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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도 참는 것이 사회생활이라고요?

  • 입력 2018.01.12 10:17
  • 기자명 20time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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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오는 길에, 정말로 발을 삐끗했다.

하필이면 재작년에 다친 발목을 다시 삐었다. 도무지 학교를 갈 수준이 아니었다. 당연히 움직일 수가 없어서 병원에 갔다. 다음 수업 날, 진단서를 제출하자 교수님이 어디가 아팠냐고 물어보셨다. 발이 삐어서 병원에 좀 다녀왔다 했다.


"거 참, 매일 서 있는 나는 어떻겠니?"

교수님은 이런 사소한 것은 병결로 치지도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서류는 참고해보겠다고 하셨다. 졸업반인데 정신 차리라는 말을 들었다. 아직, 내가 너무 어린가 보다.

그 사람은 정말로, 사고를 당했다

사장님이 들어오셨다. 매우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 알고보니, 오후 알바가 사고를 당해 갈비뼈에 금이 간 것이다. 놀란것도 잠시, 사장님은 오후 알바에게 인증샷을 요구했다. 잠시 후, 사진이 도착했다. 알바는 병원복을 입고 침대에 누워있었다.


"야, 다리 부러졌어? 서서 커피 뽑는데 뭔 꾀병이야?"

오후 알바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수십번쯤 듣고 나서야 사장님은 전화를 끊었다. 결국 그 알바생은 다음 달에 잘렸다. 그 이후로, 몸이 아플때면 아픈 알바를 다그치던 사장님의 눈빛을 생각한다. 아마 이런게 사회 생활인가보다.

일어나는 순간, 정말로 몸이 너무 좋지 않았다

회사에 들어온 지 겨우 한 달이 넘었다. 출근하려고 겨우 옷을 입고 지하철을 탔다. 하지만 버틸 수가 없었다. 중간에 내려 화장실에서 토했다. 도저히 출근 시간까지 버티기 힘들었다.

"이해는 하는데, 그래서 얼굴도 안 비추겠다고?"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근처 약국에 가서 진통제를 샀다. 이런 게 사회생활이구나. 다시 회사로 향하는 지하철로 발을 옮겼다. 주책 맞게, 자꾸만 눈물이 났다.

정말로, 너무 빠르게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무언가 목덜미를 꽉 잡고 있는 기분이었다. 심장이 튀어나올 듯이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병원에 갈 수는 없었다. 대신해서 일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날은 정말인지 힘이 들었다. 병원에 간다고 말하자 팀장의 비꼬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 주임은 딱 바쁠 때만 골라 아프네~"

병원에 갔다. 갑작스럽게 혈압이 높아졌으니 잠시 안정을 취하고 가라고 했다. 링거를 맞은 손으로 회사에 문자를 쳤다. 이상하게, 손가락이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사람이 아픈 것은 죄가 아니다

초등학교 시절, 담임선생님은 개근상을 받은 친구를 칭찬하며 모두들 본받으라고 했다. 하지만 열이 39도까지 올라가도 학교에 오던 그 친구의 강박은 우리가 과연 본받을만한 종류의 것일까?

만약 아파도 참는 것이 사회 생활이라면, 나는 그런 예절은 지키고 싶지 않다. 정말로.

내가 나를 챙기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챙기지 않는다. ⓒinstagram, @y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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