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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신격화, 돈은 국민이 내고 혜택은 TK후보가?

  • 입력 2014.03.27 15:53
  • 수정 2014.03.27 16:16
  • 기자명 오주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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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을 신격화하는 작업. 글로벌 정보화 사회에서 보란 듯이 벌어지고 있다. 박정희라는 ‘거품 가치’에 목을 매는 대구·경북 지역 지방선거 일부 후보자들은 아예 노골적이다. 문제는 신격화 작업이 국민혈세로 충당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 멈추게 한 건 바로 그분”

26일 오후 경북 구미시 상모사곡동.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도 박정희 생가 옆 공터에서는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기공식 준비가 한창이었다. 식이 시작되자 환영사를 하기위해 단상에 오른 남유진 구미시장. 비가 잦아드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비가 오다 그쳤다. 이곳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얼이 있는 곳 아니냐. 위에 계신 박 전 대통령이 멈추신 것이다.”

남 시장에 이어 식사를 하러 나온 김관용 경북지사는 “남 시장이 천기(天氣)를 잘 봤다”며 추임새를 넣었다. ‘위에 있는 박정희’가 비를 멈춘 게 사실이라는 걸 남 시장이 잘 간파했다는 말이다.


지난해 11월 14일 남유진 구미시장은 ‘박정희 탄신제’에서 기념사를 하며 “박정희 대통령은 반신반인(半神半人)으로 하늘이 내렸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고 말해 대다수 국민들을 경악하게 만든 바 있다.

반신반인, 박정희역, 박정희시, 아버지 박정희 각하...

박승호 새누리당 경북도지사 예비후보. 지난 9일 “박 대통령이 태어난 구미시를 ‘박정희시’로 이름을 바꾸자”고 했다. 얼토당토않은 말이다. 자신의 이름에 ‘박정희’라는 이름을 오버랩시켜 득표 전략으로 활용하려는 꼼수다. 그는 또 ‘구미역’을 ‘박정희역’으로 바꾸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구미지역 국회의원인 새누리당 심학봉 의원. 지난해 10월 박정희 추도식에 참석해 박정희를 “아버지 대통령 각하”라고 불러 눈꼴사나운 장면을 연출한 장본인이다. 심 의원은 선거법위반으로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아 대법원 판결만 남겨놓은 상태다.

5.16을 ‘구국의 결단’이라고 말하는 김관용 경북지사. “각하께서 태어난 구미 땅이 고향인 것만으로도 무한한 영광”이라고 말하는 남유진 시장. 이들이 박정희 생가 옆 공터를 찾은 이유는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기공식 때문이다.


박정희 생가 신격화에 1270억 투입

박정희 생가에는 58억원이 투입된 ‘박정희대통령 민족중흥관’이 들어서있고, 5m 크기의 대형 박정희 동상도 자리잡고 있다. 또 인근 7만7000㎡가 생가공원으로 조성된다. 투입되는 비용은 300억원이다.

이것도 모자라 생가 뒤편에 총면적 24만6000㎡에 792억원이 드는 새마을운동 테마공원을 조성하겠다며 기공식을 가진 것이다. 경북도와 구미시가 박정희 생가 주변을 신격화하면서 쓰는 돈은 무려 1270억원에 달한다. 비용의 태반은 국민혈세로 충당된다.

이번 새마을운동 테마공원만 해도 그렇다. 총비용 792억 가운데 경북도는 119억원을, 구미시는 227억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396억원은 국비에서 지원된다. 박정희 신격화 작업을 선거전략으로 활용하는 저들을 위해 일반 국민과 지역주민의 호주머니가 털려야 하는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새마을 공원 이미 두 개, 그런데도 792억 들여 또 조성

게다가 새마을공원은 이미 조성돼 있다. 청도와 포항 등 두 곳이나 된다. 포항시가 ‘새마을운동이 처음 점화된 곳’이 포항시 문성리라고 주장하자 청도군이 이에 반발하며 ‘새마을운동이라는 발상이 처음 시작된 곳은 청도군 신도1리’라고 맞섰다. 그러면서 각각 40억원과 45억원을 들여 기념공원을 조성한 것이다.


박정희 신격화 작업은 생가 말고도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서울 중구청은 수백억원을 들여 박정희 신당동 집 일대를 기념공간으로 조성하고 있다. 경북 울릉군은 박정희가 단 하루 묵었던 옛 울릉군수 관사를 재정비해 기념관으로 만들려 한다. 울릉군의 재정자립도는 13%로 전국 꼴찌 수준이다.


박정희가 잠시 기거했던 하숙집도 기념관으로 둔갑시켰다. 경북 문경시는 박정희가 소학교 고사로 재직 당시 하숙했던 집을 시 예산 17억원을 투입해 박정희 사당을 세우고 분향소도 마련했다. 문경시의 재정자립도는 18%로 매우 열악하다.


국민혈세가 TK 일부 후보 간접선거비용으로 활용된다?

신격화 작업은 박정희 부인 육영수 기념사업까지 연결된다. 충북 옥천군은 교동리 육영수 생가 주변에 ‘퍼스트레이디 역사문화센터’를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소요 예산은 140억원이다. 옥천군의 재정 자립도는 20%를 넘지 못한다.


전국적으로 2000억원 정도가 투입돼 진행되는 박정희 신격화 작업. TK지역 지방선거 후보자들은 여기에 편승해서라도 자신의 이름을 박정희로 포장해 득표전략으로 활용하려 든다. 왜 국민와 지역주민이 이런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건가. 국민 혈세가 TK지역 일부 후보자들의 간접 선거비용으로 활용되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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