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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MB의 반가운 약속

  • 입력 2018.01.22 10:16
  • 기자명 김순종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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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녘에 떠오른다.” 헤겔의 저서 <법철학>에 나오는 말이다. 이 말은 지혜로운 평가는 일이 끝난 황혼녘에 가서야 가능하다는 의미다. 동시에 진실은 그 일의 끝에 가봐야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각종 의혹도 미네르바의 부엉이처럼 10여 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야 부상하고 있다. 마침내 진실의 윤곽이 드러날 때가 도래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부상하는 것’을 반기지 않는 모양이다. 이 전 대통령은 1월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적폐청산 검찰 수사는 정치공작이자 정치보복”이라면서 “재임 중 일어난 모든 일의 최종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밝혔다.

ⓒ민중의소리

검찰 수사가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의 진위는 이번 수사가 황혼녘에 치달아 진실이 밝혀질 때 판단할 수 있다. 다만, 그의 약속이 반갑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바로 그 약속.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여러 의혹의 수사 진행 상황은 모든 책임을 이 전 대통령이 져야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점치게 한다.

다스 실소유주 의혹과 관련해서는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인사들이 검찰에 자수서를 제출하고 여러 증언을 쏟아내고 있다.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은 최근 검찰에 “이 전 대통령의 지시로 대부기공(다스의 전신)이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다스 비자금 결재라인에 있었던 권 아무개 전 전무도 비슷한 자수서를 냈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의혹은 전직 국정원장들의 진술에 이어 김주성 전 기조실장의 증언까지 나온 상황이다. 김 전 기조실장은 2008년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에게 2억 원을 전달한 뒤 이 전 대통령과 독대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말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주장에 신빙성이 있는 것은 검찰이 2008년 당시 김주성 전 기조실장의 청와대 방문기록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 측은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17일 기자회견에 나선 이 전 대통령의 해명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측근들도 의혹을 부인하기 바쁘다.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공동대표는 지난 16일 CBS ‘정관용의 시사자키’에 출연해 이번 수사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MB가 ‘청와대 운영은 청와대 돈으로 해야지 일체 외부로부터 돈을 받지 말라’고 얘기한 걸 들었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은 돈 문제에 결벽증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지난 16일 MBC ‘양지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전 대통령은 다스의 주식을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며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실소유주라는 주장은) 우리 경제를 완벽하게 부인하는 우스꽝스러운 주장”이라고 밝혔다.

‘썰전’에 출연 중인 박형준 전 정무수석은 “(과거) 검찰과 특검의 조사 결과 다스는 이명박 대통령 것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며 “천안함 폭침, 김광석 사건과 마찬가지로 편향된 탐사 보도가 여론몰이를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스 실소유주 의혹, 국정원 특활비 유용 의혹의 실체는 검찰 조사가 황혼녘에 치닫기 전에는 판단할 수 없다.

문제는 이 전 대통령이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했던 발언에 있다.

“재임 중 일어난 모든 일의 최종책임은 저에게 있다.”

이미 이명박 정권 당시 일어난 국정원과 군의 선거·정치 개입 논란으로 관련자들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블랙리스트, 정치공작 의혹 등 다른 사안들에서 드러난 문제들도 기정사실로 판정될 가능성이 크다.

한데 이 전 대통령은 약속과 달리 이런 일들에 최종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그가 17일 했던 해명과 약속, 그 측근들의 변명에 믿음이 가지 않는 이유다.

그런데도 진실의 부엉이가 떠오를 그 황혼녘을 기다린다. 그들처럼 진실을 덮거나 진실을 자기 입맛에 걸맞게 왜곡하고 싶지 않은 까닭이다.

진실의 부엉이를 부둥켜안고 있는 사정 당국은 부디 이번만큼은 미네르바와 같은 현명하고 양심 있는 판단을 해주길 바란다. 그들의 지난 과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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