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효꽈, 불뻡'이라고 마음껏 발음하세요

  • 입력 2017.12.07 10:16
  • 수정 2017.12.07 10:47
  • 기자명 낮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립국어원이 2017년 3분기 표준국어대사전 정보 수정 주요 내용을 공지했다. 이번에 수정된 낱말은 모두 40개다. 표제어 추가가 4개, 표제어 수정이 1개, 품사 수정이 8개, 뜻풀이 추가(관용어 포함)가 5개, 표제어 수정이 2개, 표제어 삭제가 2개, 발음 수정이 18개 등이다. 관련 내용을 살펴본다.

1. 표제어 추가

일부 명사 앞에 붙어 ‘그것이 이미 된’ 또는 ‘그것을 이미 한’의 뜻을 더하는 ‘기(旣)’를 접미사로 표제어에 추가했다. 그리고 ‘노랫말을 고치거나 다시 짓다’는 뜻의 ‘개사(改詞)’와 ‘길어지다’는 뜻의 ‘기다래지다’도 추가했다. 지난 대선토론회에서 문재인 후보가 홍준표 후보에게 건네서 논란이 있었던 ‘이보십시오’도 표제어로 추가됐다.

2. 품사 수정

흔히 형용사, 또는 보조형용사로 처리하던 몇몇 낱말을 동사, 또는 보조동사로 수정했다. ‘잘생기다, 잘나다, 못나다, 낡다01, 못생기다’는 형용사로 분류해 온 말인데 이번에 동사로 수정했다. 보조형용사로 분류했던 ‘빠지다02, 생기다, 터지다’ 따위도 보조동사로 바꾸었다.

이 품사 수정의 이유를 국어원은 “‘용언의 종결형에서 ‘-었-’이 형용사에 결합하면 ‘과거’의 의미가 드러나는데, ‘-었-’ 결합형이 ‘현재 상태’의 의미를 드러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형용사 ‘그립다’에 ‘-었-’이 결합되어 ‘그리웠다’로 쓰이면 ‘과거’의 의미가 드러난다. 그런데 이들 낱말, 이를테면 ‘잘생기다’를 ‘잘생겼다’로 쓰면 과거의 의미가 아니라 ‘현재 상태’의 의미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글쎄다. 그러나 국어 교사 출신인 나도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는 느낌이 있다. 동사가 ‘동작’을 나타내는 말인 반면 형용사는 ‘상태나 성질’을 의미하는 품사다. 형용사가 ‘명령형’과 ‘청유형’으로 활용할 수 없는 까닭이다. 그런 기준으로 보면 이번 품사 분류를 설명하는 것은 기존의 언어 감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3. 뜻풀이 추가

‘공부를 하다가 잠이 들었다’에서 쓰이는 것처럼 ‘어떤 동작이 진행되는 중에 다른 동작이 나타남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로 ‘다가03’의 뜻풀이를 더했다. ‘앞말이 가리키는 시기에 한 번씩’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로 ’마다04‘도 마찬가지.

‘컴퓨터 통신망이나 인터넷 게시판 따위에 글이 게시되다’는 뜻의 ‘올라오다’도 추가되었다. 인터넷 시대에 더해진 뜻이다. 그밖에 “‘꽃잎’을 달리 이르는 말”로서 ‘잎’, ‘자신에게 이익이 될 만한 사람과 관계를 맺다’는 뜻의 관용어 ‘줄을 대다’도 추가되었다.

4. 표제어 수정

‘화학제품’은 붙여 쓰던 말이었으나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나 붙여 쓸 수 있는 말’로 수정했다. 한자어 ‘미망인(未亡人)’은 수정 전에는 ‘아직 따라 죽지 못한 사람’이란 뜻으로 풀이하였으나 이번에 ‘남편을 여읜 여자’라는 뜻으로 바꾸었다. ‘한풀’도 ‘기운 등이 줄어드는 것’이란 뜻에서 ‘어느 정도의 기세나 기운’이라는 뜻으로 풀이가 바뀌었다.

'미망인'은 전형적인 전근대 시대의 남존여비 관념이 담긴 낱말이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는 대신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뜻만 풀이하는 걸로 바뀌었다.

5. 표제어 삭제

형용사 ‘곱다04’와 ‘굽다02’를 삭제했다. 둘 다 동사와 형용사로 풀이하고 있었던 것을 이번에 형용사 부분을 삭제한 것이다. 삭제 이유는 따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주로 동사로 쓰이는 현실을 감안한 게 아닌가 싶다.

6. 발음 수정

주로 된소리와 관련된 발음의 수정이다. 사잇소리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데도 된소리로 발음하는 한자어의 된소리 발음을 허용한 것과 된소리 발음을 예삿소리로도 발음할 수 있게 한 것 등이다. 예컨대 ‘관건’, ‘불법’, ‘교과’, ‘효과’ 등의 발음에서 된소리를 인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실제 언중들의 언어생활과는 다른 발음법을 이번에 바로잡은 셈이다.

그리고 ‘안간힘’, ‘인기척’ 등은 예삿소리 발음도 허용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강약’이나 ‘영영’처럼 ‘ㄴ첨가’된 발음을 허용하는 것, ‘밤이슬’이나 ‘연이율’처럼 ‘ㄴ첨가’뿐 아니라, 앞말의 받침이 뒤로 이어지는 발음도 허용한 것들이다.

이번 수정 내용은 다소간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을 듯하다. 국어를 가르치긴 했으나 해당 사항에 대한 공부가 짧아서 논란이 될 수 있는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지 못한다. 그 귀추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