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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최순실의 앵무새였다는 새로운 증거

  • 입력 2017.12.13 18:18
  • 수정 2018.04.24 15:29
  • 기자명 서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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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많은 사람이 ‘국정농단’의 주연 최순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연설문을 첨삭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 13일 최순실이 불러준 문장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대로 듣고 앵무새처럼 따라 읽었다는 증거가 추가로 발견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3일 서울중앙지법은 정호성 전 청와대비서관이 최순실과 통화한 녹음 파일을 법정에서 재생했다. 해당 파일은 정 전 비서관이 최순실이 국정에 깊이 개입한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제출했다. 앞서 정 전 비서관 본인의 재판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에서도 공개된 적이 있다.

최순실의 재판에서는 변호인 측이 녹음파일의 압수 과정과 진정성 등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파일 재생 등 증거조사 절차가 늦어졌다.

이날 법정에서 재생된 녹음파일 내용에 따르면 최순실은 2013년 말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논란과 관련해 정국이 어지러울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유럽 순방을 떠나려 하자 수석비서관 회의나 국무회의를 통해 당부 말을 남기고 떠나라고 제안했다.

최씨는 정 전 비서관에게 "외국 가시기 전에 대통령님이 기자회견이나 그런 식으로 얘기한 게 없었나"라며 "한 번 이렇게 부탁한다고 거론하고는 가셔야 할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

최씨는 "언제가 좋아요? 국무회의를 하든가…"라며 "당부의 말씀은 하고 가셔야지 그냥 훌쩍 가는 건 아닌 것 같아. 외국만 돌아다니시는 것 같아"라고 했다.

최씨의 제안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 나서기 전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일정이 잡혔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대통령의 모두발언은 언론에 당일 공개되며 통상 정국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하는 수단으로 여겨진다.

정 전 비서관은 최씨와 통화에서 "톤을 어떤 식으로…"라며 박 전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내놓을 메시지의 방향을 물었고, 최씨는 댓글 의혹 사건의 진상 규명에 대한 의지는 꼭 밝혀야 한다는 취지로 방향을 잡아줬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의 발언 문구를 직접 정 전 비서관에게 불러주기도 했다.

최씨는 “’내가 요구했음에도 계속 이렇게 예산을 묶어둔 채 가는 건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고 국민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1년 동안 이렇게 가는 것이, 야당한테 이게 진짜 국민을 위한 것인지 물어보고 싶다’ 이런 식으로 한 번 하고요”라고 제안했다. 야당이 예산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는 상황을 비판하는 취지였다.

녹음파일 속 대화 내용과 관련해 검찰은 "정호성은 각종 현안을 대통령 보고 전에 최씨에게 보고하고 최씨는 정호성에게 지시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의견을 국정에 반영한 사실이 확인된다”며 “대통령도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최씨 아이디어에 따라 국정 기조를 정했다는 건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당선시킨 유권자 모독에 가깝다”며 “최씨는 대통령의 숨은 조력자로, 대통령에 걸맞은 이야기나 조언을 한 것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씨도 "검찰은 제가 국정농단을 했다는 전제에서 이야기하는데, 대통령도 자기 국정철학이 있다. (검찰이) 대한민국을 우습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 의견을 개진했다고 국정농단이라는데, 다른 사람들도 의견을 낼 수 있다고 본다"면서 "전 국정에 개입한 적 없고 개입하고 싶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날 SK뇌물 사건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 측의 막판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14일 심리를 모두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날은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결심 공판이 한꺼번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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