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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참 괴롭히기'가 없어지지 않는 이유

  • 입력 2017.11.09 18:19
  • 수정 2017.11.09 18:20
  • 기자명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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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가을,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에 입학한 17살의 오스카 부즈는 심한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그는 타바스코스를 세 번이나 마셔야 했고 그보다 덩치가 훨씬 큰 친구와 복싱 경기를 해야만 했는데요. 경기가 끝난 후 그는 쓰러졌고 집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했습니다.

오스카 부즈의 죽음에 국회 조사위원회가 구성됐고, 전국적 관심으로 떠올랐습니다. 의회는 그의 죽음이 웨스트포인트의 책임은 아니라고 결론 지었지만 학교를 신랄하게 평가했습니다. 국회의원인 에드문드 드릭스는 이들을 다음과 같이 비난했습니다.

“(그 행사는) 잔인하고 상스러우며 가증스러우며 수치스러우며 파렴치하며 불명예스러우며 극악무도하며 경멸할 만하며 평판이 나쁘며 사악하며 혐오할 만하며 무도하며 창피하며 부끄러워해야 하며 뻔뻔하며 아주 비열하며 악하다”

“(the hazing) was atrocious, base, detestable, disgraceful, dishonourable, disreputable, heinous, ignominious, ill-famed, nefarious, odious, outrageous, scandalous, shameful, shameless, villainous, and wicked.”

웨스트포인트 역시 이 일을 수치스럽게 여겼고, 군 상부는 이를 확실하게 없애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2015년, 선배들이 지시한 ‘베개 싸움’에서 최소 30명의 신입생들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베개 속에 무거운 물건을 넣은 몇몇 학생 때문에 신입생들이 부상을 입게 된 것이라는 소문도 있습니다. 그 중 24명의 학생들이 머리에 상처를 입었습니다.

‘괴롭히기’ 또는 ‘군기 잡기’ 문화는 집단에 새로 들어오는 이들에게 모욕과 부끄러움을 줍니다. 무모한 일에 도전하게 만들기도 하죠. 이 문화는 전 세계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또한, 사회적 계층과도 무관하며 거리 위의 갱부터 고위층 클럽까지 다양한 집단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군기 잡기는 신참이 모욕감을 느끼고 굴복하는 모습을 보일 때까지 계속 됩니다.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 대학의 인류학자 알도 치미노는 신참의 신고식에는 몇 가지의 특징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강압적이고 일방적이며 긴 시간 함께 해야 하는 집단에서 발견된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왜 이토록 신참들을 괴롭히는 걸까요?

1962년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는 ‘인지 부조화’라는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사람에게 자신의 믿음과 태도, 행동이 일치하도록 하려는 충동이 있다는 내용인데요.

심리학자 엘리엇 애론손과 주드슨 밀스는 이 이론을 기반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한 집단의 입회식에서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12개의 외설적인 단어와 두 가지의 성적인 묘사를 소리 내어 읽게 했습니다. 나머지 한 그룹에게는 성과 연관된 5개의 단어를 소리 내어 읽게 했습니다.

입회식을 치른 후 두 그룹에게 ‘성의 심리학’과 관련된 녹음을 들려주며 토론의 시간을 갖게 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토론이 얼마나 만족스러웠는지 물었습니다. 그 결과 강한 외설적인 단어를 소리 내어 읽은 그룹이 토론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습니다.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토론의 외설적 강도가 높았던 그룹에서는 힘들게 참여한 토론에 대해 재미없다는 부조화를 만들고 싶지 않은 심리가 작용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부조화 이론은 신참 괴롭히기를 당한 이들이 그 집단에 애착을 두게 되는 이유를 설명해주는데요.

옥스포드 대학의 인지 인류학자 하비 화이트하우스는 함께 힘든 경험을 겪은 이들은 ‘사회적 애착’을 공유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매운 고추를 먹거나 차가운 물에 손을 집어 넣는 등 고통스러운 행동을 함께 한 이들일수록 친근해지며 서로에게 관대해진다는 것인데요.

연구자들은 신참을 괴롭히는 행동을 인간의 진화적 관점에서도 해석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인류학자 리차드 소시스와 코네티컷 대학의 에릭 브레슬러는 19세기의 미국 신앙촌들에 관한 연구에서 까다로운 입회 조건을 내건 종교 집단일수록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더 오래 지속되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또한, 특정한 집단은 역사가 오래 될수록 부와 지위 등 다양한 자원을 축적하게 되는데요. 집단의 구성원들은 이러한 축적에 기여하지 않은 신참들이 아무 대가 없이 집단에 합류하는 것을 참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신참들을 괴롭혀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이죠.

신참 괴롭히기를 통해 기존 멤버들의 지위는 더욱 강화됩니다. 연구자들은 이런 진화적 과정을 통해 ‘인간이 신참을 의도적으로 괴롭히는 심리적 기제’를 가지게 됐다고 주장합니다.

신참 괴롭히기는 모든 문화권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왔는데요. 신참 괴롭히기 문화가 가진 위험 요소를 줄여 나가면서 집단에게 이로운 새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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