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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간섭하는 상사? 리더로서 빵점이야!”

  • 입력 2017.09.13 11:45
  • 기자명 남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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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Leadership)이 군사용어라는 사실을 아는가?

리더십은 선두에서 방향을 유지하는 해군의 함정을 뜻한다. 사활적인 목표를 향해 나가는 중차대한 과업을 수행할 때, 위기상황 아래에서 성공을 점칠 수 없는 임무에 도전할 때,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 부하들과 함께 앞으로 전진할 때처럼 특수상황에서 필수적인 리더의 자질에 관한 것이다. 정반대의 상황도 있다. 사활적인 목표 달성을 앞두고 도덕적 판단에 따라 과업을 중지하라고 설득할 때에도 리더십은 필수적이다.

최근 군에서 시작된 어댑티브 리더십(Adaptive Leadership)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는 미 육군의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에서 실패를 거듭한 미 육군은 현재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고 지금의 패러다임으로는 미래를 대비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전장 환경과 위협은 예측과 대비를 할 수 없고, 복잡다단한 문제를 가지고 있어(unpredictable, unexpected, complex) 현재의 리더십 패러다임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리더십에 대해 펜실베니아주립대 와튼스쿨의 마이클 유심(Michael Useem) 교수가 세 가지 핵심요소로 정리했다. (해당 책의 내용을 요약하되, 더욱 상세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필자가 덧붙였다.)

부하에게 다가서라: 1:1의 대인관계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와튼 스쿨의 마이클 유심 교수는 미 합참의장 초빙 특강을 열었다. 합참의장은 강의실로 들어오더니 학생들이 앉아 있는 맨 앞줄로 가서 악수를 하고 짧은 대화를 나눴다. 여기까지는 보통의 초청 명사들과 다르지 않은 행동이었다. 그런데 미 합참의장은 뭔가 남달랐다.

보통의 명사들은 두 세 명과 악수를 하거나 첫째 줄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후 단상 위로 올라간다. 그러나 그는 악수를 멈추지 않고 셋째 줄까지 이동했다. 그곳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소련군 장군’이었다는 모스크바에서 온 학생을 만났다. 한때 미국과 소련은 ‘적성국’ 관계이지 않았나. 순간, 강의실에는 침묵만이 감돌았다. 합참의장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상사가 건네는 악수의 힘은 크다. 아프가니스탄전에서 동료의 목숨을 구하고 오른 손을 잃은 페트리 상사에게 악수하는 오바마 미 전 대통령. ⓒ연합뉴스

“여러분의 아버지 세대들은 모두 같은 역사를 공유하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소련군 장군이었다던 당신의 아버지가 미국을 방문하면 함께 보드카 한 잔 하고 싶네요”

역사와 세대로 단절되어 있던 합참의장과 학생들의 틈이 메워지는 결정적 순간이었다.

유심 교수는 이것이 부하에게 다가서는 힘이라고 설명했다. 아무리 거대한 조직을 이끌고 있더라도, 그 어떤 대규모 사업을 맡았더라도 리더는 최전선의 부하를 만나 손을 잡고 눈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것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리더의 작은 행동은 부하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준다. 조직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미지, 메시지를 뇌리에 뚜렷이 남길 수 있다.

결정하라: 빠르고 타당한 결정은 리더십의 책임이다

또 다른 사례를 들어 보자. 와튼 스쿨의 MBA 과정 학생 90명이 미 해병대 장교훈련과정에 체험 입교했다.

팀 단위로 무거운 드럼통을 옮기는 훈련이 진행됐다. 붉은 페인트로 칠해진 곳을 피해 몇 가지 도구를 가지고 드럼통을 옮겨야 하는데 중간에는 수직장애물이 몇 개 있었다. 학생들은 무사히 목표점에 도착했다. 과정과 절차, 결과 모두 매끄러웠다.

그런데 느닷없이 교관은 호통을 치며 학생들을 비판했다. 시간이 너무 지체됐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훈련이 시작되기 전에 먼저 토론에 나섰다. 드럼통을 옮기는 효과적인 방안, 이동을 위한 신호, 돌발상황 발생시 대처법 등에 대해 논의했고, 장애물을 만나면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도 마련했다. 교관은 그 과정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시간이 제한된 위기상황에서 완벽한 계획과 팀원의 합의는 위기를 가중시킬 뿐입니다. 현장에서 중요한 것은 리더의 직감에 의한 상황판단과 완벽하지 않아도 실행하는 과감성이라는 것을 명심하세요.”

빠르고 타당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만약 전장에 있는 리더가 ‘예측할 수 없고 대비할 수 없으며 복잡다단한 문제(unpredictable, unexpected, complex)’를 앞에 두고 회의를 소집하거나 부하를 설득을 한다면 목표 달성은 고사하고 목숨을 잃게 될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유심 교수는 덧붙였다.

“만약 당신이 모호한 상황에서 빠르고 타당한 결정을 내리는데 익숙해지지 않는다면, 당신은 결국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될 것입니다.”

전략적 의도를 전달하라: 목표를 확실히 정하되 시시콜콜 간섭하지 마라

유심 교수는 남북전쟁 당시의 한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북군의 조슈아 채임벌린이 이끄는 400여 명으로 구성된 부대는 전선의 왼쪽을 맡고 있었다. 어느 날 사령관은 채임벌린에게 “당신의 부대가 뚫리면 북군 전체가 위태로워진다”라고 하면서 반드시 왼쪽 진영을 지켜낼 것을 지시했다. 이때 사령관은 ‘어떻게’ 하라는 지시는 내리지 않았다. 그러나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제시했다.

곧 남군의 공격이 시작됐고, 치열한 교전이 계속되던 중 채임벌린의 부대는 탄약이 떨어졌다. 채임벌린은 이대로 있으면 남군에 의해 전선이 뚫릴 것을 예측했다. 이때 그는 부여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당시에는 잘 사용하지 않던 전술을 썼다. 부대원에게 소총 착검을 지시한 후 육탄으로 적을 향해 돌진했다. 갑작스런 역습에 남군은 당황하여 공격을 멈췄고 전선은 뚫리지 않았다.

유심 교수는 해당 일화를 MBA 과정의 학생들이나 은행의 임직원에게 적용시켰다. 그들은 돈과 숫자의 세계에서 일한다. 금융 업무는 틀려서는 안 되고 하나의 결정이 큰 이익 혹은 손실에 직접 연관된다. 그래서 임원들은 부하들에게 일을 시킬 때 소위 마이크로매니징(micromanaging)의 유혹을 참기 힘들다는 것이다. 유심 교수가 강조했다.

'점 하나' 찍는 것 까지 간섭하는 상사? 리더로서 빵점입니다. ⓒdave coverly

“사사건건 간섭하는 마이크로매니징을 하면서도 정작 부하들에게 일을 하는 근본 이유, 회사 관점에서의 목표 등은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요. 그러나 복잡하고 변화가 빠른 환경에서 조직을 이끌어나가려면, 전략과 목표는 명확하게 알려주되 그것을 진행하는 방법은 구속하지 말아야 합니다. 창의가 발현되고 성과를 확대하려면 실무자에게 충분한 행동의 자유가 주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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