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라니_가해자인줄
최근 SNS에선 ‘#경찰이라니_가해자인줄’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참여자들은 가정폭력, 데이트 폭력, 스토킹, 성폭력 등 주로 여성을 대상으로 행해지는 폭력 사건에 대한 경찰의 부적절한 대처를 꼬집어 ‘경찰이 아니라 가해자인 줄 알았다’고 비판한다. 개인적인 경험부터 기사화된 사건들까지 다양한 사례가 끊임없이 제보되고 있다.
▲#경찰이라니_가해자인줄 해시태그 달고 트윗하는 이용자 ⓒ트위터 캡처
경찰에게 ‘왜 강간을 당하고 다니냐’는 듯이 훈계 당한 성폭행 피해자 이야기부터, ‘누가 할머니를 성추행해요?’라는 말로 모욕을 당한 고령의 성추행 피해자 이야기, ‘나도 애 아빠’라는 경찰에게 가정폭력 가해자를 이해해 달라 요구받은 피해자 이야기까지 있다. 트위터에선 해시태그 운동 시작 3일 만에 20만 건 이상의 관련 트윗이 기록됐다.
#경찰이라니_가해자인줄 해시태그 운동은 지난 2일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 피해자 비밀 보호시설(이하 쉼터)에서 일어난 사건 때문에 시작됐다. 이날 한 가해자 남성이 피해자를 찾아 비밀 쉼터에 침입했다. 쉼터 측 활동가들의 신고에 여성청소년계 경찰관이 출동했지만 그는 가해자를 임의동행해달라는 활동가들의 요구를 거부했다. “주거의 평온이 깨지지 않아서 안 된다”는 이유였다.
또한 쉼터 측은 경찰이 쉼터에 침입한 가해자를 오히려 (쉼터에 찾아온) 민원인이 아니냐며 두둔하거나, ‘나도 애가 있다’ 말하며 그에게 감정이입하는 태도까지 보였다고 설명했다. 결국 쉼터 측 활동가들은 가해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경찰의 도움 없이 입소자들을 피신시켜야 했다.
이후 사건이 공론화되자 분노한 네티즌들은 #경찰이라니_가해자인줄 운동을 시작했다. 참여자들은 쉼터 사건의 본질이 경찰 전반의 부실한 인권의식과 대처능력에 있다고 지적하며 자신이 보고 듣거나 직접 경험한 경찰의 부당대처 사례를 공유했다.
“오원춘 때와 다르지 않다” 국민청원도 게시
여성폭력 범죄에 대한 경찰의 부당대처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한샘 사건 등 기업 내 성폭력 사건이 공론화되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의심하거나 다그치는 등 2차 피해를 유발하는 성폭력 수사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가정폭력, 데이트 폭력의 경우에도 이야기가 많다. 폭력사건이 흔히 가정 안의 일이나 연인 간의 일이라 여겨져 아예 신고가 접수되지 않거나, 수사가 진행돼도 피해자 보호 조치가 잘 이루어지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지난 9일 성명을 통해 “여성청소년계 소속 경찰까지 가정폭력이 어떤 특성을 가진 범죄인지, 어떤 지원체계를 갖고 있는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그 누구도 모르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경찰이라니_가해자인줄 운동을 펼치고 있는 이들은 특히 오원춘 사건으로부터 무려 5년이 지났지만 여성폭력범죄에 대한 경찰의 인식과 대처가 여전히 턱없이 미흡하다고 주장한다. 쉼터 사건을 처음 보도한 한국여성의전화도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현재) 경찰의 대응은 (오원춘 사건과 비교해)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12년 오원춘 사건 당시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피해자의 신고에 담당 경찰은 급박한 상황에서 주소만 반복적으로 물어보다가 “부부싸움 같은데”라 말하며 미흡하게 대처했다. 결국 여성은 성폭행 뒤 살해당했다. 해당 녹취록이 공개되며 조현오 당시 경찰청장은 사퇴하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경찰을 대상으로 한 가정폭력, 성폭력 인식 재교육과 부적절한 대응의 처벌강화”를 청원하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청원을 올린 최초 게시자는 2일 쉼터에서 일어난 일을 가리켜 “부실하다 못해 가해자 시점으로까지 자리 잡은 현직 경찰의 인권의식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 비판했다.
또한 #경찰이라니_가해자인줄 운동을 언급하며 “피해담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고 이러한 현실에서 해당 사건이 단순히 일부 경찰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은 누가 봐도 알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