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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코트에 없으면 공은 누가 줍냐고요? 오마이 갓!'

  • 입력 2017.11.10 18:25
  • 수정 2017.11.10 18:33
  • 기자명 영화 읽어주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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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극장가에서 빨리 막을 내릴 것 같지만, 그냥 사라지기엔 아까운 영화 4편을 소개합니다.

태국 영화, <옹박>만 상상하지 마라

ⓒ배드 지니어스

먼저 2일 개봉하는 <배드 지니어스>입니다. 태국에서 온 영화가 <옹박> 이후 다시 한번 관객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배드 지니어스>는 지금까지의 케이퍼 무비(범죄 영화의 하위장르 중 하나로 무언가를 강탈, 절도하는 모습과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는 영화)와는 다른 색다른 내용으로 관객을 압도합니다. 바로 대입시험 불법 유출을 소재로 했다는 점이죠.

작품을 직접 쓴 나타우트 폰피리야 감독은 대학 입시에서 10대 청소년들이 속임수를 쓰는 방법을 정교하게 보여줍니다. 이것은 마치 <소셜 네트워크> 등을 쓴 아론 소킨의 극작술에서 볼 수 있는 쫄깃함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초반부터 영화는 비싼 사립학교에 장학금을 받고 들어간 린(추티몬 추엥차로엔수키잉)이 어떻게 친구 그레이스(에이샤 호수완)에게 시험지 답안을 전달하는지, 그 모습을 긴장감 넘치게 보여줍니다. ‘흙수저’인 린은 차츰 자신이 학교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시험 답안 불법유출 계획을 '피아노'와 연관해 실행하게 됩니다.

ⓒ배드 지니어스

그렇게 출발한 영화는 기막힌 클라이맥스를 보여줍니다. 호주로 날아가 STIC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통해 대규모 금액을 베팅한 것이죠. 먼저 시험을 호주에서 보고, 그 답안을 모두 외운 후 쉬는 시간에 스마트폰을 몰래 사용해 태국에 답안을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그 장면에서 펼쳐지는 일련의 쇼트는 스릴러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서스펜스를 마음껏 느끼게 해줍니다.

빠른 음악과 카메라 촬영 구도, 주인공의 과장된 표정이 모두 완벽합니다. 그렇다고 단순히 범죄의 결과를 미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영화를 즐기기에도 충분합니다.

유화 60만 점으로 재탄생한 '빈센트 반 고흐'

ⓒ러빙 빈센트

두 번째 영화는 9일 개봉하는 <러빙 빈센트>입니다. 전 세계가 사랑하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미스터리한 죽음을 모티브로, 그의 마스터피스 130여 점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재현한 세계 최초의 유화 애니메이션입니다. 반 고흐는 후기 인상파의 거장으로, 강렬한 색채와 필치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든 화가죠.

이번 영화의 제작에 참여한 화가들은 정식으로 미술을 공부한 화가들부터 요리사, 스페인어 교사, 클래식 자동차 복원가까지 다양한 분야에 활동했던 아티스트들이죠.

ⓒ러빙 빈센트

제작진은 전 세계에서 모인 유화 화가들이 오롯이 그림 작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페인팅 애니메이션 워크스테이션을 마련해줬습니다. 유화 화가들은 페인팅 디자인팀부터 캐릭터 디자인 2개의 팀으로 나뉘어 2년에 걸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페인팅 디자인 팀은 배우들의 촬영에 앞서 1년에 걸쳐 반 고흐의 그림을 영화의 형식으로 재구성했고, 페인팅 디자인팀은 영화 속 움직이는 모든 장면을 붓 놀림, 채색 등으로 일치시켜 그림을 그리는 방법으로 애니메이션화 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화가들은 실제로 카메라 앞에서 연기한 배우들을 반 고흐의 초상화 속 인물에게 맞도록 재구성했습니다.

한편, 작품을 연출한 도로타 코비엘라 감독은 반 고흐의 작품과 그가 남긴 편지에 깊은 관심을 가졌고, 2분가량의 짧은 단편을 제작하며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이후 휴 웰치맨 감독이 "사람들이 열광하는 반 고흐를 제대로 보여주자"라며 장편 제작을 제의했고, 프로젝트는 시작됐습니다.

엠마 스톤, 이번에는 '레즈비언 페미니스트'다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

세 번째 영화는 16일 개봉하는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입니다. 양기자가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람한 후 박수를 쳤던 작품이죠. 올해 <라라랜드>로 첫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엠마 스톤이 이번엔 실화 바탕 영화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로 2년 연속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 도전에 나섭니다. 아직 후보가 발표되진 않았지만, 미국 현지 매체에서는 유력 후보군에 엠마 스톤이 거론되고 있죠.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은 1973년 여자 테니스 세계랭킹 1위인 빌리 진 킹(엠마 스톤)과 전 남자 테니스 챔피언이자 자칭 남성 우월주의자인 바비 릭스(스티브 카렐)의 대결을 바탕으로 한 실화 영화입니다. 테니스 성 대결을 바탕으로 했지만, 이 영화는 조나단 데이턴, 발레리 패리스라는 두 남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죠. 빌리 진 킹은 남성과 여성의 테니스 우승 상금이 동등하지 않다는 문제를 제기하며, WTA(여자 프로 테니스연맹)를 창설하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

"여성은 주방과 침실에만 있어야 한다", "여성도 테니스 코트에 있을 수 있다. 공을 줍는 역할로" 등 미국의 현 대통령인 트럼프가 선거운동 내뱉었던 발언과 유사한 여성 비하 발언이 끊임없이 등장합니다. 그 가운데 빌리 진 킹은 바비의 대척점에 선 레즈비언 페미니스트로 등장합니다. 실제로 체중을 늘리며 작품에 출연한 엠마 스톤은 빌리 진 킹 역할을 신체 연기와 대사 등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합니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영원하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


마지막 영화는 미국에서 11월 10일 개봉하는 <오리엔트 특급 살인>입니다. 이스탄불에서 런던으로 향하는 초호화 열차 안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집니다. 알리바이를 지닌 13명의 용의자와 이를 파헤치는 탐정 에르큘 포와로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요.

<셜록 홈즈>의 아서 코난 도일과 더불어 추리소설의 황금기를 연 애거서 크리스티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했습니다. 원작 소설은 달리는 기차 안에서 벌어진 밀실 살인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와 회색 뇌세포를 이용해 인간 심리를 꿰뚫는 탐정 에르큘 포와로의 추리,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 등이 섬세한 문체와 어우러집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포위된 연합군을 탈출시키려 하는 볼튼 사령관으로 묵직한 연기를 선보인 캐네스 브래너가 직접 감독 겸 주인공 에르큘 포와로로 출연합니다. 그의 고전 각색 연출력이 이번 작품에서 얼마나 유감없이 발휘될까요?

ⓒ오리엔트 특급 살인

그뿐만 아니라 <귀향>으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페넬로페 크루즈, 두 차례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윌렘 대포, <셰익스피어 인 러브>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주디 덴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3차례 후보에 오른 조니 뎁, <마더!>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가 유력해진 미셸 파이퍼, <겨울왕국>의 올라프, 조시 게드, <스타워즈> 시리즈의 레이, 데이지 리들리 등 출연 배우들 이름만 들어도 기대감이 올라가는 작품입니다. 특히나 고급스럽고 매혹적인 의상, 초호화 오리엔트 특급 열차를 고스란히 옮긴 세트도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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