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홍준표의 뻘소리를 외면하면 안 되는 이유

  • 입력 2018.01.25 16:04
  • 기자명 임예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준표 ‘가상화폐 시장 영업의 자유 보장돼야’ … 현장 목소리 청취, 조선일보

조선일보의 기사다. 내용은 별 거 없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생활 정치’의 첫걸음으로 가상화폐 관계자를 만나 의견에 들었다는 내용이다. 그냥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동향을 보도한 건조한 기사다.

관계자 “문재인 정부가 가상화폐를 바다 이야기와 다를 바 없는 도박사업으로 본다.

홍준표 “같은 논리라면 증권시장도 도박 아닌가. 전혀 동의할 수 없다.”

기사를 보면 홍 대표는 우파 정치인으로서 그럴듯한 목소리를 내는 것처럼 보인다. 기사에 따르면 그는 가상화폐 관계자에게 가상화폐의 기본 개념과 특징, 외국 입법례 등을 상세히 물으며 “민간자율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위 ‘스트레이트 기사(새로운 사실 등을 있는 그대로 작성한 기사)’는 보통 이렇게 뽑긴 한다. 문제는 홍 대표가 ‘가상화폐의 기본 개념’을 물은 게 굉장히 수준 미달이라는 거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기사엔 위 발언이 나온 상황을 정확하게 묘사하지 않는다. 같은 상황을 기사화한 머니투데이 the300의 기사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한다.

“(가상화폐를) 채굴한다는 게 뭔가. 어제 TV에서 보니 무허가로 채굴기를 들여와서 관세청에 압류가 된다던데. 금 캐듯이 하는 건가. 왜 그걸 하려면 전력이 많이 들고 컴퓨터를 써야 하나?”

(유시민 전 장관을 두고) “그 사람도 잘 몰라. 나 보다 더 몰라. 이야기 안 들어도 돼. 그 사람은 혼자 떠든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의 ‘가상화폐 학습기’, 머니투데이 the 300

당시 홍준표 대표의 발언은 가상화폐에 대한 개념을 묻는 게 아니었다. 초록검색창에 가상화폐만 쳐봤어도 저런 질문은 나오면 안 된다. 홍준표의 가상화폐에 대한 이해 수준은 심각한 수준으로 뒤떨어지는데 누구누구는(정확히 말해, 유시민) 가상화폐에 대해 잘 모르고 떠든다며 스스로 확인도 해보지 않은 사실을 진실인 양 내뱉었다. 그리고 언론은 이걸 가상화폐의 기본 개념을 묻는 거라 짧게 설명했다.

자유한국당 측에서 이걸 ‘생활 정치’나 ‘현장 목소리 청취’ 등으로 명명했을 수도 있을 거고 보통 이런 행보에 그런 이름을 붙여왔던 것도 사실이긴 하다.

문제는 홍준표는 이제껏 없던 스타일의 정치인이란 거다. 조선일보나 연합뉴스 등에서 나온 ‘현장 목소리 청취’, ‘생활 정치’ 등의 기사를 보면 홍준표가 얼마나, 해도 해도 너무할 정도로 ‘무식한’ 질문을 했는지 알 수 없다. 조선일보 위 기사의 경우에도 그 질문들을 ‘기본 개념을 상세히 물었다’는 긍정적인 문구로 포장해 퉁쳐 버린다. 가상화폐 채굴기가 금 캐는 거랑 비슷하냐는 질문이 정말 ‘현장 목소리’를 듣는 과정일까?

전 미국 언론이 트럼프 당선 때 냈던 반성의 목소리가 우리에게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같은 ‘미치광이’도 어쨌든 중립을 지켜 민주당 정치인이나 후보는 물론, 같은 당 정치인들과도 똑같이 ‘중립적으로’ 다루려 하다 보니 트럼프가 마치 ‘정상 후보’처럼 보이게 만들었다는 거다.

홍준표는 뻘소리도 잘 하고 막말도 잘 하고 범죄에 가까운 혐오 발언도 많이 하지만, 언론의 스트레이트 기사 속에선 그의 이런 문제들이 적당히 눙쳐져 버린다. 홍준표가 아무리 막말을 해도 ‘여야 대립’, ‘야당 대표의 반박’ 같은 틀 속에 끼워진다.

뿐만 아니라 홍준표가 뻘소리를 하는 건 사실상 상수인 까닭에 아무리 괴상한 소리를 해도 언론이 그다지 주목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막말하면 굉장한 뉴스지만, 홍준표가 막말하는 건 별일 아니니까, 심지어 보도도 잘 안 된다. 그렇게 홍준표도 ‘정상 정치인’으로 포장돼 가고 있는 건 아닐까?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