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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 안녕한가요? '5인의 아해가 안녕들을 논하오'

  • 입력 2014.03.25 10:39
  • 수정 2014.03.25 11:01
  • 기자명 고함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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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9일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에서 대담회 ‘5인의 아해가 안녕들을 논하오’가 열렸다. 대담회에선 지난겨울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안녕들 하십니까(이하 안녕들)’에 대한 솔직한 평가가 오갔다. 최초 대자보 게시자인 고려대생 주현우,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를 쓴 사회학자 오찬호, 영화감독 김조광수, 청소년 인권 활동가 공현 씨가 패널로 참석했으며 한윤형 <미디어스> 기자가 사회를 맡았다. 행사는 ‘관악, 안녕들 하십니까’의 주최로 진행됐다.

대담회는 안녕들 현상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안녕들이 나아갈 방향을 논하는 순서로 전개됐다. 일부 패널은 안녕들을 주도한 20대와 대학생이 아닌, 성소수자(김조광수)와 청소년(공현)의 시선으로 현상에 대한 평가를 하기도 했다.

낭만적인 확대 해석은 경계해야

대자보 한 장에서 출발한 안녕들은 순식간에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언론은 앞다퉈 안녕들에 대한 특집 기사를 내보냈고 정치인들 역시 각자의 시선으로 안녕들을 말했다. 하지만 현재, 안녕들을 말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패널들은 안녕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아 얘기했다. 오찬호 씨는 “안녕들은 유의미한 현상”이라는 전제를 깔면서도 “안녕들이 시대의 문제에 대한 대답을 줄 수 있는 큰 줄기라고 해석하는 것은 너무 낭만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안녕들 이전에도 문제를 인지하는 사람들은 존재했고 대자보는 그런 사람들은 건드린 표출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안녕들로 인해 문제를 새로 인지하게 된 사람의 비율은 극히 적다는 것이다.

공현 씨는 “청소년이나 기성세대와 달리 20대에게는 주어진 금기가 적다”며 “중요한 것은 ‘말할 수 있었던 20대가 왜 지금껏 침묵했나’인데 그 근본적인 문제를 안녕들이 해소했는가를 생각해 본다면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안녕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해 오찬호 씨는 구조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흔히들 20대를 냉소적이라고 표현하는데 그렇게 표현하고 끝내지 말고 냉소적인 20대를 양산하는 사회 구조를 지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대는 사회참여를 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명제의 반례로 안녕들에 참여한 20대를 들 것이 아니라 명제를 생산해 낸 사회 구조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녕들은 정말 모두의 안녕을 물었나

사회자 한윤형 씨는 “원래부터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이 물음을 던진 것이 아니다. ‘나는 괜찮을 줄 알았는데’라고 생각했던 명문대생이 ‘사실은 괜찮지 않아서’ 물음을 던졌고 그 물음에 반응했다”며 안녕들 현상이 특정 계층에 한정된 것은 아니었는지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했다.

공현 씨는 이런 지적에 동의했다. 그는 “안녕들이 반응이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어느 정도 주류 담론에 편승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최초의 대자보에서 제시했던 철도 민영화 논란이나 그 이후 안녕들에서 다룬 교학사 역사교과서 논란 등은 모두 한국 사회에서 일정 이상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주장이었다는 말이다.

안녕들이 특정 계층을 중심으로 한정됐다는 비판은 성소수자의 안녕들 논의로 옮겨갔다. 영화감독이자 성소수자인 김조광수 씨는 안녕들이 성소수자 운동을 반전시키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성소수자 운동은 1994년 본격적으로 시작돼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했지만, 지난 10년간은 사실상 퇴조의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안녕들 이후에 성소수자 운동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조광수 씨는 “최근 대학 내 성소수자 동아리들이 연대체를 결성했다. 안녕들이 이런 흐름의 촉매제로 기능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안녕들이 안녕하기 위해선

마지막 순서는 안녕들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로 꾸려졌다. 패널들은 논의된 지적과 평가를 바탕으로 나름대로의 대안과 해결책을 제시했다. 모든 패널들은 정도는 다르지만 중심을 찾고 조직을 꾸릴 필요가 있다는 데서 의견을 모았다.

주현우 씨는 “지금까지 안녕들은 열린 상태로 전개되고 있다”며 “무엇을 할 것인가의 문제는 결국 어떤 중심을 찾을 것인가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가치 판단의 잣대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어떻게 키워나갈 것인가를 장기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 씨는 지난해 12월 14일 열린 안녕들의 첫 오프라인 모임에서도 ‘자기정치’를 강조한 바 있다.

공현 씨와 오찬호 씨는 ‘구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현 씨는 “대자보는 많이 쏟아져 나왔지만 각각의 대자보에 대한 꼼꼼한 독해와 피드백, 깊이 있는 대화는 이뤄지지 못했다”며 열린 대화가 가능한 공론장과 네트워크 구조의 필요성을 말했다. 오찬호 씨 역시 “현재의 안녕들이 아쉬운 점은 구조화된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청년들은 구조에 들어가기 위해 애쓰면서도 조직화된 주장은 경계하는 특성이 있는데 이를 고려해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 의하면 현 20대는 대기업 등 기존의 구조에 편승하길 원하면서도 역설적으로 구조화된 주장에는 비판적인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20대를 끌어들이기 위해선 새로운 형태의 구조가 필요한 것이다.

김조광수 씨는 “성소수자 운동이 안녕들을 계기로 반전을 맞이한 이유는 성소수자 운동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조직은 거대 담론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대담회엔 60여 명이 참석했다. 주최 측은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인원이 행사를 찾았다”고 밝혔다. 대담회와 함께 진행된 관련 도서 할인 행사 역시 호응을 얻어, 일부 도서는 매진되기도 했다. 비록 계절이 바뀌고 전국 곳곳에 나붙었던 대자보는 사라졌지만 안녕들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사안이란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훗날 2013년 겨울을 되돌아봤을 때 ‘그런 일이 있었지’로 끝나면 안 된다”는 오찬호 씨의 말처럼, 안녕들 현상이 우리 사회의 안녕에 얼마나 더 기여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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