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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대 인근 상인들의 장병 상대로 한 바가지 상술

  • 입력 2018.02.22 13:53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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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 적폐청산위원회는 군인들의 외출·외박 위수지역 폐지 등의 내용이 담긴 11건의 제도 개선안을 국방부에 권고했다. ⓒ한겨레 PDF

외출·외박하는 군인의 위수지역이 폐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위수지역이란 군인들이 외출·외박 등을 나갔더라도 1~2시간 이내에 부대에 복귀할 수 있도록 허가된 지역을 말합니다.

군인은 출타 중 이 지역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외출증이나 외박증에도 위수지역이 표시돼 있습니다. 위수지역을 벗어나는 것을 소위 ‘점프’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만약 점프한 군인이 헌병 등에 걸리면 ‘무단이탈’로 징계를 받게 됩니다.

위수지역 폐지를 포함한 군 적폐청산위원회의 제도 개선안은 국방부에 권고된 상황입니다. 군인, 가족 등은 위수지역 폐지를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반대하는 입장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전방부대 인근 상인들입니다.

군인은 호구!? 주말 PC방 요금 1시간 2,000원

전방 부근의 군부대는 가장 가까운 군청 소재지 등을 위수지역으로 설정합니다. 예를 들어 부대가 강원도 양구에 있다면 양구 군청과 양구 시외버스터미널이 있는 곳이 위수지역으로 지정됩니다.

당일 외출을 나온 군인이 제일 많이 가는 곳은 PC방입니다. 강원도 양구와 같은 지역에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문화시설 등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양구 PC방 가격은 1시간에 2,000원으로 비싼 편이다. 1시간의 1,000원이 일반적인 가격

양구 지역 PC방 이용객은 대부분 외출이나 외박 나온 군인입니다. 그런데 양구 지역 주말 PC방 가격은 1시간에 2,000원입니다. 가장 물가가 비싸다고 알려진 서울 강남 지역 PC방 요금과 비슷하거나 더 비쌉니다.

특히, 전방부대 인근 일부 PC방에서는 일반인 요금과 군 장병 요금을 따로 운영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위수지역을 벗어날 수 없는 군인들의 사정을 악용해 이익을 취하는 것입니다.

지적이 계속되자 양구군청은 PC방 물가를 바로잡는 대신 홈페이지에 공개했던 물가 정보에서 PC방 요금을 제외했습니다. 2015년에는 ‘양구군-생활정보-물가정보’를 보면 양구 지역의 PC방 요금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학원, 유류가격, 숙박업소의 가격만 제공하고 있습니다.

주말 되면 방 구하기 전쟁이 시작된다

▲ 숙박업소 예약 앱으로 주말 시간 전방부대 지역 모텔을 검색했으나 대부분 예약이 마감돼 방을 구할 수 없었다.

당일 외출이 아닌 1박 2일 이상의 외박을 나온 군인은 영외에서 잠을 자야 합니다. 문제는 주말만 되면 위수지역 내 방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는 것입니다.

숙박업소 예약 앱을 이용해 주말 양구 지역의 모텔을 알아봤습니다. 리스트에 검색된 모텔은 거의 없었고 그나마도 예약이 마감됐습니다. 물론, 현지에 가서 방을 구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앱에 나온 가격보다 훨씬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외박 나온 아들을 만나기 위해 전방 지역을 찾은 가족들도 불만을 표출합니다. 장병과 가족들은 허름하고 시설도 빈약한 숙박업소에서 웃돈을 요구한다 해도 울며 겨자 먹기로 방을 잡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당장 숙박할 곳을 잡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자동차가 있어도 위수지역 탓에 인근 도시로 이동할 수도 없습니다.

위수지역 확대 폐지 반대 나선 상인들

▲ 육군과 국방부 등은 외출·외박 시 불편을 겪는 장병들을 위해 다양한 지원 대책을 고심했지만 지역 상인들의 반대로 대부분 무산됐다.

외출이나 외박을 나온 군인들은 부대 복귀를 위해 택시를 타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다른 지역 택시 요금보다 비싼 가격입니다. 이에 군인들은 전방 지역 택시 요금이 워낙 비싸니 부대 복귀하는 버스를 배차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택시 업계에서는 군부대 복귀 버스 운행을 중단해달라며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전방 부대 위수지역 내 숙박 요금이 너무 비싸다는 군인들의 불만이 계속되자 국방부는 병사들을 위한 전용 복지시설을 건립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지역 상인들이 “지역 상권을 빼앗아 간다”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2006년 육군은 군 장병의 외출·외박 위수지역을 부대 근처에서 전국으로 확대하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전방부대 인근 숙박업소, PC방, 식당 등 업주들은 외출·외박 지역이 확대되면 지역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 지난 1월 한 군인이 모텔에서 난방을 요구하다 모텔 주인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사건 이후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군인 위수지역 폐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지난 1월 27일 화천군의 한 모텔에 군인 세 명이 투숙했습니다. 잠을 자던 한 군인은 객실이 너무 추워 모텔 주인에게 난방을 요구했습니다. 1시간이 지나도 난방이 되지 않자 해당 군인은 “너무 추워 잠을 잘 수가 없다”며 재차 난방을 요청했지만, 모텔 주인은 오히려 군인의 멱살을 잡고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전방지역에 근무했던 군인들은 군 복무 시절 겪었던 상인들의 폭리와 열악한 환경을 토로하며 위수지역 폐지를 환영합니다. 하지만 전방부대 인근 지역 주민들은 ‘위수지역이 폐지되면 부대 내 긴급 상황이 벌어져도 복귀하기 어렵다’는 이유 등을 들면서 반대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도로시설, 대중교통이 불편했기 때문에 위수지역을 벗어나면 부대 복귀가 늦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강원도 지역도 터널 등 도로망이 확충됐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또한 외출·외박하는 군인의 숫자는 부대에서 적정 인원으로 내보내기 때문에 비상 상태에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습니다.

전방 부대 인근 지역 업소 중에는 군인을 우대하고 오히려 더 챙겨주는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상인들이 위수지역 폐지를 반대하는 이유는 폭리 등으로 취했던 이익을 손해 보지 않기 위한 것처럼 보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군인으로 복무한다고 해서 특별한 대우나 예우를 원하는 장병은 없습니다. 그저 민간인과 똑같은 요금을 내고 서비스 수준에 맞는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고 싶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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