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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백만원이 1억5천만원으로 불어난 불법 대출의 마법

  • 입력 2017.11.08 14:25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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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대부업체의 명함형 전단지, 허위로 대부업체 등록번호를 기재하거나 종교를 내세워 선량한 업체로 위장한다.

경기 침체로 매출이 오르지 않아 고민하던 자영업자 김씨는 어느 날 길거리에서 대출 전단지를 받았습니다. 임대료와 공과금 등 나갈 돈이 많아 답답하던 김씨는 대출 전단에 적힌 문구를 꼼꼼하게 읽어봤습니다.

흔히 걱정하는 불법 사채업자가 아니라 등록번호도 있는 정식 대부업체로 보였습니다. 김씨는 전단지에 있는 대부업체를 찾아가 500만 원을 대출받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대부업체 측에서는 대출금의 4%인 20만 원을 공증료 명목으로 공제하더니 선이자 16만 원을 빼고 464만 원만 빌려줬습니다.

계약서를 살펴보니 이자는 20%로 총 600만 원을 1일 8만 원씩 75일 동안 갚는 조건이었습니다. 연 이자율로 따져보니 259%에 달했습니다. 대출을 취소하고 싶어도 이미 공증료와 선이자가 나갔고, 일수 장부를 찍어야 한다는 이유로 거절당했습니다.

그러나 김씨는 대출금의 10%가량을 제외하고 받은 돈으로는 이자를 내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김씨는 매일 갚아야 하는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해, 대출업체로부터 협박을 당하기 시작했습니다.

대부업체는 김씨에게 일명 ‘꺾기’ 대출을 권유했습니다. 김씨는 다른 곳에서 대출을 받아 연체 이자 등을 갚으라는 협박을 견디지 못해 무려 12번의 대출을 받아야 했습니다.

김씨가 ‘꺾기’ 대출로 받은 금액은 총 1억5천4백만 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수수료 384만 원과 선이자 664만 원 등을 제외하고도 연이율 200%가 넘는 이자 때문에 정작 원금은 제대로 갚지도 못했습니다. 대출 전단지 보고 빌린 500만 원이 불과 3년 만에 1억5천만 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연 3,256% 이자에 불법 수수료까지 챙긴 불법 대부업체

▲기업형 불법대부업체에서 압수한 각종 대부업 전단지와 일수통장, 체크카드 ⓒ서울시특별사법경찰

흔히 불법 대출이나 사채업자의 돈을 쓰는 사람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러나 돈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 입장에서는 당장 백만 원이라도 누가 빌려주기만 한다면 높은 이자라도 감당해야 합니다. 하지만 일반 은행 같은 제도권 금융기관에서는 단돈 만 원도 대출받을 수 없는 현실입니다.

불법 대부업체들은 영세 자영업자, 저신용자 등 금융권에서 정상적으로 돈을 빌릴 수 없는 이런 서민들을 노리고 마치 등록대부업체를 가장해 영업했습니다.

지난 10월 31일 서울시 특별사법경찰은 불법 대부업체를 가장해 총 77억 원을 불법으로 대출해준 일당 9명을 검거하고 이중 주범 1명을 구속했다고 밝혔습니다.

불법 대부업체 일당 9명은 서민 263명을 대상으로 총 1,241회에 걸쳐 77억 원을 불법으로 대출해줬습니다.

이들은 법정이자율(27.9%)의 100배가 넘는 살인적인 이자율(최대 연 3,256%)을 적용하면서, 수수료 명목으로 2억6천8백만 원, 선이자 명목으로 4억4천4백만 원 등을 공제하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수익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꺾기'까지 강요, 무자비했던 불법 대부업체

▲기업협 불법대부업소에서 압수한 대부 거래 약정서. 이율, 상환 기간 등의 항목이 공란이다. ⓒ서울시특별사법경찰

불법 대부업체에 대한 단속이 심해지자 대부업법 위반 처분 전력으로 대부업등록이 불가능한 주범 이모씨는 일명 ‘총알받이’라는 사무실을 운영했습니다.

이모씨는 타인 명의의 대부업등록증을 이용해 행정기관의 단속을 피하면서, 별도의 사무실을 통해 불법대부 업무를 진행했습니다.

대출신청자들은 이 사무실을 정식 업체로 알고 왔지만, 결국 불법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려 고금리 채무의 덫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씨 일당은 채무자가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한밤중에 전화를 하는 등의 불법 추심을 일삼았습니다. 이들은 대출상환의 편리 명목으로 대출신청자의 체크카드를 요구해 소지하면서 대출금 회수에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채무자가 연체이자를 갚지 못하면 기존 대출에 추가로 금액을 빌려 연체 이자로 충당하도록 하는 일명 ‘꺾기’도 강요했습니다. 피해자들은 계속되는 꺾기로 도저히 갚을 수 없을 정도로 채무액이 늘어나 심각한 고통을 받았습니다.

고금리 불법 대부업체, 신고 또는 상담으로 해결해야

서울시 특별사법경찰은 2년 전 최초로 불법 대부업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 이후 인터넷 대출 중개사이트를 이용한 불법 대출, 휴대폰 소액 대출, 지방세 카드깡 대출, 스마트폰 대출 등 여러 유형의 불법대부업자 총 112명을 입건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의 이런 노력에도 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제적 취약층을 노린 고금리 대부업체의 불법 행위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시 ‘눈물그만’ 사이트에서는 대부업체 등록 여부와 함께 대부업 피해 상담과 신고를 할 수 있다. ⓒ서울시홈페이지

서울시(경제진흥본부 공정경제과)는 2016년부터 불법대부업 피해상담센터를 개설해 피해 상담, 구제방법, 소장 작성 등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강필영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장은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체크카드 제출을 요구하거나, 대부업 계약서를 배부하지 않고, 대부업 계약서 작성 시 대부금액, 이율, 상환 기간 등을 자필로 작성토록 하지 않는 업소는 불법 대부업소일 가능성이 높다”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대출을 받으려는 대부업체의 등록 허가 여부는 서울시의 ‘눈물그만’ 사이트나 한국대부금융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조회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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