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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택 연출의 성폭력 피해자들이 법적 대응에 나섰다

  • 입력 2018.02.21 16:09
  • 기자명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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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성추행 사건으로 다시 불붙은 미투 운동이 문단을 넘어 연극계까지 번졌다. 한국의 하비인스타인이라는 오명까지 얻은 이윤택 연출의 성추문이다. 이윤택 연출은 폐쇄적인 연극집단에서 자신의 위치와 권력을 앞세워 여성 배우, 스태프들에게 성추행과 성폭행을 자행해 왔다.

ⓒ연합뉴스

과거 피해자들은 성폭력을 당하고서도 그의 권력과 주변의 방관에 짓눌려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침묵해야만 했던들은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야 입을 열수 있었다. 이윤택자신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커지고 나서야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 비슷한 것을 했다. 물론 피해자들이 받아들일 만한 사과는 없었다. 성관계 자체는 있었지만 폭력적이고 물리적인 방법으로 강제로 이뤄지지 않았다”, “극단 내에서 18년간 관습적으로 일어난 아주 나쁜 형태의 일이었다” 등 합리화와 변명이 대부분이었다.

피해자들은 입을 모아 그의 변명 전면 부정했다. 성폭행으로 낙태를 하고 나서도 성폭행을 당했다는 증언까지 이어졌다. 피해자들에 의해 낱낱이 폭로된 이윤택 연출의 모습은 흡사 사이비 종교의 교주와 같았다. 그는 연극계에 쌓여온 모순이자 적폐 자체였다.

이윤택 연출의 성폭력 피해자들은 이제 이상 침묵하지 않는다. 연극계 등에 따르면 연희단거리패 성폭력 피해자들이 공소시효가 남은 성폭행과 성추행 피해자를 모아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는 법적 대응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연극협회는 이윤택 연출을 회원에서 제명한 이어 피해자들이 법적 대응 등에 나설 경우 필요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극인들도 가해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문제를 포함해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연극인 회의는 성폭력 피해 당사자로 증언이나 가해자 처벌, 대책 마련에 함께할 의사를 밝힌 이들과 함께 대책을 논의하기로 하고 이를 도울 변호사를 섭외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미투 운동이 확산되고 발전하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지만 우려도 있다. 사건의 본질과는 상관없는 피해자들의 신상에 관심이 쏠리면서 '2 가해'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윤택 연출의 성추행 사과 기자회견 이후 인터넷에서는 실명으로 성폭력 사실을 폭로한 피해자들의 이름이 인기검색어에 올랐다. 이에 이윤택 연출이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폭로했던 김보리(가명)씨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피해자들이 받을 상처를 우려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저는 다행히 김보리라는 가명을 사용했기에 실제적인 노출은 없지만 어제 이윤택씨의 기자회견에서 기자가 피해자의 이름을 아느냐는 질문 이후 그가 살짝 웃으며 알고 있다는 대답을 내놓은 이후 김보리라는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노출되는 것을 보고 너무 놀라 가슴이 두근거리고 온몸에 붉은 반점이 올라오는 쇼크 상태가 오기도 했다" 적었다.

또 "이윤택씨의 진심 없는 사과를 보고서 가늠하기 힘든 정도의 아픔을 가지고도 커다란 용기를 내어준 다른 피해자의 실명이 검색어로 오르내리고 이윤택씨나 하용부씨의 이름보다 피해자들의 이름 나이 사진 등을 공유하고자 하며 무차별적으로 퍼트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는 다른 폭력이 수도 있다" 밝혔.

처음 이윤택 연출의 성추행 사실을 실명으로 폭로했던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도 "용기 내서 폭로한 당사자가 (언론의) 기사 한줄과 전화 통화에 다시 상처받고 있다" "피해자 찾기를 멈춰 달라" 부탁했다.

미투 운동은 한국 사회 안에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있어왔던 성폭력을 뿌리뽑는 계기가 되는 중요한 운동이다. 이윤태 연출 성추문 사건에서도 개인들의 고발이 법적 대응까지 이르며 그릇된 문화를 바로잡고 있다. 하지만 미투 사건에 대한 흥미, 자극 위주의 보도경쟁이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부채질하고 있는 실정이다. 성폭력을 고발하고 있는 사람들은 오랜 시간동안 생각해 어렵게 용기를 낸 피해자들이다. 그들의 용기가 빛바래지 않도록, 보도하는 언론과 읽는 독자들 모두의 신중한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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