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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캔 스피크>가 위안부에 대해 말하는 방법

  • 입력 2017.10.02 12:13
  • 수정 2017.10.02 12:16
  • 기자명 영화 읽어주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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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가장 주목받았던 <군함도> 많은 관객이 봤음에도,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지 않는다. 막대한 제작비가 투자된 작품은 최소 '천만 관객'이라는 기대감이 있었고, <베테랑>으로 이미 천만 고지를 밟아봤던 류승완 감독의 작품이기에 그런 기대가 당연해 보였다. 여기에 대형 배급사의 상영관 독점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지원(?)까지 받았기에 천만을 넘어 한국영화 사상 최다 관객 수를 노려 했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본 <군함도> 650 관객을 겨우 넘기며, 체면을 구겨야 했다. 영화 자체의 재미와 완성도를 떠나 <군함도> 원하던 결과를 내지 못한 데에는 다양한 변명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영화가 선택한 역사관에 관한 것이었다.

하시마섬의 강제징용자들을 다루며, 류승완 감독은 선악의 이분법을 떠나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렸다. 그리고 지점에서 류승환 감독은 강제징용자들을 배려하지 못했다는 비난과 비판을 들어야 했다. 이는 영화엔 표현의 자유가 있지만, 실제 역사와 공간을 무대로 삼을 때에는 예민한 지점이 많다는 있던 일이다.

이번에 이야기할 영화 <아이 스피크> 역시, 일제 강점기의 아픈 역사와 정면으로 마주하게 하는 영화다. 특히,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민감한 소재 '위안부 피해자' 중심에 두기에, 이를 영화에 어떻게 표현하는가는 '군함도' 만큼이나 민감한 문제가 있다. 결론적으로 <아이 스피크> 기존의 위안부 관련 영화와 아주 달랐으며, 여태 다른 영화가 하지 못한 것들은 해냈다. 글에서는 김현석 감독이 어떤 해냈는지 말해 보려 한다.

<귀향> <눈길> 선택한 시선

<아이 스피크> 이전에 위안부 피해자를 주인공으로 조명한 <귀향>, <눈길>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영화는 같은 시대를 통과한 피해자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졌다. 또한, 영화는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는 전개를 보이는데, 이를 통해 현재에 살아남은 자들에게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과거의 잔상과 상처, 그리고 불안한 심리를 표현하였다.

영화 모두 현재의 인물들은 과거에 두고 친구를 회상한다. 동시에 홀로 살아남은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런 미안함과 죄책감을 <귀향> <눈길> 각자의 방법으로 덜어주고, 살아남은 이들을 위로하며 끝을 맺는다. 과거의 재연, 그리고 트라우마의 발현이라는 영화의 전개 속에 <귀향> <눈길> 분위기는 무거울 수밖에 없고, 관객은 거대한 비애감과 마주하게 된다.

비애감은 영화를 관람하기 전부터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며, 역사적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이기에 어느 정도 당연해 보인다. 관람 전부터 마음이 무거워지고, 숙연해지며, 그들의 고통과 마주할 필연적 순간을 위해 단단히 준비를 해야 하는 영화. 여전히 끝나지 않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 상처, 그리고 분노 앞에서 영화가 취할 있는 태도로서 이것은 최선이며 필요한 것으로 보였다.

<아이 스피크> 선택한 시선

<아이 스피크> 앞의 영화처럼 위안부 피해자 나옥분(나문희) 주인공이지만, 매너는 상당히 다르다. 따뜻한 느낌을 넘어서 유머가 있다. 여기선 이런 걱정을 해보게 된다. '위안부 피해자를 유머러스한 인물로 표현해도 될까? 이야기를 하면서 영화가 조금 가벼워져도 될까?' 위안부와 유머. 자칫 잘못 섞이면, 피해자 혹은 역사를 향한 모욕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이기에 가능하고, 영화이기에 시도를 해야 했던 것이라고 <아이 스피크> 증명해 낸다.

<아이 스피크> 아픈 과거와 상처를 가진 인물을 중심에 두고서도 쉽게 비애감에 빠지지 않는다. 프로불편러 할머니 나옥분은 현실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공동체의 운명에 관심이 많은 인물이다. <귀향>, <눈길> 속에서 사회 공동체와 거리가 있고, 어두운 모습을 보였던 인물들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영화가 선택한 유머 덕분에 옥분은 위안부 피해자가 아닌, 우리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친근한 모습을 드러낼 있었다.

그리고 <귀향>, <눈길> 달리 <아이 스피크> 일제 강점기 당시를 보여주는 장면이 적다. 앞의 영화가 과거의 비극과 일본의 만행에 초점을 맞췄다면, <아이 스피크> 위안부 피해자들의 지금을 말하려 했다. 그들은 피해자로서 박제되지 않았고,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려 했다. 그들도 피해자이기 이전에 우리와 같은 사회의 구성원이다. <아이 스피크> 살아 쉬는 인물로서 위안부 피해자를 표현하는 성공했다.

<귀향> <눈길> 해결되지 않은 위안부와 관련된 사안을 환기하고, 국민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 영화의 역할을 스크린 밖으로까지 확장한 작품들이다. 하지만 영화는 위안부 피해자를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일원으로 표현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그들은 언제나 피해자의 위치에서 사회와 거리를 두고 있었고, 그녀들의 삶은 일제강점기의 상처와 현재의 아픔으로 이분법처럼 구분되어 있었다.

<아이 스피크> 사회와 거리가 있고, 역사의 증언자로만 머물던 위안부 피해자들을 공동체 속으로 품은 영화다. 더불어 위안부 피해자를 생각할 ,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비애감을 어느 정도 덜어냈다. 영화는 그들의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역사적 증언자로서의 중요한 위치를 유지하면서도 그들을 친근하고 따뜻하게 담아냈다. <스카우트>에서 광주민주화운동에 '유머' 더할 있었던 김현석 감독의 비범한 재능이 다시 한번 발휘된 것이다.

다른 비교는 접어두고, <아이 스피크> <귀향> <눈길> 비해 관객이 스크린에 다가가기 좋은 영화이며, 많은 관객이 비애감을 덜고 즐길(여전히 즐긴다는 말을 쓴다는 조심스럽지만, 영화 관람이라는 측면에서) 있는 '영화 다운' 영화다. 그리고 희생자로서의 틀에만 갇혀 있던 위안부 피해자를 공동체로 해방한 영화이기도 하다.

<아이 스피크> 하나의 구성원이자 우리와 함께 공존하고 있는 나옥분의 삶을 봉원시장을 통해 보여줬다.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옥분이 진주댁에게 '미안해'라고 말하는 순간에 있다. 옥분이 위안부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진주댁은, 오히려 옥분에게 화를 낸다. 자신에게 사실을 알리지 않고, 혼자 아파했냐고 옥분을 나무란다. 자신에게 기대지 않았냐고 화를 낸다.

진통을 겪고 옥분은 역사의 피해자 자리에서 봉원시장의 일원으로 나아간다. 옥분이 일본에게 그토록 듣고 싶었던 '미안해'라는 말을 진주댁에게 하는 장면은 아이러니하면서도 감동적이다. 누가 위안부 피해자에게 진정성이 듬뿍 담긴 '미안해'라는 말을 하게 있었을까. 희생자의 입에서 '미안해'라는 말을 뱉게 하면서도 따뜻한 순간을 만들 있었을까.

진주댁과 옥분이 속마음을 털어놓는 장면은 옥분 스스로 '역사적 피해자'이기에 가졌던 벽이 무너지는 명장면이다. 그리고 아마 많은 영화, 그리고 관객들이 위안부 피해자에게 가졌던 거리감을 좁히는 장면이기도 하다. 장면 덕에 옥분에게 평범한 삶과, 따뜻한 이웃을 선물해준 <아이 스피크>에게 너무도 고마웠다. 영화라는 매체가 만들어낸 너무도 아름다운 순간이다.

<아이 스피크> <귀향> <눈길>처럼 위안부 피해자들이 겪는 상처와 아픔을 환기하면서도, '위안부 피해자'와의 거리를 좁히고, 공동체로서의 '우리' 바라보게 한다. 시대와 시대를 잇는 것을 넘어, 위안부 피해자와 공동체를 이었다. <아이 스피크> 어떤 매체도 하지 못했던 일을 해냈다.

필자 영화 읽어주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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