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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을 믿는다는 건 어쩌면 다른 신을 믿는 것이다

  • 입력 2017.10.13 17:00
  • 기자명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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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타 트랙 5: 최후의 결전’에서 커크 선장이 엔터프라이즈호를 빼앗으려는 신에게 “도대체 어떤 신이 우주선을 원하는 거지?”라고 묻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영화 '스타 트랙5:최후의 결전' 스틸 컷 (이하)

얼마 전 한 컨퍼런스에서 커크 선장 역의 윌리엄 샤트너를 만나 해당 장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는 영화의 본래 줄거리가 동료들과 함께 ‘신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우주여행을 통해 신을 찾는다는 발상은 종교인을 불쾌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제작진은 신이 아닌 사악한 악령이 신을 흉내 내는 것으로 스토리를 수정했다고 합니다.

과연 자연의 힘과 물질을 감지하도록 설계된 우주선이 초자연적 범주의 신을 발견한다는 설정 자체가 가능할까요? 오래 전 한 칼럼에서 “신과 진화한 외계 지성을 구분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신을 쫓는 여행’이라는 스타 트랙의 본래 줄거리는 신과 비슷한 능력을 갖춘 '외계 지성을 쫓는 여행'으로 표현해야 합니다.

몇 가지 숨은 내용을 살펴보면, 과학 역사학자 스티븐 J. 딕은 1982년 출간한 <세계의 복수성(Plurality of Worlds)>에서 아이작 뉴턴이 중세의 영적 세계를 기계적 우주로 바꾸면서 발생한 빈 공간이 현대의 외계 지성 탐색으로 대체됐다고 설명했습니다.

1995년 물리학자 폴 데이비스는 저서 <우리는 혼자일까? (Are We Alone?)>에서 “오늘날 외계인 탐색 연구의 바탕에는 고대의 종교적 추구와 같은 것이 존재한다”는 우려를 내비친 바 있습니다.

2006년 역사학자 조지 바실라 또한 본인이 출간한 <우리 우주의 문명화된 생명(Civilized Life in the Universe)>에서 “우수한 능력을 가진 외계의 존재는 새로운 것도, 과학적인 것도 아니다. 이는 종교에서 오래전부터 다룬 개념이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최근 이러한 가설의 실험적 증거로, 노스다코타 주립대학의 심리학자 클레이 러틀리지는 2017년 학술지 <동기와 정서(Motivation and Emotion)>에 신앙과 외계 지성에 대한 믿음 사이에 반비례 관계가 성립한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는 연구 참여자 중 ‘인간의 삶은 결국 무의미하며 우주적으로 인간은 시시한 존재’라는 글을 읽은 쪽이 ‘컴퓨터의 한계’라는 글을 읽은 참여자들보다 외계 지성에 대한 믿음이 높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두 번째 연구에서 무신론자 또는 불가지론자들이 기독교인들보다 외계 지성에 대한 믿음이 더 높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연구에서는 참여자들의 종교성, 삶의 의미, 생활 수준, 외계 지성에 대한 믿음, 신앙과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다섯 가지 항목을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삶의 의미가 낮을수록,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생각이 높을수록 외계 지성의 존재를 더 믿는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믿음이나 생활 수준은 외계 지성에 대한 믿음과는 무관했습니다.

해당 연구들을 통해 저자들은 “외계 지성에 대한 믿음은 삶의 의미를 찾게 하는 존재론적 기능을 하며, 전통적 종교의 교리에 의존하지 않고도 종교와 비슷한 기능을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전통적 종교의 교리란 초자연적 현상을 말합니다.

또한 저자들은 “외계 지성의 존재를 믿는 것은 이 세계에 대한 과학적 이해와 충돌하는 초자연적인 힘을 믿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어 “신을 믿지 않지만 드넓은 우주에 인간 홀로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인간이 크고 의미 있는 우주 일부라고 느낀다”고 덧붙여 말했습니다.

신의 존재와 더불어 외계인이 존재한다는 증거조차 없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맹목적으로 이를 믿거나 증거를 발견하기 전까지 판단을 유보하는 것입니다. 신이라는 존재가 진화한 외계 지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면, 외계 지성의 존재를 믿는 것에 동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의 존재를 믿는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커크 선장이 선실의 의사에게 건넨 한마디가 정답이 아닐까 합니다.

“어쩌면 신은 바깥에 있는 존재가 아닐지 모르네. 그저 인간의 마음에만 존재하는 거지”

출처: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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