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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때 꼭 주워 먹게 되는 과자에 대해 알아보자

  • 입력 2017.10.26 10:31
  • 수정 2020.09.22 23:56
  • 기자명 박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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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하다 하다 오물거릴 과자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있네요. 아무 맥락 없이 어그로나 끌려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프로젝트를 할 때 주로 클라이언트 사무실에 컴퓨터를 들고 가서 거기 직원들처럼 일합니다. 자연스레 탕비실도 종종 이용했고, 그들의 주전부리를 함께 나누며 진정한 식구로 거듭나곤 했습니다. 그런데 미팅을 비롯해 여러 회사를 가보니 묘한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도대체 왜! 하나같이 탕비실엔 마가렛트가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기시감인가 싶어 다른 기억들을 떠올려봐도 마가렛트는 어디에나 존재했습니다. 롯데와 회사 간 모종의 MOU가 있는 것도 아닐 텐데, 죄다 비슷한 과자가 있는 것을 보고 생각했습니다.

마가렛트는 왜 항상 회사에 상주하는가. 혹시 직원인가?

아, 이것이 진정한 브랜딩의 참모습이구나. 물론 헛소리입니다만, 조금 생각해보면 이렇습니다. 브랜딩은 대상에 대한 이미지와 선입견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 심리적 베이스가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은 사실 '의도적 구매'가 아닌(고가의 카메라, 노트북과 같은 정보기반의 선택이 아닌) '습관적 구매'입니다.

그냥 아무 이유 없이 구매하는 것만큼 무시무시한 브랜디드 콘텐츠가 또 있겠습니까. 물론 맥심같이 그냥 싸고 혜자스러워서 구매하는 합리적 선택도 있겠지만, 5만 원어치 과자를 사와야 할 때 장바구니에 담기는 과자의 종류는 놀랍게도 얼추 비슷한 것들입니다. 아마도 우리 마음속엔 ‘사무실용 과자, 행사장용 과자’로 분류되는 듯합니다. 어쩌면 고대 인류 조상으로부터 흘러 내려온 DNA에 마가렛트의 고소함이 흐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무의식중에 ‘그냥 집어먹는’ 사무실 안의 과자 및 주전부리를 고찰해보기로 했습니다. (어, 참 대단하다) 개인 취향이 가득하니 ‘그냥 그런가 보다’하는 관점에서 봐주시면 즐거울 것 같습니다.


사무실용 꽈자

1. 오징어집/양파링/자갈치 패거리

농부의 마음 패거리들.

이 녀석들은 너무 와작거립니다. 계속 먹다 보면 입천장이 까지고 혓바늘이 돋죠.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뒷면에 '아빠의 술안주로도 좋은~'이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과자야 아무 때나 먹으면 되는 건데 굳이 본인의 TPO를 규정해놓은 것도 재미있습니다. 얘네들은 하나같이 짭조름합니다. 입이 심심할 때 먹으면 아주 맛있지만, 지나치게 와작거려서 동료의 신경을 거슬리게 할 수도 있습니다.

덧. 알새우칩은 케첩에 찍어 먹어야 맛있습니다.

2. 홈런볼느님

존맛.

가성비가 창렬스러운 홈런볼느님은 보통 한 봉지에 23~24개 정도 들어있습니다. 큰 홈런볼 번들용이 4개들이 홈런볼보다 11개 정도가 적다는 오유의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그러니 낱개로 사도록 합시다. 재수가 좋으면 27개까지 득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량은 같으므로 초코가 덜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여튼 홈런볼은 일단 조용히 한 알씩 생각 없이 먹기 좋습니다. 게다가 지구를 파괴하지만 편리한 플라스틱 용기가 있어서 부스럭거리지 않아도 될 일이죠. 아주 훌륭한 업무용 과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이 떨어질 때 고소함과 초코초코함을 한 번에 충족시켜주면서 뇌 내의 다량의 도파민을 분출시킵니다.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고 잠이 깨는 듯한 느낌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졸라 맛있음.

3. 편의점 팝콘

이놈들은 악마다, 악마야.

팝콘은 신이 허락한 마약과도 같습니다. 특히 콘소메와 어니언맛 팝콘은 아주 대단한 중독성을 보여주죠. 와작거림의 정도도 덜하고 양념 된 팝콘을 먹고 나서 몰래 손가락을 빨아먹으면 아주 기가 막힌 불량한 시즈닝 맛을 느끼면서 혀르가즘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단점은 자꾸 땅에 흘린다는 것과 이에 옥수수 껍질 등이 낄 수 있고, 가끔 혓바늘이 돋거나 입이 텁텁해진다는 점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자꾸 손에 시즈닝이 묻어서 키보드가 개판이 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장점은 가성비가 엄청나다는 것입니다. 편의점에선 1천 원에 온종일 와작거릴 수 있는 거대한 양의 팝콘을 구매할 수 있죠.

4. 예감

뭔가 항상 있음.

얘는 꼭 하나씩 있더라고요. 특히 치즈그라탕 맛은 거의 무조건적이었습니다. 혹시 여러분 사무실에도? 예감은 일단 튀기지 않았다는 문구로 뭔가 건강할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칼로리는 별 차이가 없다는 함정이 있습니다. 와작거리긴 하지만 하나씩 넣고 오물거리거나 녹여 먹을 수도 있습니다. 양은 감질나지만 동료와 나눠 먹기 편한 형태로 되어 있어서 오고 가는 예감 속에 꽃피는 애사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4. 고구마깡/꿀꽈배기/감자깡 일당

주로 얘네들은 묶음 판매를 합니다. 그래서 먹고 싶지 않은 감자깡이 자꾸 딸려오죠. 하지만 놀라운 것은 고구마깡과 감자깡은 내 돈 주고 사먹지는 않지만, 막상 까놓으면 한두 개 씩 집어먹게 된다는 점입니다. 더욱 신기한 건 한 두 개 먹다 보면 계속 먹을 수밖에 없는 담배 못지않은 중독성이죠.

5. 뽀또/애플잼쿠키/초코칩쿠키

하아… 마성의 뽀또, 치즈 맛. 이건 정말 절대 내 돈 주고 사 먹지 않는데, 있으면 하나씩 꼭 까먹게 됩니다. 애플잼쿠키와 초코칩쿠키도 그러하죠. 아마 이 녀석들의 매출 중 70%는 직장인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럴 거면 그냥 B2B 영업을 하는 게...

뽀또는 먹으면 어금니 안쪽에 자꾸 뭉쳐서 낍니다. 일하다가 자꾸 혀를 안쪽으로 넣어서 이상한 표정을 짓게 되죠. 초코칩과 애플잼도 그렇습니다. 덤으로 엄마손파이가 등장하는데, 주로 엄마손은 행사장 테이블에 많더라고요. 그래서 행사장 과자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6. 콘칩/포테토칩/카라멜콘+메이플

커져서 먹기 힘들어짐...

뭔가 고대의 유물 같은 아재과자이지만, 심심할 때 와작거리기엔 또 이만한 것들이 없습니다. 단점이라면 자꾸 손에 가루가 묻는다는 것이랄까요. 카라멜콘은 원래 땅콩이 7개 정도 바닥에 깔린 것이 매력이었는데 이젠 땅콩이 사라지고 왕창 커져서 한입에 넣기 힘들어졌습니다. 이 녀석들을 동시에 먹으면 단짠단짠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마치 맛의 교향곡을 타고 어깨춤을 추며 저 하늘 너머 뭉게구름을 밟고 잠시 신선이 된 느낌과 같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일장춘몽입니다. 이내 입이 텁텁해지며 혓바늘을 감수해야 합니다. 심하게 와작거리므로 옆 동료와 나눠 먹어야 합니다. 동료애를 고취하는 멋진 아이템입니다.

7. 참붕어빵/뻥이요/신짱

정확하게는 뻥이요 골드.

의문이 하나 있습니다. 참붕어빵은 심심치 않게 보이더라고요. 근데 정작 먹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며칠 지나면 또 없어져 있어! 사무실엔 참붕어빵 요정이 사는 게 분명합니다. 뻥이요는 팝콘을 대신하는 유용한 과자입니다.

양이 혜자스럽고, 가루가 묻어나지 않아 깔끔하게 하나씩 먹을 수 있죠. 하지만 하나씩 먹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대다수 손에 담아서 털어 넣죠. 남녀노소, 신입경력, 대표, 인턴 할 것 없이 뻥이요는 털어 넣는 것이 진리입니다. 버터 맛이 아주 고소해서 계속 들어갑니다. 신짱도 그러합니다. 신짱은 가끔 입천장을 어택해서 피와 함께 버무려진 맛을 느낄 수도 있는데, 종종 느껴지는 검은깨의 고소함이 우리를 마치 깻잎 밭으로 인도하는 느낌입니다.

8. 키도/레돈도/크리스피

얘 이름이 레돈도라고 합니다. 처음 알았네...

요즘에 외국 과자 판매점이 많아서 손쉽게 외국과자를 살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키도,레돈도, 크리스피 감자(미용실에서 서비스로 주는)칩입니다. 당연히 양이 혜자스럽고 한입에 조금씩 먹을 수 있는 업무 최적화 아이템입니다. 더불어 뭔가 사다 놓으면 트렌디한 회사문화를 보여줄 수 있어서(도대체 왜..?) 스타트업 중에는 외국과자가 즐비한 곳들이 꽤 있었습니다.

9. 기타 이상한 과자들(노브랜드 초코칩, 펑리수, 젤리)

가성비가 지리는 노브랜드나, 코스트코 치즈볼 등을 쟁여놓고 먹는 곳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휴가철이 끝난 9월 초 정도가 되면 회사에 펑리수 같은 대만에서 온 파인애플과자나 일본 와사비 과자들이 쌓여 있더라고요. 취향에 따라 젤리데이나 하리보, 마시멜로를 둔 곳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이런 것들은 탕비실보다는 자기 자리의 두 번째 서랍에 많이 있더라고요.

행사용 꽈자

사무실에만 과자가 있는 게 아닙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소규모 행사 때 테이블에 올려진, 또는 미팅이나 강의장 뒤편에 비치된 주전부리입니다. 행사용 과자 세트가 있는 듯한 느낌이 있는데 생각나는 대로 써봤습니다.

그래… 완전체다 이거 완전.

카스타드/쿠크다스 조합

반드시 있습니다. 고구마맛, 통밀맛, 초코맛 그냥 오리지날도 있습니다. 소리 없이 오물거리며 먹기 좋습니다. 하지만 소리가 나지 않는다고 그냥 먹으면 목이 막힙니다. 반드시 맥심 화이트골드 커피믹스나 동서 현미녹차가 있어야 합니다. 쿠크다스는 얼마나 봉지를 찢다가 과자가 깨지거나, 부스러기가 흘리는 상황이 많은지 ‘뜯는 방법’이 두 번이나 설명돼 있습니다. 양이 창렬스러워서 많이 구비할 수 없는 귀족과자입니다.

아이비/에이스 조합

무조건 동서맥심 화이트골드 또는 모카골드 각입니다. 김연아와 이나영의 대결이죠. 찍어먹으면 그 진가는 두 배가 되는데 너무 오래 담그고 있으면 에이스가 녹아서 커피 속으로 빠져버립니다. 의도치 않게 신개념 수프를 먹을 수 있을 수 있으니 아주 살짝만 커피에 찍도록 합시다. 주로 강의나 미팅 때 많이 있는데 조용히 먹을 수 있고 포장이 4, 5개 단위라 일회용 접시에 쌓아두기 좋은 이유인 듯합니다.

마가렛트/빅파이/후렌치파이 조합

말이 필요 없는 행사를 위한, 행사에 의한, 행사의 과자들입니다. 후렌치파이 딸기 맛이 가장 잘 팔립니다. 그다음이 후렌치파이 사과맛, 마가렛트, 빅파이 순이더라고요. 빅파이는 목 맥혀서 많이 안 먹습니다. 초콜릿이 이에 끼기도 하고.

오레오/롯데샌드/초코하임 조합

하아... 이것 또한 전설의 삼위일체죠. 가끔 크라운산도 딸기 맛이 꼽사리를 끼기도 합니다. 롯데샌드, 평소에 돈 주고 사 먹은 적 있나요? 하지만 행사장에선 왠지 하나씩 손에 쥐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깔끔하게 하나씩 입에 넣을 수 있고 생각보다 많이 와작거리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면 행사장 과자는 거의 와작 소리가 나지 않는 조용하고 매너 있는 과자들이 많습니다.

오예스/초코파이

군대도 아니고, 행사장에만 오면 오예스를 하나씩 먹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이상하게 초코파이는 손을 잘 안 대는 느낌입니다. 쫀득거리는 마시멜로우 때문에 뭔가 베어먹기가 불편해서 그런 걸까요. 오초 조합은 올드한 느낌이 강해서, 요즘 행사장에선 자취를 감추고 있는 근대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촉촉한초코칩/칙촉/다이제 조합

초코초코 콤보가 등장했습니다! 제일 먼저 사라지는 선호도 1순위 조합이죠. 하지만 다이제는 뭔가 거대한 통밀과자와 초코 코팅이 부담스러운 탓인지 쉽게 집어먹지 않더라고요. 하나씩 뜯어먹기가 힘든 패키징이라서 그런 듯합니다. 그러나 요즘은 3개가 한 봉지로 구성된 빌어먹을 질소 포장 덕분에 행사장 과자로 그 위상을 넓혀가고 계십니다.

야채크래커/제크/하비스트 조합

잘 안 먹음.

과자라는 것이 참으로 그렇습니다. 사람이 먹는 낙이라도 있어야 즐겁게 일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잔뜩 사놓고 와작와작 먹긴 하는데, 막상 먹고 싶어서 먹는다기보단 있으니까 먹는 경우가 훨씬 많은 것 같습니다. 주로 이러한 과자는 하모니 마트나 롯데마트 등에서 많이 구매하게 됩니다. 한 번에 5만 원어치 구매해서 2주 정도 오물거리는 거죠.

ⓒKBS

'최후 통첩'이라는 이름의 경제 심리를 증명하는 게임이 있습니다. 상호 간의 제안과 거래를 통해 이익을 취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흥미진진한 게임이죠. 재미있는 것은 이 최후 통첩 게임을 진행하는 환경, 그러니까 테이블 위에 놓인 몇 가지의 소품만으로도 사람은 크게 다른 선택을 한다는 점입니다.

펜과 종이, 시계 등이 올려진 사무실 느낌의 테이블에선 매우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선택을 주로 하죠. 감정적 손해를 보더라도 조금의 이익을 취하는 쪽으로 행동을 하는 경향이 높습니다. 하지만 액자, 꽃병, 양초 등이 올려진 일상생활 느낌의 테이블에서는 감정적인 선택을 훨씬 많이 합니다. 상대의 제안이 기분 나쁘면 약간의 이익도 포기해버리고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죠.

이처럼 사람은 주변의 환경, 그것도 단 몇 개의 소품만으로도 심리적 프레임과 행동의 패턴이 달라지곤 합니다. 사무실에 터줏대감처럼 자리한 늘 사 오던 과자들도 어쩌면 우리의 행동을 규정하는 그 몇 개의 소품 중 하나가 되어있는 것은 아닐까요?

다음번엔 과자를 담은 장바구니를 한 번 빤히 쳐다보는 것도 재미있겠습니다. 또 평소에는 잘 사지 않던 녀석을 덥석 구입하는 것도 흥미진진한 경험을 선사할 겁니다.

(단 참붕어빵은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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