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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가짜 뉴스’ 결국 백악관까지 나섰다

  • 입력 2018.02.05 10:12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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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한겨레의 영문 사설 하나 때문에 백악관이 난리가 났습니다. 백악관 대변인이 나섰고, 외신 기자 사이에서도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발단: 한겨레, "대북 타격 작전은 선거 때문"

한겨레의 “무모하기 그지없는 ‘코피 전략’, 거론조차 말아야” 한다는 사설을 번역해 보도한 영문판 ⓒ한겨레

2월 2일 한겨레 영문판에는 “Trump’s “bloody nose” strategy must be completely off the table”이라는 제목의 사설이 올라왔습니다. “무모하기 그지없는 ‘코피 전략’, 거론조차 말아야”라는 한겨레 사설을 번역한 기사입니다.

한겨레 사설은 북한의 핵 시설 등을 타격하는 ‘코피 전략’을 설명하며, 빅터 차 내정자의 지명 철회가 대북 강경파와 관계가 깊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한겨레는 강경파가 탄핵까지 거론되는 트럼프 정권의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대북 타격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 최근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과의 비공개 모임에서 ‘제한적 대북 타격이 중간선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겨레 사설, 2018년 2월 1일

한겨레는 “매슈 포틴저 NSC 보좌관이 대북 타격이 선거에 도움이 된다는 발언을 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트럼프 정권은 전쟁을 선거에 이용하려고 했던 아주 나쁜 정권이 됩니다.

전개: 월스트리트 서울지부장, 트위터에서 한겨레 사설 인용

조나단 쳉 월스트리트저널 서울지부장은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이 대북 타격이 선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도한 한겨레 영문판 사설 내용을 트위터에 공유했다. ⓒ트위터 캡처

한겨레 사설은 외신 기자 사이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진짜로 매슈 포틴저가 모임에서 대북 타격이 선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면 엄청난 정치적 이슈인 동시에 트럼프 정권을 위협할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조나단 쳉 월스트리저널 서울지부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대북 타격이 선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한겨레 기사를 인용하고 링크까지 공유했습니다. 이 트윗은 곧바로 많은 트위터리안들이 리트윗했고, 트럼프 정권을 비난하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위기: 백악관 대변인 "그런 일 절대 없다, 무책임한 내용"

백악관 대변인이 월스트리트저널 서울지부장의 트위터 내용을 반박했다는 미국 언론 기사(좌). 월스트리트저널 서울지부장은 매슈 포틴저 발언을 검증 없이 보도한 한겨레 기사를 공유한 것은 실수였다며 삭제했다(우). ⓒ트위터 캡처

조나단 쳉 월스트리트저널 서울지부장의 트윗은 백악관 대변인이 언급하는 것으로 사건이 확대됐습니다.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서울지부장 조나단 쳉의 글을 리트윗하면서 “절대 그런 일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포틴저는 두 번이나 참전했던 해병 출신으로 군사적 행동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무책임한 내용을 말하면서 나에게 코멘트 요청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조나단 쳉 월스트리트저널 서울지부장은 기존 트윗을 삭제하면서 실수였다고 밝혔습니다. 조나단 쳉 지부장은 “NSC에서는 이 보도가 ‘근거 없고(unsourced) 출처가 불명확하며(unbylined) 거짓(untrue)’이라고 반박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결말: 한국 사설은 믿지 마라

외신기자와 트위터리안은 이번 사건을 전혀 근거 없는 보도이자, 번역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트위터 캡처

한겨레 사설이 보도되자 안나 파이필드 워싱턴 포스트 도쿄 지부장도 트위터에 언급하며“전혀 근거 없는 보도”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4년간 한겨레와 조선일보를 번역했다고 밝힌 한 트위터리안(@oranckay)은 “한겨레에서 번역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더 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트위터리안은 한국 사설을 있는 그대로 믿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한겨레의 사설과 영문판 보도는 단순히 번역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전쟁보다는 평화가 중요하다’는 사설에 담긴 뜻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검증 없이 보도하는 언론의 행태는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언론의 오보, 가짜뉴스, 왜곡 보도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그런지 한국에서는 이 사건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부 시민이 인터넷 게시판에 사건을 정리하는 글을 올리는 정도입니다.

이번 사건은 언론의 보도 하나가 얼마나 큰 외교적 파문을 불러오는지 잘 보여줍니다. 한겨레를 비롯한 다른 언론사가 보도의 무게감을 깨닫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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