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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이 꺼내든 노무현의 유서

  • 입력 2017.09.25 12:24
  • 수정 2017.09.25 13:13
  • 기자명 정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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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밀양' 스틸컷

영화 '밀양'에서 유괴살해범은 자신을 찾아온 아이의 부모(전도연 분)에게 이렇게 말한다.

"저는 아주 마음이 홀가분합니다. 이미 하나님을 영접하고 용서받았거든요"

자신의 아이를 납치해 죽인 남자를 용서하고자 찾아갔던 전도연은 이 말을 듣고 끝내 그를 용서하지 못한다.

살해범은 셀프 용서를 통해 스스로 구원받았다고 착각했지만, 사실은 그로 인해 용서받을 기회를 영원히 잃어버린 것이다.

정진석은 저 살해범이 하나님을 인용했던 방식 그대로 노무현의 유서를 인용했다.


정진석 의원 페이스북

나는 아직까지 이 글의 마지막 줄보다 저열한 문장을 보지 못했다. 어제는 '부부싸움 끝에 목숨을 끊었다'며 노 전 대통령을 모욕하더니 오늘은 그의 유서를 ‘영접’하고 나타났다. 아무리 강호의 도가 땅에 떨어진 정치판이라지만 사람이 이렇게까지 저열할 수는 없다.

정진석은 궁지에 몰리자 비겁하게도 '노무현의 유서'에서 구원의 길을 모색했지만, 그로 인해 자신이 용서받을 기회를 스스로 박탈했다.

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람이 있다면 '스스로를 용서한 악인'이다. 하나님의 세상이라면 모를까, 인간 세상에 그런 자가 용서받을 기회는 없다.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 연합뉴스

마지막 한줄이 글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데, 정진석의 글은 최악의 막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글쓰기의 교훈을 주지 못한다. 시작부터 죽어버린 글이기 때문이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을 모욕한 이유가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 결심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치 보복 때문이었다"는 박원순 시장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함이었다고 변명한다. 그런데, 그가 박 시장의 주장에 동의하지 못하는 것과 노 전 대통령의 결심이 '부부싸움' 때문이었다는 본인의 주장은 전혀 별개의 이야기다. 이 둘을 뒤섞어 무얼 변명하고자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노무현 재단과 야당이 예고한 대로, 정진석이 법적으로 책임져야 할 부분은 그가 '박원순 시장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노무현이 부부싸움하고 자살했다"며 허위사실을 유포한 대목이다. 여기에 박원순 시장의 주장을 끌어들이는 것은 법적, 논리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 무고를 입증하려면 제 입으로 뱉은 말의 사실관계를 증명하면 될 일이다.

노무현재단과 민주당은 정진석 의원을 사자 명예훼손으로 고발키로 했고, 김경수 의원은 "사과할 필요도 없다"며 응분의 법적 책임을 묻겠다 예고했다. 그가 법정에서 자신의 말을 어떻게 주워 담을지 지켜봐야겠다. @정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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