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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수족관 고래들이 치통 앓는 이유

  • 입력 2017.10.16 13:30
  • 기자명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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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CL 이하

위의 사진에서 무언가를 찾으셨나요?

해당 사진은 동물 학대 관련 포스터입니다. 축구공과 대걸레로 표현된 강아지의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각종 매체와 SNS 등에 무분별하게 게재되는 자극적인 동물 학대 소식은 오히려 동물 학대에 무감각해지는 역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해당 포스터는 ‘함부로 대하지 말라’, ‘방치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한 방에 전해주며 동물 복지 문제를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얼마 전,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동물이 본래의 습성을 유지하며 정상적으로 살 수 있게 관리하는 '동물복지농장'이 다시 한번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도 '선진국형 친환경 동물복지농장 확대'에 힘쓰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입니다.

현재 또 하나의 동물 관련 소식이 동물 복지 문제에 불을 붙이고 있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고래입니다. 사람들에게 붙잡혀 인공적인 환경에서 살아가는 수족관 고래들. 이 고래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12일 뉴스 허브 등 뉴질랜드 언론에서 고래들이 인간과 마찬가지로 치통에 시달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연구 결과를 전했습니다. 해당 연구는 스페인과 미국 등지 수족관의 범고래 29마리를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존 젯 미국 스텟슨 대학교수는 “모든 고래의 이가 손상돼 있었고, 아랫니 손상 정도는 보통에서 심한 경우가 65% 이상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고래들의 이가 손상된 이유는 “콘크리트나 쇠로 된 탱크 표면을 씹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연구를 진행한 고래들의 61% 이상은 이에 구멍이 뚫린 상태로, 이 안에 있던 부드러운 펄프 조직이 제거된 상태였는데요. 이에 구멍이 뚫린 채로 살아가야 하는 고래들은 평생 감염과 질병의 고통을 겪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제프 벤터 박사는 “이에 구멍이 날 경우 부러지기도 쉬우며 이 손상이 사람들에게 잡혀 사는 고래들의 가장 큰 비극이며,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이어 그는 “만성적인 항생제 요법으로 고래의 면역체계를 해칠 위험성도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고래의 두 번째와 세 번째 아랫니의 60% 이상이 부러져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으며, 이는 이에 생긴 구멍이 가장 큰 원인으로 밝혀졌습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야생 고래를 연구해온 뉴질랜드 고래 전문가 잉그리드 비서 박사는 “사람들이 고래를 수족관에 가두는 것이 고래에게 치명적이라는 걸 알고 있다. 이번 연구는 고래의 건강과 복지가 어떻게 손상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고래 이의 뿌리가 크고 사람들과 비슷한 신경체계를 가지고 있다”며 “고래들이 이 손상으로 받는 고통은 엄청날 것이다. 갇힌 고래들의 이가 야생의 고래들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많이 손상된 상태다”라고 밝혔습니다.

모든 인간이 윤리적 책임을 갖고 동물을 대하는 그날, 언제쯤 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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