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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어느 집배원의 유서

  • 입력 2017.09.12 14:05
  • 수정 2017.09.12 15:41
  • 기자명 박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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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 사람 취급 안 하네. 가족들 미안해”

또 한 명의 집배원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올해에만 15번째입니다. 서광주우체국 이길연 집배원은 오토바이로 우편을 배달하다가 중앙선을 침범한 자동차와 추돌했습니다. 업무 중 일어난 교통사고였지만 우체국에서는 ‘산재’로 인정하지 않고 일반병가 처리했습니다.

이 집배원은 병가와 연가로 전전하다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는 짧은 유서 한 장을 남겼습니다. “두렵다. 이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 사람 취급 안 하네. 가족들 미안해”

ⓒ민주노총

도대체 왜 그랬을까요? 민주노총 전국집배노동조합은 이렇게 주장합니다. “우체국이 안전무사고 1,000일 달성을 앞두고 병가로 치료를 받게 해 보고를 누락시켰다는 동료들의 증언이 있었다” 게다가 이 집배원의 몸 상태는 고려하지 않은 채 출근을 종용했다고 말합니다.

집배원의 사망, 이번이 처음일까요.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2017년 종사자 사망자는 총 15명입니다. 업무 중에 교통 사고로 사망하거나, 업무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한 후 자살한 사례가 특히 많습니다. 최근 6개월 사이에 전남지역에서만 두 명의 집배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과연 이것을 개인의 신상 문제로 치부할 수 있을까요.

문제는 집배원들의 과로사 또는 자살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가장 힘들다는 추석을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높습니다. 민주노총 전국집배노동조합은 “1년 중 가장 바쁘다는 추석을 앞두고 제대로 된 임시인력을 증원하지 않아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의 장시간 중노동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 우정사업본부에서는 추석 기간 인력증원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사람 취급하지' 않아서 목숨을 끊는 기사를 봐야 할까요. 추석을 한 달 앞둔 우울한 9월의 어느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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