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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못 하는 상사의 특징을 엑기스만 모았다

  • 입력 2017.11.02 13:37
  • 수정 2017.11.02 15:16
  • 기자명 남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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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공연구소에서 일어난 전설적인 일을 알고 있다. 7년간 근무한 친구가 해준 '전설적인 상사' 이야기다. 3년 차에 책 한 권 낸 것 빼고는 지방일간지 칼럼 연재 몇 번 쓴 게 업무 전부인 15년차 A씨, 아버지 상을 핑계로 폭음을 시작하더니 으레 오전에는 책상 위에 다리를 올려놓고 자는 B씨, 근로장학생에게 업무를 떠넘기고 책상에서 뜨개질을 하는 C씨.

상사가 매일 이러고 있다면...?

일을 못 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 헷갈리긴 하지만 오늘은 A, B, C씨 같은 ‘일 못 하는 사람이야기다. 그들을 다룬 수많은 글을 읽고 한 줄 정리하자면 “일을 못 하는 사람들은 참으로 제각각이고 일을 못 하는 이유도 참으로 다양하다”는 점이다.

일본 직장인들의 처세와 고민 상담 글을 모아놓은 5세컨즈라는 사이트에 흥미로운 칼럼이 올라왔다. 제목은 “일 못 하는 상사의 특징”이다. ‘저렇게나 일을 못 하는데 어떻게 진급을 했지?’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상사들의 특징을 모았다고 한다.

일 못 하는 상사의 특징

첫째, 누가 뭐라고 하건 상사에게만 좋은 평가를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한다.

이런 상사를 내가 전에 근무하던 사무실에서는 ‘자전거’라고 불렀다. 앞만 쳐다보고 페달을 막 밟는 모습이 진급만을 바라보고 부하를 닦달하고 갈구는 모습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둘째, 문제가 생기면 바닥에 납작 엎드려 모든 것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린다.

3년 전 옆 사무실 실장이 딱 이런 모습이었다. 그는 기관장이 연석회의에서 실적 미달을 이유로 대노했을 때도, 부하가 무능을 지적하며 대놓고 손가락질할 때도 입을 꾹 다문 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대답하라며 다그쳐도 반응이나 미동 없이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직원들은 그런 상태를 ‘금강불괴’라고 불렀다.

셋째, 밤을 새워 안 되는 일이 없고 휴일에 일하면 못 할 일이 없다고 믿는다.

밤을 새우고 휴일에 일하면 당연히 성과가 오를 것이다. 일의 효율이나 개인의 보람은 낮아지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럼 그걸 모르는 것인가? 아니다. 자신의 부하는 ‘보람도 없고 효율도 낮지만 밤새도록 일하고 휴일에도 일하는 사람’ 즉, 노예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넷째, 적재적소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보직이 사람을 만든다’고 강조한다.

직장 사회에 떠도는 말 중에 ‘보직이 사람 만든다’는 말이 있다. 업무가 고된 곳으로 가게 된 사람을 격려할 때 주로 쓴다. 이런 경우라면 괜찮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어떤 어려운 일이든 하다 보면 다 할 수 있다’는 뉘앙스로 쓴다. 이는 적재적소라는 운영의 원칙과 배치된다. ‘무슨 일이든 하다 보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건 주먹구구식이다. 경영이나 관리와는 동떨어진 사고방식, 태도다.

다섯째, 목표가 없고 불평불만이 많다.

제대로 잘 읽어야 한다. ‘①목표가 없고 + ②불평불만이 많다’고 했다. ‘①목표가 없지만’ 일 잘 하는 상사도 많다. 장기 목표나 비전을 제시할 능력은 없더라도 묵묵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할 수는 있기 때문이다. ‘②불평불만이 많지만’ 일 잘 하는 상사도 많다. 회사의 상황, 윗사람의 지시가 맘에 안 들기는 하지만 자신만의 뚜렷한 목표가 있다면 업무를 등한시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①목표가 없고 + ②불평불만이 많다’여서는 곤란하다. 이런 사람은 제대로 일도 하지 않으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스트레스까지 주는 타입이다.

생각만 해도 괴롭다... ⓒ미생

일 못 하는 상사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문제는 이렇게 일 못 하는 상사들에게 어떻게 대응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 대응은 상사가 일을 못 하더라도 부서의 목표 혹은 내 일의 목표가 잘 달성되도록 하는 방법일 수 있다. 또는 그런 상사로부터 스트레스를 하지 않고 내 일에만 신경 쓰는 노하우일 수도 있다.

첫째,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일 못 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을 때 그것을 어떻게 해야만 하는 부류가 있다. 일을 왜 그렇게 못하냐고 톡 쏴주든 이렇게 저렇게 해보라고 조언을 해주든 말이다. 이런 부류는 통상 상대가 자신이 바라는 대로 되지 않으면 계속 신경을 쓰고 스트레스를 받는 타입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것, 내가 생각하는 기준에 도달하도록 바꾸고 싶은 것도 결국은 개인의 욕심이다. 그러니 내 일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면 신경을 쓰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둘째,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떠세요?’ 하고 부드럽게 조언하는 것이다.

앞에서 ‘내 일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면’ 신경 쓰지 않는 것도 좋다고 했는데 그건 ‘내 일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면’ 신경을 써야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동료나 부하가 일을 못 한다면 단도직입적으로 실수를 지적하거나 해야 할 일을 지시할 수 있다. 그러나 일을 못 하는 것이 상사에게는 그렇게 할 수 없을 때가 많다. 이럴 땐 웃으면서 부드러운 말로 권유해보자. 실은 이게 굉장히 어려운 처세술이다. 상사에게 부드럽게 조언하는 능력은 다른 곳에서도 유용할 것이다.


칭찬한다고 돈 안 든다. ⓒjtbc



셋째, 칭찬하자.

그래. 차라리 칭찬하자. 일을 못 하는데 살아남았고 거기에다가 진급을 했다. 그리고 진급을 해서 상위 직급을 맡았는데도 여전히 일을 못 한다면 당신의 상사는 일을 잘 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 어차피 내가 신경을 쓰든 안 쓰든, 부드럽게 조언을 하든 악을 쓰며 비난하든 그 상사의 업무 능력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칭찬하자. 그렇게 하면 최소한 인간관계라도 망치지 않을 수 있다. 아니면, 춤이라도 추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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