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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식당에서도 한가지 메뉴만 먹는 당신에게

  • 입력 2017.12.04 15:31
  • 기자명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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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다이어트 콜라를 정말 많이 마십니다. 하루에 거의 2L씩 마시죠. 자랑스럽게 내세울 만한 습관은 아니지만 어쨌든 저는 그 맛에 완전히 길들여졌습니다.

검소한 경제학자로서 다이어트 콜라보다 더 싼 제품들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저처럼 거의 매일 구입하는 제품을 저렴한 대체재로 바꾸면 돈을 많이 아낄 수 있다는 것도 압니다. 그렇지만 저는 지금도 늘 마시던 그 다이어트 콜라만 마시고 있습니다.

왜 그러냐고요? 무턱대고 습관을 고수하려는 건 아닙니다. 저는 앞서 이 문제에 관해 골똘히 생각해봤습니다. 그리고 다이어트 콜라를 마시느라 쓰는 돈이 결코 비싸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절대적인 액수를 말하는 게 아니라 다이어트 콜라를 마시며 느끼는 행복함이 충분히 그 값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됐죠. ‘이 정도는 내 형편에 마셔도 괜찮다’ 정도의 결론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애석하게도 위의 사고과정에는 명백한 오류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대개 실생활에서 겪는 크고 작은 일에 충분한 실험 없이 무언가를 선택하고 결정을 내립니다. 제가 다이어트 콜라만 고집하는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유사 제품이 어떤지 한 번씩 마셔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은데도 실천하지 않습니다. 입맛에 맞는 저렴한 제품을 찾을 수도 있을 텐데 말이죠.

물론 똑같은 선택을 되풀이할 때의 장점도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고르고 고민하는 데 드는 시간과 수고를 건너뛸 수 있죠. 하지만 습관은 잠시 접어두고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 궁극적으로 새로운 습관을 들일 때 훨씬 더 큰 이득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효능이 똑 같은 복제약품을 두고도 여전히 이름 있는 브랜드 제품을 사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약국에서 약을 살 때 아스피린과 성분이 똑 같은 복제약과 아스피린 중 대부분 아스피린을 구입하는 경우에서도 볼 수 있죠. 복제약이 아스피린보다 훨씬 저렴한데도 말입니다. 성분이 똑같다는 건 과학자들이 여러 차례 실험을 통해 입증한 사실입니다.

복제약이 아니라도 사람들이 간단하게 확인해볼 수 있는 실험을 게을리한 탓에 현명하지 못한 결정을 내리는 사례는 많습니다. 지난 2014년 2월 5일 런던 지하철 노조가 48시간 부분 파업을 벌인 적이 있죠. 이틀 동안 열차는 몇 개의 역을 서지 않고 통과했습니다. 해당 역을 이용해 출퇴근하던 시민들은 어쩔 수 없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죠. 48시간의 파업이 끝난 뒤 시민들은 대부분 원래 하던 대로 해당 역을 이용했습니다. 파업 덕분에 새로운 경로를 찾아보고 아예 새로운 길로 출퇴근을 하기 시작한 사람은 5%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죠. 원래 평균 32분 걸리던 출퇴근 시간이 새로운 길로 가면 6분 40초 가량 단축되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더 오래 걸리는 원래 습관을 버리지 않은 겁니다. 만약 파업이 48시간이 아니라 더 길었다면 더 편리하고 빠른 길도 얼마든지 발견됐을 겁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사람들이 파업이 일어난 뒤에야 마지못해 실험에 착수했다는 점입니다. 즉, 사람들은 실험 자체를 꺼립니다. 예를 들어 제가 좋아해 즐겨 찾는 단골 식당을 생각해보면 의외로 아무리 많이 그곳에서 밥을 먹었어도 제가 먹은 메뉴의 종류는 다양하지 않습니다. 늘 먹는 것만 먹으니까요. 직장 주변에 점심을 해결할 만한 선택지가 상당히 많지만 저는 늘 가던 곳만 가는 편입니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현재, 지금 이 순간에 지나치게 많은 가치를 부여합니다. 그래서 무언가 고민하고 알아보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을 아깝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습관대로, 익숙한 결정을 내립니다. 새로운 걸 시도해보는 일은 그 자체로 고역일 때가 많습니다. 당장 시간을 쓰고 머리를 써서 고민을 해야 하는데, 아무리 새로운 결정이 더 좋은 선택이라고 해도 그에 따른 보상이 주어지는 건 미래의 일입니다. 눈 앞에 보이는, 손에 닿는 혜택이 아니면 좀처럼 와 닿지 않죠. 요리 솜씨가 뛰어난 걸 익히 아는 단골 식당인 만큼, 다른 메뉴도 시도해보고 싶긴 하지만 오늘도 그냥 늘 먹던 걸 먹자는 생각이 되풀이됩니다.

과신 때문에 새로운 결정을 못 내릴 때도 있습니다. 대개 머릿속에 대안을 먼저 그려보곤 하는데 이때 사람들은 직접 해보지도 않은 대안 또는 써보지도 않은 대체재가 어떨지 임의로 상상합니다. 그리고 그 상상이 맞다고 쉽게 단정합니다. 자신의 감을 너무 믿는 거죠.

마지막으로 우리는 무언가를 선택했을 때, 여러 가지 선택지 가운데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고 확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마트에서 장을 볼 때 저는 음료수 코너를 반드시 들르지만, 멈춰 서서 무엇을 살지 고민하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다른 제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다이어트 콜라를 장바구니에 담으니까요. 이 과정에는 어떤 고민도 개입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기업의 CEO나 정부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도 결정하기 전에 해볼 수 있는 실험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많은 사람의 생활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결정을 내리는 사람일수록 실험 부족으로 인해 치러야 하는 대가가 커집니다. 기업에서 사람을 뽑을 때 경영진은 대개 우리 회사에 ‘잘 맞는’ 인재의 조건을 미리 상정해놓고 서류를 보고 면접을 진행합니다. 하지만 이런 조건은 아무리 꼼꼼해봤자 아무런 실험을 거치지 않고 경영진의 머릿속에서 나온 기준일 때가 많습니다.

물론 우리 회사에 잘 맞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을 뽑는 건 모험이겠죠. 하지만 이는 머릿속으로 생각해 세운 기준이 틀렸음을 입증할 수 있는 실험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런 기준과 가치라는 것이 암암리에 특정 성별이나 특정 인종, 혹은 경제적, 문화적으로 중산층 이상의 집안에서 자란 사람들에게 유리하게 짜였다면 검증된 바 없는 기준을 토대로 사람을 뽑고 있는 셈입니다. 그만큼 일을 더 잘 할 수 있는 인재를 놓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정부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할 때도 실험을 하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은 문제입니다. 특히 사람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제에 관해 함부로 실험해볼 수 없는 상황이 있기도 하죠. 그럴 때는 특히 더 주저하게 되곤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냥 하던 대로 하는 게 제일 낫다는 안이함에 빠지는 것도 경계해야 합니다. 제대로 된 분석을 해보지도 않은 채 ‘현행 제도가 이렇게 된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야’라고 무턱대고 믿어버린다면 상당히 왜곡된 제도를 지키게 될지도 모릅니다.

무언가 다른 것을 새로이 해보지 않고서는 그것이 진정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실험을 해볼 수도 없고 결과를 인정하기도 힘들 것입니다.

이 자명한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첫걸음이고, 더 중요한 것은 이를 실천에 옮기는 것입니다. 하던 대로 하면 몸과 마음은 편하겠죠. 저는 조만간 다이어트 콜라 대신 다른 음료를 사 볼 생각입니다.

원문: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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