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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7대자연경관 투표하느라 전화 요금만 300억 쓴 제주도

  • 입력 2017.09.25 10:34
  • 수정 2017.09.25 12:10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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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7대자연경관 투표 독려 포스터

제주도가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투표를 위해 사용한 행정 전화 요금을 7년 만에 완납했습니다.

2010~2011년 제주도는 ‘뉴세븐원더스 재단’이 추진하는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을 위해 제주 도내 모든 행정기관의 전화를 동원해 투표에 참여했습니다. 사용한 전화 요금은 총 211억 8600만 원이었습니다. KT가 이중 41억6000만 원을 감면해 줘 실제 납부액은 170억2600만 원이었습니다.

이 큰 돈을 어떻게 냈냐고요? 제주도는 2011년 104억 2700만 원을 납부하고, 매년 13억2000만 원씩 총 161억 4700만 원을 KT에 지급했습니다. 올해도 8월까지 매달 1억 1000만 원씩 9억 8800만 원을 납부했고, 25일 잔액 1억 800만 원을 내면 완납합니다.

아이들 동전까지 갈취한 우근민 도지사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투표를 위해 자동투표기를 개발했고, 초등학생들이 용돈을 모아 투표하기도 했다. ⓒ미디어제주

아직 놀라지 마세요. 제주도가 완납한 전화 비용은 순수 행정 전화 요금에 불과합니다. 제주도민과 일반 시민들의 전화 요금까지 합산하면 300억 원도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시 제주도 전역에는 500원 동전을 투입하면 자동으로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투표를 해주는 자동투표기가 돌아다녔습니다. 자동투표기는 마을 행사, 초등학교, 공항, 버스터미널, 오일장 등을 돌면서 도민들과 학생들의 돈을 갈취하다시피 했습니다.

돼지 저금통까지 들고 나온 초등학생들. ⓒ미디어제주

세계7대자연경관 투표를 하기 위한 전화 요금이 부족하다는 소식에 도민들의 기부가 이어졌고, 성금 56억7000여만원도 고스란히 전화 요금에 사용됐습니다.

“육지 것이 제주도 잘 되는 일에 왜 똥물을 끼얹느냐"

당시 제주도에서는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에 반대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이엠피터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사라 여겨, 비판하는 글을 잇달아 올렸습니다.

제주-세계7대 자연경관 투표는 대국민 사기극 (2011년 3월 30일)

제주-세계7대 자연경관 투표 대국민 사기극 2탄 (2011년 4월 25일)

제주7대 자연경관, 아무리 홍보도 좋지만 조작까지 (2011년 9월 5일)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글 내용 중에는 제주도 블로거가 소정의 비용을 받고 세계7대자연경관 홍보에 동원됐다는 폭로도 있었습니다. 이 글 때문에 해당 블로거는 물론이고 제주 도민 사회에서는 ‘죽일 놈’이 됐습니다.

당시 아이엠피터는 제주에 정착한 지 불과 1년도 되지 않았던 시기였습니다. 주위에서는 ‘육지 것이 제주도 잘 되는 일에 똥물을 끼얹는다’라며 거센 항의와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걱정하는 한 지인은 “다른 것은 다 건드려도, 7대자연경관에 대한 글만은 쓰지 마라. 너 쫓겨난다’는 전화를 제게 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당시 갓 태어난 딸과 여섯 살 아들을 데리고 다시 육지로 올라가야 하는지 밤새도록 고민했고, 아내는 매일 밤잠을 설쳤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막을 수 없었던 ‘대국민 사기극’

피타고라스(@pythagoras0), 가을들녘(@AF1219), 넷롤러(@Netroller) 등은 인터넷에 ‘세계7대자연경관’ 의혹을 검증하는 각종 자료를 올렸다. ⓒ블로그 캡처

세계7대자연경관 관련 의혹을 제기한 사람은 아이엠피터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트위터에서 피타고라스(@pythagoras0), 가을들녘(@AF1219), 넷롤러(@Netroller) 세 명이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각종 자료를 수집했고 아이엠피터 또한 이 자료를 토대로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의혹은 그저 ‘네티즌’이라는 말로 무시됐고, 기성 언론은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언론은 홍보에 목매고 제대로 된 검증은 하지 않았다. ⓒMBC 캡처

근거가 하나둘 드러나면서 그제야 언론은 검증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주요 매체와 TV 등에서는 여전히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을 기원하는 음악회와 각종 행사를 생중계했고, 정치인과 연예인들도 동원됐습니다.

결국, 2011년 11월 제주는 세계7대자연경관에 선정됐고, 수십억 원의 도민 혈세를 이용해 각종 축하 행사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내부 고발로 인한 해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세계7대자연경관 투표에 사용됐던 전화번호가 국제전화가 아니라고 폭로했던 이해관 KT 새 노조 전 위원장은 내부 고발로 인해 해고 당했다. ⓒ연합뉴스

2011년 세계7대자연경관 의혹을 조사하던 당시, 가장 큰 도움을 줬던 사람이 이해관 전 KT 새 노조 위원장이었습니다. 당시 이해관 위원장은 투표에 사용됐던 ‘001-1588-7715’라는 번호가 국제전화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내부 고발까지 했던 인물입니다.

하지만 이해관씨는 곧바로 정직, 보복성 인사 발령에 이어 해고까지 당했습니다. 소송 이후 복직했지만, 다시 재징계를 받기도 했습니다. 공익을 위한 고발의 대가치고는 너무나 길었고 고통스러웠습니다.

신뢰할 수 없는 개인이 세운 뉴세븐원더스 재단의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에 정부와 제주도, KT, 언론사가 모두 동원됐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경제 효과를 부풀리며 제주도를 들썩였던 대사기극은 7년 만에 전화비 211억 완납으로 끝이 났습니다. 내부 고발자와 도민들의 고통은 길었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오’라고 하는 누군가의 말에 제대로 귀 기울이고 검증했다면, 과연 이런 대국민 사기극이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필자_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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