈이 즐겁고, 싱싱한 채소가 요리되는 소리도 생생하게 담은 덕에 귀가 배부르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건강한 동식물들과 함께, 이 한적한 공간을 채우는 건 털털하고 솔직한 모습이 매력적인 배우 김태리다. <리틀 포레스트>에서 지치고 상처받은 20대의 초상을 보여주는 김태리는 자연을 천천히 따라가며 자신을 치유하는데, 이를 보는 관객에게도 힐링을 선물한다.

그녀와 함께 등장하는 류준열과 진기주의 케미스트리도 좋다. 류준열은 농촌 청년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순박함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진기주는 따분할 법한 시골 생활에 통통 튀는 활력을 불어넣어 이야기를 풍성하게 한다. 이 세 사람과 사계절을 보내면 영화가 끝난 뒤에도, 돌아갈 곳이 생긴 것만 같은 따뜻함이 마음 한구석, 고향처럼 자리 잡을 것이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리틀 포레스트>는 대중 상업 영화의 전개를 배반한다. 혜원의 고민과 내적 갈등이 분명 있지만, 두드러지지 않는 편이다. 그렇다고 주인공을 방해하는 적과 장애물이 있지도 않다. 긴장감을 조성하는 요소가 없는 편이다. 마치 긴장, 스릴 등의 요소를 향해그런 농약 따위는 필요 없어!’라고 말하는 듯한 영화다.

그럼 영화는 어떻게 전개되는 걸까. 그저 사계절이 자연스레 흘러간다. 영화는 자연 속의 풍경과 먹거리가 조화된 일상을 바라보라 한다. 어떤 긴장도 없이 편히 보고, 쉬고 가라고 말한다. 이 휴식을 통해, 삶에서 잊고 있었던 것들이 떠오르는 신기한 순간을 만날 것이다. 잘 보고, 먹고, 휴식하며 치료받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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