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또 집안 잔치만 가득했던 2017년 연말 시상식

  • 입력 2018.01.02 14:23
  • 기자명 버락킴너의길을가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파 낭비라는 말이 떠올랐다. 2017년 연말도 어김없이 지상파 방송사들의 연예대상과 연기대상 이야기로 시끌벅적했다. 시상식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벤트로 자리 잡았지만,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많고 즐거움보다는 스트레스가 훨씬 더 크다.

언제부턴가 집안 잔치로 전락한 무의미한 쇼를 언제까지 봐야 하는지 괴롭기만 하다. 물론 나름대로 고민의 흔적이 보이기도 하고, 그레잇한 결정들도 눈에 띈다. 하지만 여전히 자충수라고밖에 볼 수 없는 스튜핏이 그득했다. 논란이 일 수밖에 없었다. 방송사별로 간단히 정리해봤다.

ⓒ오마이뉴스

MBC

[연예대상]

그레잇 : 열일했던 <나 혼자 산다> 팀은 인정

스튜핏 : <나 혼자 산다>밖에 없으면서 시상식을 굳이?

꼭 그래야만.. 했을까? 지난 9 4일부터 파업이 계속되고 있는 KBS가 연예대상을 취소하는 그레잇한 결정을 했다면, MBC굳이 연예대상을 열고야 말았다. KBS와 마찬가지로 장기 결방을 했던 MBC. 차라리 올해는 자숙의 의미로 쉬어갔다면 어땠을까. 모양새도 그편이 훨씬 좋지 않았을까.

무리한 연예대상 강행은 결국 <나 혼자 산다> 팀의 8관왕 싹쓸이로 이어졌다. 물론 한 해 동안 열일했던 <나 혼자 산다> 팀에게 그에 상응하는 상을 준 건 나쁘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러나 마땅한 경쟁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너무 뻔한 시상식이 된 건 아쉬웠다.

[연기대상]

그레잇 : 김상중 대상

스튜핏 : 윤균상, 최민수 무관 실화냐?

<역적> 김상중의 대상 수상은 소름 끼쳤던 연기력의 마땅한 결과다. 그러나 한편으론 MBC 드라마의 허약함을 보여준 대표적인 예이기도 했다.

<역적>에서 아모개 역을 맡았던 김상중은 주연이라기보단 홍길동(윤균상)에게 바통을 넘기는 서포트 역할이었다. 그럼에도 김상중이 대상을 수상했다는 건 그의 연기력이 뛰어났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달리 말하면 서포터만이 빛났다는 뜻이기도 하다. 2017 MBC 드라마가 얼마나 부진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그런가 하면 홍길동 역을 똑 부러지게 소화했던 윤균상은 무관에 그쳤다. <죽어야 사는 남자>의 최민수도 이름이 없었다. 납득하기 어려운 시상이었다.

SBS

[연예대상]

그레잇 : 없음

스튜핏 : 대상... 장난하나요?

칭찬할 점을 찾기 힘들 만큼 최악의 대상이었다. 2017년 한 해 동안 SBS에서 단연 돋보였던 예능 프로그램이 <미운 우리 새끼>인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최고 시청률 22.9%(닐슨 코리아 기준)을 기록할 만큼 시청률 면에서 압도적이었고, 화제성 면에서도 타 프로그램을 압도했다.

그 공이 어머니들(이선미, 지인숙, 이옥진, 임여순)에게 있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바이고, SBS 측에서 감사의 표시로 상을 주는 것도 이해가 됐다. 하지만 대상은 무리수였다. 게다가 그들은 대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SBS 입장에선 깜짝 쇼였겠지만 시청자들 입장에선 불쾌하기 충분했다.

[연기대상]

그레잇 : 딱히...

스튜핏 : 엄기준은 캐릭터 연기상이 전부? 수지가 최우수 연기상?

<피고인> 지성의 대상 수상은 사실상 예고돼 있던 만큼 논란의 여지가 적었다. 하지만 같은 작품에 출연했던 엄기준의 무관(올해의 캐릭터 연기상이 가당키나 한가?)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지성이 수상 소감에서 “<피고인>을 통해 만난 엄기준 씨. 함께 하면 많이 배웠다. 이 상 네 거다라고 고마움을 표시했지만 아쉬움은 강하게 남았다. 한편, 수지가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서 열심히 연기했던 건 맞지만, 최우수 연기상을 받을 정도였는지는 의아하다. 상의 척도가 연기가 아닌 인기가 된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KBS

KBS

[연예대상]

그레잇 : 시상식이 없어서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한 통장요정 김생민에겐 더할 나위 없는 기회라 아쉬움이 남겠지만(<무한도전>에서 올해의 인물상을 받았으니 그걸로 마음을 달래도록 하자), KBS가 연예대상을 취소한 건 내부 사정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현재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는 고대영 사장 퇴진 등 공영방송 정상화를 목표로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연기대상의 경우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간부 PD들이 준비했지만, 연예대상은 준비할 여력 자체가 없었다고 한다. 불필요한 전파 낭비가 없었다는 점에서 그레잇을 주고 싶다.

[연기대상]

그레잇 : 김영철, 천호진의 인정할 만한 공동대상

스튜핏 : 새벽 2시까지? 장나라가 우수연기상? 손호준 무관 실화? 유지태는?

<아버지가 이상해>의 김영철과 <황금빛 내 인생>의 천호진의 공동대상은 그동안 공동대상이 줬던 불쾌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충분히 납득할 만한 공동대상이었기에 시청자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2017년 마지막 날 21 15분에 시작한 시상식은 2018년 새해 첫날 새벽 2시까지 이어졌다. 무려 5시간 동안 계속된 네버엔딩 시상식은 시청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고백부부> 장나라가 우수 연기상을 받고 손호준이 무관에 그친 건 납득 불가였다. <매드독> 유지태의 이름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상한 시상식은 이제 그만

권위를 잃은 지상파 방송사의 연말 시상식. 집안 잔치로 전락한 나눠 먹기 시상식. 출석상, 인기상, 공동수상으로 얼룩진 우스꽝스러운 시상식. 매년 반복된 논란은 2017년에도 어김없었다.

언제까지 이 꼴을 지켜봐야 하는 걸까. 이쯤 되면 그 주체인 방송사들도 지치지 않을까? 자괴감이 들지 않을까? 차라리 시상식을 완전 폐지하든지, 그게 아니라면 방송 3사가 시상식을 통합하는 방안이라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2018년부터 그런 변화를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저작권자 © 직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