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날 수능 일주일 연기를 발표함에 따라 애초 시험장으로 지정됐던 학교는 예정대로 휴업하고, 시험장이 아니어도 학교장 재량 휴업이 결정된 학교도 그대로 휴업한다. 숭문고는 이날 오전 9시부터 4교시 수업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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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분위기를 띤 3학년 교실에서는 멍하니 정면을 응시하거나 친구들과 헛웃음을 짓는 학생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갑작스러운 시험 연기에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는지 책을 펴고 공부에 몰입하는 학생은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다.
바로 전날 결정된 수능시험 연기에 고3 수험생들의 반응은 두 부류로 갈렸다.
3학년 조모(18)군은 "수능 연기 소식을 듣고 화가 났다. 컨디션도 맞춰 놨는데 연기되니 진이 빠진다"며 "일주일 더 공부할 생각하니 짜증이 난다. 문제집 버린 친구들도 많은데 다시 뭘 공부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반면에 못다 한 시험 준비를 할 시간을 며칠 더 번 거니까 차라리 다행이라며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수험생도 있었다.
3학년 박모(18)군은 "처음에는 허탈했지만, 솔직히 아직 공부가 덜 마무리된 상태여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한다"며 "오늘 정상등교는 우리 학교가 시험장이 아니어서 그런 것 같은데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로구에 있는 세종과학고도 이날 등교시간을 30분 늦추고, 50분 수업을 40분으로 단축하는 방식으로 7교시 수업을 한다.
오전 8시를 전후해 등교하기 시작한 학생들은 "이게 뭐야. 진짜 수업 다 하는 거야?"라고 의아해하며 교실로 들어갔다.
2학년 최모(17)군은 "수능 때문에 어제 기숙사에서 나왔는데 연기되는 바람에 다시 등교하게 됐다"며 "사는 곳이 성북구라 학교까지 1시간 이상 걸리는데 정상등교 방침을 어젯밤 늦게 알게 돼 막막했다"고 말했다.
1학년 이모(16)군은 "등하교에 2시간 정도 걸리는 애들은 기숙사를 나왔다가 '멘붕'(멘탈 붕괴)됐다고 한다"며 "어젯밤 늦게 수능 연기 소식을 들어 단체 채팅방에서 오늘 정상수업 여부를 두고 말이 많았다"고 전했다.
다만 수시전형으로 이미 대학이 결정된 수험생과 학부모는 수능 연기 소식에 당혹스러워하면서도 한결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3학년 정모(18)양은 "이미 수시로 대학이 결정돼 큰 영향이 없고, 학교 특성상 반에 그런 친구들이 많다"며 "어제 늦게 소식을 들어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밝했다.
참고로 어제 일어난 지진 이후 원래 예정되었던 수능날(16일) 당일에도 여진은 계속됐다. 16일 0시 21분께 발생한 규모 2.4의 여진을 시작으로 이날만 8차례 땅이 흔들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본진의 여진은 이날 오전 9시 2분까지 총 41회나 발생했다. 이 가운데 4.0∼5.0 미만이 1회, 3.0∼4.0 미만이 2회, 2.0∼3.0 미만이 38회였다.
전날 교육부는 애초 이날 치를 예정이던 수능을 안전상의 문제로 일주일 뒤인 23일 시행하기로 했다. 재난재해로 인한 수능 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때문에 앞으로 예정된 수능 성적 통지일과 대입 일정도 미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