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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출연한 김광석 부인 서해순, 논란은 더 커졌다

  • 입력 2017.09.26 09:58
  • 기자명 버락킴너의길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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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착잡하다. 그 말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두 가지 중 하나는 있을 줄 알았다. 아니, 있어야 했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여러 의혹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로 명쾌한 해명을 하든지,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는 격정적인 태도로 감정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든지. 남편인 故 김광석에 이어 딸 김서연의 죽음까지 자신의 탓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유력한 언론인과 생방송 인터뷰를 했다. 수많은 사람이 그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숨죽인 채 지켜보고 있는데 그는 마치 남의 일처럼 말을 하고 있었다. 진정성? 미안하지만, 없었다.

25일 JTBC <뉴스룸>에 가수 故 김광석의 부인 서해순 씨가 출연했다. 지난주 故 김광석 씨 가족 측 변호인 김성훈 변호사와의 인터뷰가 나간 후 서 씨가 반론권을 신청했기 때문에 성사된 인터뷰였다. 다시 말해서 이번 인터뷰는 JTBC 측이 요구했던 것이 아니라 서해순 씨가 스스로 원했기에 성사된 것이었다. 손석희 앵커는 본격적인 인터뷰에 돌입하기 전에 “저로서는 어떤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서해순 씨를 인터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와 같은 태도를 견지하려 했다. 쉽지 않은 30분이었다.

서해순 씨는 인터뷰 내내 횡설수설했다. 질문과 맞지 않는 동문서답도 많았다. 저작권 관련 소송과 손해배상 소송을 헷갈리며 인터뷰 상대인 손석희 앵커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머릿속을 혼동시켰다. 그것이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진실 감추기인지 그의 말처럼 “하도 재판이, 소송이 많아서” 착각을 한 것인지 본인이 아니고서야 알 수 없다. 물론 어떤 추측은 할 수 있겠지만, 그건 인터뷰를 지켜본 각자의 몫일 게다. 분명한 건 서해순 씨는 인터뷰에 대한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JTBC

“2007년 12월 23일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다시 떠올리기 어려울지 모르겠습니다마는. 왜 주변에는 알리지 않으셨을까요? 10년이 지났는데.”

손석희 앵커는 딸 김서연 양의 죽음을 알리지 않은 것에 대한 의문으로 포문을 열었다. 이는 고발뉴스의 이상호 기자가 ‘故 김광석의 딸이 실종이 아닌 10년 전인 2007년 17세의 나이로 이미 사망했다’고 보도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한 의혹이었다. 서해순 씨는 “응급차를 불러 급하게 병원에 갔다. 갑자기 사망이라고 해서 놀라고 황당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형제들과 사이도 안 좋고 소송이 안 끝나서 힘들었다. 경제적으로도 그렇고. 아이의 사망을 알린다는 게 너무 겁이 났다”고 대답했다.

정리하자면 ① 갑작스러운 죽음이라 황당하고 겁이 났고, ② 시댁 식구들과 소원해져 시댁 측엔 알리고 싶지 않았고, ③ 친아버지가 사망 후 친정 식구들과 돈 문제로 감정이 나빠져 친정에도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④ 경황이 없었다는 것도 포함해야 할 듯싶다. 그러나 딸의 사망신고를 과태료를 낼 때까지 하지 않았다는 걸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진 않을 듯싶다. 손석희 앵커가 누누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웠다.

서연 양의 죽음 뒤에 판결이 났던 저작인접권(실연자·음반제작자 등의 권리)에 대한 답변도 의아했다. ‘서연 양의 생존이 재판에 유리하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을 기다린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서 씨는 “변호사 말이 이미 판결이 난 것이라고 하더라. 상관이 없다고 들었다. 오해를 하시는데, 그건 이미 종결된 것이었다. 판결은 나중에 와서 해결하려고 했었다”고 말했다. 역시 명쾌하지 않은,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키는 대답이었다. 딸의 죽음에 대한 진실은 논외로 하더라도 그것을 알리지 않은 것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았다.

ⓒJTBC

“그때 서우 아빠가 누구 만나시고 오셔서 거실에서 맥주 한잔 먹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저는 이제 방에 들어가고 서우 아빠는 항상 음악을 들으러 방에 들어가니까 저는 자는 줄 알고 제가 계속 잤으면 모르겠어요. 아침에 발견될 수도 있었겠죠. 그런데 중간에 항상 방에서 나와서 나오니까 안 보여서 보니까 이렇게 층계 저희 옥상 올라가는 데 기대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들어가서 자지 왜 여기 있어 그랬더니 힘이 좀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술을 많이 마셨나, 해가지고 이렇게 보니까 줄이 쭉 내려와 있고.”

인터뷰의 후반부는 故 김광석의 죽음에 대한 의문 제기로 채워졌다. 손 앵커는 ① 메모광인 故 김광석 씨가 유서 하나 남기지 않았다 ② 119를 부른 시간이 한 50분 지나서인데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③ ‘술 먹고 장난하다 그렇게 된 거다’라는 인터뷰 내용이 이상하다 ④ 현장에 오빠가 있었던 것에 대한 의혹도 있다 ⑤ 거실에 두 종류의 담배가 있었다는 내용의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서해숙 씨는 어느 것 하나 분명히 대답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경황이 없었다”는 대답이 줄기차게 반복됐다.

① "그때 채팅방이 있었는데 그때 마지막에 그때 팬클럽들이 워낙 말들이 많았을 때 사무실에 컴퓨터가 있었는데 아마 마지막에 '민석아 잘 있니' 그걸 자판으로 쳤다고 그렇게 얘기를 저도 들었어요. 그게 마지막… (손석희 앵커: 그게 유서는 아닌 것 같은데.) 글쎄, 그렇게 하고 특별하게 남기지는 않으셨죠."

② "응급조치를 제가 했습니다, 살아 있는 줄 알고. 50분은 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확하게 글쎄요. 저는 경황이 없으니까."

③ "그건 그때는 정신이 없어서 기자들이 저는 나이가 그때 29살 어릴 때인데 갑자기 남편이 그렇게 되니까 이게 무슨 장난같이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얘기한 게 와전된 거지.. (중략) 하여튼 제가 기자들이 물어보는 말에 제가 정신도 없고 하니까 그냥 무슨 꿈 꾸듯이 무슨 연극하듯 연극처럼 간 것 같다고, 장난치듯이 이렇게 얘기한 게 와전된 것 같은데"

④ 그날 오빠도 다 조사받고. 오빠가 아무래도 아래층에 여자, 부인하고 강화도에 집이 있어서 왔다 갔다 하실 때라 저는 오빠가 있으니까 내려가서 광석 씨가 이상한 것 같으니까 그래서 아마 시간이 지체됐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바로 119를 한 게 아니고... 아래층에 있어서 오빠를 부르다, 오빠가 마침 그래도 119가 왔을 때 오빠가 반바지에 잠옷 바람으로 같이 올라왔어요. 분명히…

⑤ 담배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저는 그때 담배를 피운 것 같지는 않은데 저는 안 핀 것 같은데요. 누가 오셨었나, 그럼? 그 밤에. 새벽에. 저는 모르죠. 새벽에 들어가서 잤고 김광석 씨는 거기가 문을 열면 바로 홍대 앞 내려가는 길이라 저는 잘 모르겠어요. 저는 담배가 두 개가 있다고 하시니까. 저는 담배를 안 피우니까. 왜냐하면, 김광석 씨가 담배를 너무 좋아해서 여러 개를 술집에서 피고 그러시는 것 같아요.

이번 인터뷰에선 다뤄지지 않았지만, 故 김광석의 죽음에 대한 의문점은 그밖에도 많이 있다. 자살의 동기에 대한 의문은 차지하고서라도 자살의 방법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다. 가령, (서해순 씨의 진술대로) 故 김광석 씨 발견된 자택의 계단은 구조적으로 목을 매달 수 없고, 목을 매기 위해 전깃줄을 지탱시켜야 할 구조물이 발견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당시 목에 줄을 3~4바퀴 감겨 있었다는 서 씨의 진술과 달리 삭흔은 한 줄뿐이었고 그것도 목 뒤에선 발견되지 않았다.

경황이 없었다? 물론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그의 주장을 신뢰한다는 가정하에) 다른 누구도 아닌 남편의 죽음을 본 충격으로 인해 정말 경황이 없었을 수도 있다. 그 때문에 기억에 혼란이 생겼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처럼 팩트와는 어긋난 발언들이 계속 발견되고 지금도 말을 할 때마다 이야기가 조금씩 달라지는 상황에서 의혹 제기가 잇따르는 건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어쩌면 지금의 상황을 야기한 건 서해순 씨 본인이라는 생각도 든다.

ⓒCJ E&M, With33 Entertainment

故 김광석 씨는 1996년 1월 6일 새벽에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최초 목격자이자 부인인 서해순 씨의 진술에 근거해 우울증(부검 결과, 우울증약도 복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에 인한 자살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가족을 포함한 지인들은 의문을 제기했다. 죽기 전날 다음 음반을 위한 계약을 맺고 절친했던 가수 박학기를 만나 다음 해에 공연하자고 제안할 만큼 열의가 있었던 사람이 자살할 리 없다는 것이었다. 죽기 불과 몇 시간 전까지 팬 미팅을 한 사람이었다.

30분가량의 인터뷰는 그 어떤 의혹도 해소시키기 못했다. 오히려 증폭됐다. 어찌 보면 성공한 인터뷰라는 생각도 든다. 물밑에서 끊임없이 제기됐던 故 김광석 씨의 죽음에 대한 의문은 영화 <김광석>을 통해 폭발했다. 또, 故 김광석 씨의 유족들이 검찰에 서연 양의 사망 원인에 대해 재수사를 촉구하는 고발장을 제출했고, 검찰은 재수사에 착수했다. 진실이 무엇인지 (아직) 알지 못한다. 하지만 진실을 추구하고 다가서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건 알고 있다.

어쩌면 서해순 씨는 억울할지 모르겠다. 말도 안 되는 의심이라 항의하고 싶을지 모르겠다. 그의 인생도 참으로 다사다난했기에 참으로 많은 굴곡을 넘고 건너왔기에. 하지만 누굴 탓하겠는가. 이상하리만치 정돈되지 않은 자신의 인터뷰가, 진정성이라고는 한 톨도 느껴지지 않는 자신의 인터뷰가 논란의 확산에 제대로 한몫 한 것을.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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