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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파업 지지한 정은아 자리를 '꿰찬' 오영실

  • 입력 2017.09.13 14:56
  • 수정 2017.09.13 15:23
  • 기자명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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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부터 방송한 <함께하는 저녁길 정은아입니다> ⓒKBS 홈페이지

KBS 총파업 지지 의사를 밝히고 생방송 불참 의사를 전한 MC 정은아가 당일에 보복성 교체를 당했다.

당초 오영실은 정은아가 진행하는 KBS1 라디오에서 진행하는 <함께하는 저녁길 정은아입니다>에서 대타 진행을 맡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정은아의 파업 지지 선언 후, 프로그램 진행자가 아예 오영실로 교체됐다. 프로그램명은 이전과 동일한 <함께하는 저녁길 오영실입니다>이다. 이로써 정은아가 돌아갈 길은 완전히 사라졌다.

공식 홈페이지는 존재하지 않으나, 오영실이 진행하는 새 프로그램 편성 사실은 확인 가능하다. ⓒKBS 홈페이지

정은아가 KBS 파업 지지 의사를 밝히며, 파업이 끝나면 다시 애청자들에게돌아오겠다는 계획을 공개적으로 밝힌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황당함은 더 크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정은아 씨가 국민들의 박수를 받은 그 순간에 이미 본인도 모르게 해고자가 되어 있었다”고 한다.

또한 “피디들은 작년 조직개편 이후 새로 생긴 제도인 소위 피칭을 통해 새 프로그램이 통과되기까지 최소한 몇 주의 시간이 걸린다고 알고 있었으나 ‘함께 하는 저녁길 오영실입니다’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이 당일에 바로 통과되는 ‘기적’과 같은 장면을 이번에 처음으로 목격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프로그램 신설 이유도 석연치 않다. 노조는 “담당 피디와 해당 채널 피디들, 라디오 사업부 직원들 중 누구도 며칠 동안 프로그램 변경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밝혔다.

현 시스템상 KBS 구성원 누구도 일방적으로 강제 인사나 프로그램을 폐지할 수 없지만 경영진이 그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노조 측은 오영실이 적합한 진행자인지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또한 해당 프로그램의 PD에 대해서도 “대리 방송만 며칠 한 피디가 새 프로그램을 맡는 것이 적법한가”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더욱 황당한 건 당사자인 오영실의 앞뒤 안 맞는 말과 행동에 있다.

오영실은 지난 8월 31일 방송된 TV조선 인생다큐 <마이웨이>에서 KBS에서 아나운서로 근무할 당시에 대해 “나이가 들면서 중견 아나운서들 10명이 단체로 지방 발령이 났는데, 묵시적인 권고사직이었다”며 “그때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았다”고 불합리한 이유에 따른 ‘밀어내기’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진행 건과는 대치되는 상황이다.

KBS 아나운서 재직 시절 '묵시적 권고사직'을 당했다는 오영실의 과거 발언. ⓒTV조선

그는 내부의 불합리한 인사 배치 때문에 아나운서에서 배우로 전향했다고 한다. 부당 인사를 당한 사람이라면, 또 다른 누군가의 부당한 인사에 분노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빈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애초 대타 MC로 들어간 건 비판 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 하지만 프로그램 이름을 바꾸고 공식 MC로 출연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총파업을 선언한 KBS 구성원들이 바라는 건 프로그램을 원래대로 돌려놓고자 함이다. 방송 공정성을 되찾자는 거다. 이제야 정상적인 언론사의 역할을 하고자 모두가 방송을 중단하고 거리로 나선 상황이다.

그런데 그것을 오히려 기회로 삼고 프로그램을 전격 폐지하고, 파업에 참여한 진행자 및 PD, 스태프 모두를 내치는 건 또 다른 형태의 부당 탄압이다. 게다가 그런 상황 앞에서도 ‘눈을 감고’ 진행하는 오영실이 그리 좋게만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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