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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의 혼을 쏙 빼놓은 올림픽 황당 사건들

  • 입력 2018.02.21 17:31
  • 수정 2021.07.30 11:09
  • 기자명 서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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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를 탐한 인도 선수들의 최후

힌두교가 국교인 인도에서는 쇠고기 섭취를 엄격하게 금지한다. 인도들에게 소는 신성한 존재이기 때문에 이를 먹는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 암소를 도살하는 건 어머니를 살해하는 행위와 동등하다고 믿을 정도다. 그런데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2명의 인도 선수가 쇠고기가 들어간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다 적발된 사건이 발생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라힘 카말과 스노보드 선수 아만딥 거프릿이 바로 그 주인공.

햄버거가 너무너무 먹고 싶었던 둘은 인도 선수단의 눈을 피해 어렵사리 이를 공수하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금단의 쾌감을 즐기던 찰나 띠용!? 코치가 들어온다?? 둘은 황급히 햄버거를 변기에 넣고 내려 상황을 수습하려 했지만 햄버거 포장지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변기 물에 쓸려 내려가지 않았던 것. 결국, 현장 적발된 두 선수는 올림픽 경기를 미처 치르지도 못한 채 본국으로 강제 송환됐다. 인도 선수단 코치는 인도 총리에게 두 선수를 징계를 내려달라 청원했다. 햄버거가 이렇게나 무섭다.

불의의 일격으로 올림픽 포기한 케냐 대표팀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선 케냐 선수단이 올림픽 직전 불참을 선언해 화제를 모았다. 선수 한둘도 아닌 선수단이 올림픽 불참을 선언한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 때문에 사람들은 정치적인 이유로 케냐 선수단이 올림픽 참가를 포기한 게 아니냐는 등 의견이 분분했다. 케냐는 2007년 부정선거 사태로 발발한 부족 간의 충돌로 1,000여 명이 사망한 터였다. 하지만 정작 케냐 선수단은 말을 아꼈고 덕분에 호기심에 가득 찬 호사가들은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뒤늦게 밝혀진 불참 사유는 다소 황당했다. 아니, 좀 무섭다. 케냐팀 관계자인 모이 쿠시카타는 언론을 통해 케냐 팀의 불참 사유를 밝혔다. 서식지를 벗어나 시내로 들어온 사자의 습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케냐 아이스하키팀원 중 3명은 주차장에서 차를 기다리던 중 어디선가 나타난 사자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다행히도 당시 선수들은 하키 스틱을 들고 있어 간신히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스키 선수 타타푸치 붐바가사는 햄버거를 사려고 자동차에서 기다리다 사자의 습격을 당했다. 차에 타 큰 부상을 피했지만 창문 틈 사이로 들어온 사자의 이빨에 한쪽 팔을 물어 뜯겨 버렸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는 선수 입장에선 최악의 시나리오. 그러고 보니 이 사건에도 햄버거가 등장한다. 이쯤 되면 올림픽 기간에 햄버거는 피하는 게 좋겠다.

코난 도일… 형이 왜 거기서 나와…?

<셜록 홈즈>의 저자 아서 코난 도일도 황당한 올림픽 에피소드에 이름을 올렸다. 영국 출신의 도일은 1908년 런던 하계 올림픽에 마라톤 심판위원으로 참가하게 됐다. 그는 결승선 근처로 위치를 배정받아 선수들을 기다렸다. 2시간쯤 지났을까. 길고 긴 기다림 끝에 선두 선수가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탈리아 국적의 도란도 피에트리 선수였다. 근데 웬걸? 결승선을 앞둔 피에트리는 완전히 탈진해 실신해버리고 만다. 종래 마라톤 코스는 40km였지만 런던 올림픽부터는 2.195km가 늘어난 탓이었다. 당시 영국의 여왕이 출발점을 윈저궁으로 변경하면서 거리가 늘어났다.

도란도 피에트리를 부축해 결승선을 통과하는 아서 코난 도일(왼쪽)

선수를 안타깝게 여긴 도일은 달려나가 피에트리를 부축해 레이스를 이어나갔다. 그의 도움으로 1등으로 경기를 마친 피에트리. 영국 여왕을 비롯한 많은 사람이 이 아름다운 장면을 칭송했다. 하지만 도일의 선행에도 불구하고 피에트리는 금메달을 박탈당한다. 사유는 분명했다. 심판관이 경기에 직접 개입했기 때문이었다. 의도는 선의였지만 결과적으로 피에트리는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이에 피에트리는 울먹이며 심판들을 향해 왜 나를 도와 실격하게 했냐고 소리쳤다. 관객과 선수 모두 눈물을 터뜨렸지만 같은 감정은 아니었다. 한쪽은 감동의, 또 한쪽은 분노의 눈물이었으니까.

뛰는 사람 위에 타는 사람 있다?

때는 1904년. 세인트루이스 하계 올림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나 지금이나 마라톤은 하계 올림픽의 하이라이트였다. 그런데 말이다. 카메라 중계가 없던 당시에는 어떻게 사람들이 마라톤을 즐길 수 있었을까? 반대로 코스를 제멋대로 바꿔 달리거나 반칙을 하는 선수는 어떻게 잡아낼 수 있었을까?

프레더릭 로즈

세인트루이스 올림픽에서 마라톤 금메달리스트가 될 뻔한 미국의 프레더릭 로즈. 영리하게도 그는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 없는 당시 마라톤 시스템에서 역대급 꼼수를 발휘한다. 경기 도중 사람들 눈을 피해 몰래 자동차를 얻어 탄 것. 15km를 달리고 지쳐버린 그는 경주를 포기한다는 마음으로 차를 얻어 탔지만 쉬다 보니 다시 메달 생각이 났는지 결승선을 8km 앞둔 곳에서 내려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결과는 당연히 1등. 하지만 그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메달 시상 전 부정 행위가 들통났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는 금메달을 박탈당했다. 뿐만 아니라 평생 마라톤 선수 생활을 할 수 없도록 영구제명 조치를 받는다. 그때니까 가능했던 황당 사건이었다.

역대급 육상 선수의 비밀

1932년 로스앤젤레스 하계 올림픽. 폴란드 출신의 미국 육상선수 스텔라 월시는 여자 100m 경기에 참가해 압도적인 실력으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세계기록도 갈아치웠다. 지구에서 가장 빠른 여성 스프린터라는 명예로운 별명도 얻었다. 더 놀라운 건 그가 역대급 기량을 뽐낸 건 단거리에 국한되지 않았다는 것. 멀리뛰기, 원반던지기 등에서도 20개의 세계 기록과 41개의 미국 기록을 수립했다. 그야말로 올라운드 플레이어였다. 1975년 미국은 그를 명예의 전당에 세웠다.

하지만 1980년 일어난 충격적인 사건. 한가롭게 쇼핑을 즐기던 월시가 강도가 쏜 총탄에 목숨을 잃은 것이다. 그의 죽음이 더욱 충격적이었던 건 부검 결과 때문이었다. 그는 남녀 염색체(XX, XY)를 모두 보유하고 있었다. 또한, 남성의 생식기를 갖고 있었다. 남성의 신체로 여성 종목에서 일군 그의 영광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고심 끝에 올림픽위원회는 그의 메달을 박탈하지 않기로 했다. 그가 육상에 이바지한 점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미국 클리블랜드에는 그의 이름을 딴 레크레이션 센터가 있다.

(관련 기사: 전세계인을 놀라게 한 올림픽 그때 그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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