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스리랑카 교과서에도 '박(朴)비어천가'가 있다?

  • 입력 2017.10.28 10:54
  • 수정 2017.10.28 11:01
  • 기자명 박다영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마이뉴스

지난 정부 때 낯뜨거운 ‘박(朴)비어천가’가 많고 많았지만 그 흔적은 아직 지우지 못했습니다. 이번엔 스리랑카 고등학교 역사교과서입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치적을 과대홍보하는 내용이 들어있는데요. 그런데 왜 하필 스리랑카 교과서였을까요?

우선 이 교과서의 자료 출처는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입니다. 국정교과서의 대표 집필진이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은 "한중연이 자료를 제공해 만든 스리랑카 고등학교 역사교과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치적을 과대홍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연합뉴스

이 부교재는 한중연이 '한국 바로 알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자료를 보내고, 이를 바탕으로 스리랑카 국가교육원이 한국사를 다룬 책입니다. 박 의원은 "역사 파트에서 고대부터 1953년 휴전협정까지 다룬 뒤 이후 역사는 바로 박정희 정부로 건너뛰어 기술했다"며 "'경제성장'이라는 별도의 파트로 4페이지를 기술했는데, 이 가운데 3페이지 반이 박정희 정부의 치적을 다룬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내용을 봐도 '박 전 대통령이 한강의 기적에 큰 공헌을 했다'고 쓰는 등 경제성장이 박 전 대통령 때문에 가능했다는 식으로 서술했다"며 "IT(정보기술)산업 발전 등 김대중 정부의 성과나 그 이후 경제성장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른 나라도 많은데 왜 스리랑카였을까요? 조금만 들여다보면 답은 나옵니다. 스리랑카는 북한, 베트남, 몽골처럼 국정교과서를 사용하는 대표 나라입니다. 그리고 전 대통령 마힌다 라자팍사는 정권을 잡은 후 삼권분립을 무너뜨린 독재자입니다.

ⓒbbc

스리랑카의 역사 교과서에서는 현대사 부분은 극히 짧습니다. 1978년 이후의 현대사는 아예 없다고 말해도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스리랑카의 타밀족이 분리 독립 운동을 일으키게 되는 차별 정책들이나 반군단체 테러나 암살 등 주요 사건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습니다. [오마이뉴스, 1978년에서 멈춘 스리랑카 교과서]

스리랑카 역사교과서에 박정희 전 대통령 치적으로 도배된 건, 단순히 박근혜 정부의 홍보 사업 때문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역사를 지우고 싶었던' 두 대통령의 말하지 않아도 아는 통(通)함일지도요. 다행히, 마힌다 라자팍사는 박근혜보다 2년 먼저 그 자리를 내려왔습니다. 아니, 우리가 2년 늦은 걸까요.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