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여론 조작 지시 의혹을 받는 MB가 12일 바레인으로 출국했습니다. 수많은 기자와 ‘이명박 구속’을 외치는 시민들이 인천공항을 찾았습니다.
MB는 출국 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댓글 공작 혐의로 구속된 상황에 책임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상식에 벗어나는 질문을 하지 말라”며 오히려 역정을 냈습니다. (관련기사: [영상] “이명박 구속” 외침 뒤로 한 MB, 웃고는 있지만…)
그러나 과연 누가 상식에서 벗어나 있는 것인지 정리해봤습니다.
국론분열, 박정희-박근혜가 자주 사용했던 말
MB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에 대해 “국론을 분열시킬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국론분열’이라는 말이 과연 이 상황에 적합한 말일까요? 비슷한 방식으로 국론분열을 내세운 정치인 사례를 들어봅시다.
먼저 1975년 1월 1일 박정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중대 시국을 올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국론의 분열만을 일삼게 된다면 국가의 안전보장은 또다시 정권투쟁의 제물이 되어 북괴 공산주의자들의 재침을 자초하는 비극을 낳게 될 것”
그리고 2016년 2월 16일 박근혜씨는 국회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죠.
“북한이 각종 도발로 혼란을 야기하고 남남갈등을 조장하고 우리의 국론을 분열시키기 위한 선전·선동을 강화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국론분열이란 건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무슨 독재 국가도 아니고 전 국민의 생각이 똑같을 수가 있습니까? 그러나 위정자들은 국론분열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오히려 자신의 말만을 따르라고 강요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벌어지기 힘든 상황입니다.
댓글 공작, 민주주의를 파괴한 범죄
이동관 전 대통령홍보수석 비서관은 댓글 공작이 별거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MB를 옹호하며 그는 “문제가 된 댓글은 전체의 0.9%라는 것이 검찰이 제기한 자료에 나오고, 그중 절반만 법원이 받아들여 0.45%의 진실”이라고 말했죠.
일단 사실관계부터 틀렸습니다. 이태하 전 530심리전단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상주)는 댓글 9067건을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이는 전체 댓글 78만7200건의 ‘약 1.15%’입니다. 이 전 수석이 주장한 ‘0.45%’보다는 높은 수치죠.
단순히 댓글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SBS는 군 사이버사령부가 19대 총선 당시 여론 조작을 위해 단계별 대응을 준비했으며, 디데이를 총선 당일로 잡고 청와대와 회의를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단순히 여론을 움직이려 한 걸 넘어서 선거를 목표로 했다는 사실은 엄청난 위헌 행위입니다. 별거 아니라고 넘어갈 문제가 아닌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심각한 범죄입니다.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몰고 가는 자들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640만 불은 누구 겁니까”라며 “역대 전직 대통령의 구속 사유는 모두 거액의 돈 문제였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장 의원은 “코미디 같은 죄명으로 전직 대통령을 대역죄인으로 몰고 가고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황당한 일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선거로 당선된 입법부의 국회의원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를 ‘코미디 같은 죄명’이라 인식했습니다. 여기에 노무현 대통령을 물고 들어가는 치졸함까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장 의원이 비상식적인 생각과 글이 거대언론인 조선, 중앙, 동아일보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음은 세 언론이 MB 수사에 대해 다룬 기사 내용입니다.
<보복 악순환은 정치의 미래 망칠 것> (동아일보)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의 댓글에 불법적인 요소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댓글 활동 그 자체는 북한이 국경에 제한받지 않은 심리전 활동을 국내에서 강화하는 것에 속수무책인 상황에서 이뤄졌다.”
<여론재판 식으로 MB 수사 몰아가선 곤란하다> (중앙일보) ” 당시 급증하는 북한의 사이버 테러에 대응하기 위해 사이버전 전투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던 시기였다. 북한이 3만 명의 전자전 병력을 양성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고, 실제로 북한은 수차례 우리 정부 기관과 금융·언론기관에 대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시도했다. 중앙일보도 2012년 6월 9일 북한의 해킹으로 상당한 피해를 봤다.”
<민주당 ‘적폐 현황’ 문건, 도 넘은 정치 공격> (조선일보) “여당 대표가 이 전 대통령을 출국 금지시키자는 친노 지지층을 부추기는 상황에까지 왔다. 나라에 대립과 갈등의 쇳소리만 점점 커지게 될 게 뻔하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이 불법적인 요소가 있다고 해도 안보에 꼭 필요했다고 주장합니다. 이건 마치 박정희 시대에 안보를 위해 독재가 필요했다는 식의 논리입니다.
조선일보는 MB 출국 금지에 친노 지지층이라는 말을 갖다 붙입니다. 여기에 대립과 갈등이라는 어휘까지 들고나옵니다. 독재 시대에 어울리는 국론분열 프레임입니다.
자유한국당과 MB정권 부역자들, 그리고 조중동은 민주주의 파괴 범죄 행위에 대한 처벌을 ‘여론재판’ ’정치보복’이라는 말로 프레이밍 하고 있습니다.
범죄자들과 공범자들의 프레임에 시민들은 속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프레이밍 작업에 동조하는 세력을 더욱 철저히 수사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