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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한 ‘사랑의 온도’, 기부 민심이 얼어붙은 이유는?

  • 입력 2017.12.18 10:51
  • 수정 2017.12.18 16:32
  • 기자명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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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정말 춥네요. 날씨가 아니라 기부 민심이요. 정말 '꽝꽝' 얼었어요."

한파가 몰아닥친 올해 겨울 날씨보다 기부 민심이 싸늘했다. 올해도 '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는 연말연시 범국민 모금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모금 추이를 보여주는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 높이는 예년에 비해 유독 오르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사랑의 온도탑은 내년 1 31일까지의 목표액을 1% 달성하면 1 오른다. 올해 '희망 나눔 캠페인' 시작한 19일째인 이달 14 기준으로 수은주 높이는 '27.9'. 모금 목표액 3994억원 1113억원(27.9%)만 모인 것.

2015년에는 캠페인 17일째 사랑의 온도가 41.1도를 기록했고, 2014년에는 18일째에 41.5도였다. 하지만 올해는 동기간 대비 30%가량이나 모금이 부족한 상황이다. 대개 연말에는 사랑의 온도 50, 목표액의 50% 달성했는데 올해는 몹시 더디다.

뿐만 아니라 이 단체에 1억원 이상 기부한 고액 기부자 모임 '아너 소사이어티' 2007 12 창설한 이래 올해 처음으로 신입회원 증가 폭이 감소할 전망이다.

ⓒ연합뉴스

아너 소사이어티는 2008 6명으로 시작해 지난해 422명까지 매년 신입 회원 가입자 수가 조금씩 늘었다. 하지만 올해는 12 17일까지 258명만 가입해 10 만에 감소가 유력하다 총회원 1692, 누적 금액 1857억원으로 우리나라의 대표적 '노블레스 오블리주'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 감소는 기업인이나 유명인사 '부자'들의 기부도 위축됐다는 의미로도 읽을 있다.

사랑의열매뿐 아니라 아동·장애인 특정 사회적 약자 집단에 전문적으로 맞춤형 지원사업을 펼치는 중소 규모 재단은 운영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후원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아동복지 재단 관계자는 "특정 계층을 전문으로 하는 재단들은 단발적 기부보다는 정기후원 위주로 운영되는데, 정기후원 신규 가입자가 올해 많이 줄어서 내부적으로 심각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털어놨다.

NPO 관계자들은 기부 민심 악화의 이유로 올해 하반기 터진 '이영학 사건' 일련의 악재를 들었다. 여중생 살인범으로 논란을 일으킨 이영학은 '딸의 희소병 치료를 도와달라' 모은 10억원대 후원금 대부분을 차량 튜닝 등에 탕진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불우이웃을 돕는다며 128억 원의 기부금을 모아 해외여행, 요트파티를 한 단체 등이 적발되면서 기부단체에 대한 불신도 커졌다. 여기에 더해 '세월호 참사'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도 기부 감소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세월호 참사나 국정농단 사태 지난 정부에서 국가의 근간을 흔든 대형 사건의 여파로 우리 사회 전반의 '신뢰' 줄어든 것이다.

어린이재단 관계자는 "기부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본인이 생각하는 나름의 가치에 따라 하는 행위이므로 밑바탕에 신뢰가 깔려있다"라면서 "치명적인 '도덕적 해이' 사건들이 이어진 트라우마 때문에 서로 믿는 분위기가 퍼진 같다" 설명했다. 어느새 성큼 다가온 겨울, 사회에 가득한 불신과 한층 줄어든 기부로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은 올 겨울을 누구보다 춥게 보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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