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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유린 견딜 수 있는 어리고 예쁜 분 지원 바랍니다”

  • 입력 2017.12.27 11:34
  • 수정 2017.12.27 14:58
  • 기자명 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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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대한민국 최고의 병원에 지원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본원은 수준 높은 연구와 진료로 세계 최고의 의료를 지향합니다. 인재를 존중하고, 혁신을 추구하며, 사회에 공헌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습니다만… 실은 인재 따위 필요 없고요, 혁신은 개뿔 관행이 곧 법인 거 아시죠? 그리고 온갖 비리에 연루되어 있답니다.

아무리 많이 뽑아도 줄줄이 나가서, 이번엔 좀 솔직하게 뽑아보려고요.

1. 사명감과 희생정신

첫 번째로요, 사명감과 희생정신! 정말 중요합니다.

이거 없으면 안 돼요. 왜 이렇게 강조하는지 다들 아시죠? (찡긋) 병원이 돈을 벌려면 인건비를 줄여야 하거든요. 이번에 장비 비싼 거로 장만하고 새 건물 짓느라 출혈이 무척 컸습니다. 아시다시피 병원에서 제일 많은 직종이 간호사잖아요? 그래서 간호사를 줄이면 티는 잘 안 나는데 돈이 엄청나게 굳습니다.

좀 힘들면 어때요? 사명감 있어야 버틸 수 있는 거 모르고 왔어요? 수십 기간에 돈은 왜 안주냐고요? 거참… 간호사는 원래 희생해야 하는 거 몰라요? 그래도 보람이 있잖아요, 보람이. 얼마나 고귀한 직업입니까.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이 자꾸 '돈, 돈' 거리면 어떡합니까? 모양 빠지게시리... 연장 수당이요? 거기 당신 나가세요.

2. 겁 많고 순응하는 인재

‘비판적 사고’를 가르치는 간호학과가 있다던데 그거 진짭니까? 그런 것 좀 가르치지 말라고 해야겠네. 우리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비판적인 사람이에요.

일하다가 욕도 먹고 맞을 수도 있는 거지, 꼭 그걸 따지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따로 불러다가 입막음을 해도, 꼭 소송 걸고 인터뷰하는 애들 있다니까? 작년에도 방송 나가는 바람에 얼마나 피곤했는지 압니까? 예전에는 너네 학교 출신 안 뽑는다고 협박하면 좀 먹히던데… 요즘 애들은 겁대가리가 없습니다. 자랑스러운 병원 간판에 먹칠하지 말고 조용히 다니세요.

그리고 참! 노조 활동 좀 제발 하지 마시고요. 노조 탄압하는 것도 힘들어 죽겠습니다.

3. 인권유린을 견디는 맷집

병원이 워낙 스트레스가 많은 곳이잖아요. 환자들도 예민하고 의료진도 그렇고… 이걸 어디 풀 데가 있어야 해요. 누군가는 그 스트레스를 받아줘야 한다고요. 그러니까 의사나 환자가 성희롱하거나 좀 함부로 대해도, 착한 여자들이 그냥 참아주세요.

남자들 원래 그러잖아요. 미국은 그런 일 있으면 바로 휴가 주고 회복될 때까지 격리한다고요? 아니 그럼 미국 가지 왜 여기 있습니까? 그리고 수술하는 외과 의사들이 폭언하고 때린다고 불만이 많던데, 워낙 특수한 환경이잖아요. 제대로 못 하니까 때렸겠죠. 인턴 레지던트들도 다 맞으면서 배워요. 그분들이 수술 한 번 할 때마다 병원 수익이 얼만데, 그 귀하신 분들께 어떻게 싫은 소릴 합니까? 다들 이해하시죠?

ⓒ연합뉴스

4. 묻지마 충성심

삼교대 하는 간호사들 힘든 거 압니다. 근데 의료법으로 정해진 간호 인력을 준수하려면 인건비가 너무 나가요. 삼교대 안정적으로 굴리려면 간호사 더 필요한 거 누가 모릅니까? 어차피 여자들끼리 있는 직장인데, 조금씩 배려하면 좋잖아요. 임신은 순서대로 한 명씩 하면 되고, 갑자기 누구 아프거나 그만두면 쉬는 날에도 나와서 일 좀 해주고. 얼마나 아름다워요? 그게 임신하거나 아프거나 그만두는 동료들 탓이지. 병원 탓은 아니잖습니까.

근무표 갑자기 바뀌고 오프 짤리는 거 아직도 적응 못 했어요? 허허… 언제 적응하시려나. 조직에 구멍이 숭숭 나도, 몸 바쳐 땜빵 하는 충성심이 있어야 승진하는 겁니다. 수간호사들 병원에 충성하는 것 좀 보고 배우세요.

5. 어리고 예쁜 간호사

솔직히 예쁜 여자 다 좋아하잖아요. 사람이 눈 달렸는데 외모 안 봅니까? 인터넷에도 보면 사람들이 “예쁜 간호사는 월급 더 줘라” 이러던데?

간호사가 예쁘면 환자 만족도가 엄청 높아요. 실수하고 기분 나빠도 예쁘면 뭐라고 못하잖아요. 그니까 환자도 좋고 간호사도 좋고 병원도 좋죠. 의료진 입장에서도 예쁘고 몸매 좋은 간호사 있으면 일할 맛 나거든요. 병원 행사 때 섹시댄스도 시켜야 하고, 회식 때 옆에 앉히면 술맛도 다르고…

매년 전국에서 몇천 명이 지원하는데, 솔직히 다 거기서 거기니까 스튜어디스처럼 외모를 많이 보는 편이죠. 가만 보면 예쁜 간호사가 일도 잘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세상 물정 모르고 어려야 막 굴릴 수 있잖아요. 사회생활 좀 해본 분들은 부려먹기가 피곤하거든. 그래서 경력직은 죄다 비정규직으로 뽑는 겁니다. 하하하!

자 이제 솔직하게 말했으니까, 견딜 수 있는 분들만 지원하세요! 그래도 전문직이잖아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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