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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에게 쏟아졌던 오보, 지금도 계속되는 오보

  • 입력 2017.12.13 11:26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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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이 올린 SNS 글을 검증 없이 기사화한 동아닷컴

12월 11일 동아닷컴에 ‘복직 박성호 기자, 신동호 저격 “기왕이면 사표 쓰시지”’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MBC에서 해직됐던 박성호 전 기자가 MBC 뉴스데스크 신임 앵커로 낙점되면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신동호 아나운서 국장을 저격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앞서 지난 11일 신동호 국장은 이번 MBC 인사 교체를 통해 국장직을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기사는 박성호 기자가 신 국장이 사임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으며 사임이 아닌 사퇴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사는 오보였습니다. 신 국장이 물러난다는 동아일보의 기사를 공유하고 ‘기왕이면 사표도 쓰시지’라는 글을 쓴 사람은 박 기자가 아니라 동명이인의 일반 시민이었습니다.

동아닷컴의 기사가 나오자 여러 매체는 앞다퉈 같은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원 기사가 오보이다 보니 당연히 다른 보도도 오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MBC 복직 박성호 기자, ‘기왕이면 사표도 쓰시지’ 신동호 저격” (매일경제)

“‘앵커 낙점’ 박성호 기자 ‘신동호, 기왕이면 사표도’” (데일리안)

“뉴스데스크 박성호 앵커, 신동호 국장 교체에 ‘기왕이면 사표도 쓰시지’” (아시아경제)

“복직 박성호 기자, 신동호 국장에 ‘기왕이면 사표도’ 일갈” (스포츠 서울)

이런 오보가 나오게 된 배경은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MBC 사장으로 임명되면서 과거 언론 부역자들에 대한 거취 문제가 관심사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언론은 이들의 싸움을 부추기려고 했고 때마침 MBC 기자와 같은 이름의 계정에 글이 올라오자 옳다구나 검증 없이 받아 쓴 것입니다.

사실 이런 식의 오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왜 오보는 계속되고 있을까요? 오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통해 언론이 여론을 어떻게 조작하려고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북한을 이용한 의도된 오보

▲ 연합뉴스는 트럼프 대통령과 페리 전 미국 국방 장관의 말을 오역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12월 6일 ‘페리 전 美국방 “北, 실전형 ICBM보유때까지 시험발사 안멈출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기사는 미국의 전 국방 장관이 무기 관련 세미나에서 ‘미국과 일본이 독립적인 핵전력을 갖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밝혔지만, 이 기사는 오보였습니다.

기사 보도 후 발언 당사자인 월리엄 페리 전 장관은 트위터에 연합뉴스와 조선일보 등을 지목하며 “나는 한국이든 일본이든 어떤 나라에서든 핵무기 배치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연합뉴스 워싱턴 특파원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서 기름을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Long gas lines forming in North Korea)라며 북한 상황이 ‘딱하다! (Too bad!)’고 말한 내용을 ’북한에 긴 가스관이 형성되고 있다’고 오역한 적도 있습니다.

물론, 오역의 이유는 다양합니다. 번역자의 단순 실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의도된 경우도 있습니다. 북한 관련 기사에서 유독 오역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는 ‘북풍’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북한을 이용해 사회의 위기감을 조성하는 수법은 일부 보수 언론사가 즐겨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오보라도 괜찮아, 노무현만 죽일 수 있다면

▲ 참여정부 시절, 조선일보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왜곡 보도했다.

언론의 오보 사례를 찾다 보면 제일 많이 나오는 언론사 중 하나가 조선일보입니다. 참여정부 시절 아니 훨씬 이전부터 조선일보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오보를 주기적으로 쏟아냈습니다.

2004년 조선일보는 ‘검찰 두 번은 갈아 마셨겠지만’이라는 제목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의 측근 비리 수사에 불만을 나타냈다고 보도했습니다. 검찰 수사권의 독립을 강조했던 노무현 대통령과 그 지지층을 흔드는 의도였습니다. 이때 조선일보는 기사가 오보였음을 인정하긴 했습니다. 해를 넘긴 2005년에서 말입니다. 조선일보는 “확인 결과 (갈아 마시겠다는) 발언을 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바로 잡는다”며 기사를 정정했습니다.

또한, 조선일보는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 책임 있습니다. 회피하지는 않겠습니다”라는 발언을 ‘민생파탄 책임 없다’고 책임을 전가한다는 의도로 보도했습니다. AP통신의 기사를 인용해 노무현 대통령이 ‘수개월 간에 걸친 비판’을 받았다고 보도했지만, AP통신 원문에는 노 대통령이 ‘악의적인 비판을 받았다’고 나와 있습니다.

속보 경쟁, 검증 따윈 필요 없어

▲ 메르스 사태 당시 보건복지부는 한국일보의 오보를 지적했다. 그러나 YTN은 해명 자료가 나온 뒤에도 오보를 냈다. 연합뉴스는 기상청 직원의 통지문을 검증 없이 보도했다.

어느 상황보다 정확한 정보가 중요한 재난 사고 때도 어김없이 오보가 등장했습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는 ‘전원 구조’라는 오보가 나와 국민의 분노를 유발했습니다.

메르스 사태가 터졌던 2015년 6월 11일 저녁 8시 30분경 YTN은 ‘메르스 감염 삼성병원 의사 사망’이라는 속보를 내보냈습니다. 메르스 감염 사망자 대부분이 노인이었기 때문에 젊은 의사의 사망 소식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줬습니다. 그러나 뒤늦게 YTN의 뉴스 속보는 오보였다고 밝혀졌습니다.

YTN보다 먼저 오보를 낸 언론도 있었습니다. 한국일보입니다. 한국일보는 오후 6시 33분 ‘메르스 감염 삼성서울병원 의사 뇌사’라고 보도했습니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8시 10분 해명자료를 배포했습니다. 그런데도 YTN은 검증 없이 8시 30분에 오보를 냈습니다.

2016년 연합뉴스는 강원도 횡성에서 6.5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속보를 쏟아냈습니다. 그러나 지진은 횡성이 아니라 에콰도르에서 발생했던 상황이었습니다. 기상청 직원이 실수로 보낸 통지문을 검증하지 않고 보도해서 난 오보입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은 포털사이트로 뉴스를 소비합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선 먼저 속보를 내는 언론사는 수십 만의 조회 수를 선점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사의 검증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오보

▲ 일부 해외 언론은 오보를 낸 기자에게 징계를 내린다. 또한, 방송사 사장 등은 오보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도 한다.

트럼프 관련 오보를 낸 미국 ABC 방송은 담당 기자였던 브라이언 로스에게 1개월 정직을 명령했습니다. 일본 니혼TV 사장은 허위 증언에 따른 단 한 건의 오보에 책임을 물어 사퇴했습니다. 정치인 성범죄 오보를 보도한 영국 공영방송 BBC 사장 조지 엔트위슬은 “방송국의 최고 편집권자로서 ‘뉴스나이트’가 보여준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의(unacceptable) 언론 보도에 대해 책임지고 사퇴하는 것이 명예로운 것이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습니다.

오보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한국 언론은 오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 누구도 제대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오보를 발견해도 알릴 방법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시민들은 캡처 또는 특정 사이트의 페이지를 영구 저장하는 방식 등으로 오보를 기록하고 공유합니다. 가짜 뉴스가 무분별하게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뉴스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눈과 판단력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언론이 오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수록 신뢰도는 떨어집니다. 언론의 바탕은 신뢰입니다. 더 이상 시민들은 신뢰 없는 언론을 원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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