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분노의 기록: 헌재소장 김이수 부결에 부쳐

  • 입력 2017.09.12 10:11
  • 기자명 임예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이수 부결

지난 12일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헌재소장 김이수 인준안이 찬성 145, 반대 145(기권 1, 무효 2)로 부결됐다.

김이수 인준안 부결..찬성 145표 반대 145표로 동수, 뉴스1

김이수 지명이 상징했던 것

헌재소장 김이수 지명의 의의에 대해서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요약하자면, 김이수 지명이 소수자 인권 문제에 대한 문재인의 대답이라는 것.

대통령중심제 하에서 대통령은 강력한 존재이지만, 만기친람할 수 없는 일이다. 입법은 입법부의 몫이며 사법은 사법부의 몫이어야 한다. 다만, 대통령이 가진 권한을 통해 헌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잡을 수는 있다. 문재인은 김이수 지명을 통해 그 방향이 약자를 보호하고 사회를 진보시키는 것임을 천명한 것이다.

헌재소장 김이수 지명이 상징하는 것, 이 블로그

부결의 이유: 보수 야당의 힘 과시

그러나 부결되었다. 왜? 통진당 결정이나 군형법상 계간 조항 위헌 결정 때문이라 핑계를 대지만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냥 진보라서, 코드인사라서 안 된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도 댄다. 이명박근혜 시대를 지나며 지나치게 보수화된 현재의 헌재 지형을 그냥 둬야 한다는 것인가. 아마 그들은 수구 인사를 데려다 놓아야 만족할지도 모른다.

이건 누가 봐도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힘의 과시’의 결과물이다. 자유당 의원들이 부결에 환호하며 “다음은 탄핵”이라 외쳤다는 다음 기사는 그 방증이다.

“됐어!” “이제 탄핵이다” 김이수 부결에 한국당 환호, 머니투데이 the300

사실 김이수는 지금도 헌재소장 권한대행이므로 부결됐다 해서 큰일이 일어나는 건 아니다. 보수정당이 딱히 실익을 볼 게 없다는 분석도 그래서 나온다.

그러나 ‘힘의 과시’에 성공한 보수 야당들이 앞으로 어떤 만행을 저지를지 모를 일이다. 실리를 챙긴 건 아니라 해도 상당히 중대한 사태일 수 있는 게 앞으로도 자유당 – 바른정당 – 국민의당이 별 명분 없이 무조건적인 대여투쟁에 돌입할 수 있다는 신호이다. 문재인 정부 입장에선 무리해 국정을 운영하기보다 차라리 다음 총선까지 부자 몸조심하는 게 나은 전략이 될 것 같기도 하다.

힘을 과시하기 위해 소수자들에 대한 폭거를 저지른 것

한편 이 와중에 안철수는 김이수 부결을 두고 “20대 국회에선 국민의당이 결정권을 가진 당”이라며 대놓고 힘을 뽐내는 발언을 했다.

安, 김이수 부결에 “20대 국회에선 국민의당이 결정권 가진 당”, 연합뉴스

물론 이번 부결에 국민의당이 가장 큰 잘못을 한 건 아니다. 다만 안철수는 너무 본심을 대놓고 얘기했고 마땅히 나는 그에게 분노할 수밖에 없다. 난 이 자가 존재감 과시를 위해 소수자들을 향해 어떤 패악질을 저질렀는지 똑똑히 기억할 것이다.

국민의당도 다르지 않다. 이런 논평이나 내는 작자들이 어떻게 새정치니 국민의 뜻이니 운운하는지 모르겠다. 알파부터 오메가까지 비인간적인 선동뿐이다.

[논평] 김이수 후보자 軍 동성애 인정 논란에 대해 여당은 책임 있게 입장을 밝혀라, 국민의당

정의당도 ‘나만 옳다’는 양비론을 자제했으면

ⓒ노컷뉴스

정의당은 당연하게도 이번 표결에서 찬성 입장을 밝혔고 문재인 정부의 ‘진보 드라이브’에 나름 일익을 담당하고 있긴 하지만…

정의당 “김이수 인준안 부결 참담…민주당 무능·야당 발목잡기 탓”, SBS

가끔 이런 양비론 클레이모어만 터트리지 않아도 참 좋을 텐데 싶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같은 소리는 오히려 정의당이 딱히 책임질 일이 없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무책임한 논평이다.

보수 개신교계가 사회의 거악이 되어가고 있다

김이수 임명을 두고 보수 개신교계는 동성애 찬성 재판관이라며 반대 운동을 전개했다. 이 조직적인 반대 운동이 부결에 큰 영향을 끼쳤음을 부인할 수 없다.

2표 차 부결… ‘동성애 반대’ 개신교, 국민의당 공략 먹혔나, 오마이뉴스

물론 동성애는 첨예한 이슈다. 반대란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긴 하지만, 어쨌든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다. 꼭 개신교계만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개신교계가 가장 큰 비판을 받아야 한다. 왜곡과 선동을 집단으로 확대 재생산하는 구조를 쌓아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많은 대형 교회의 목사는 더는 목회자가 아니다. 모두가 제사장이라는 만인제사장설은 한국 교회와는 관계없는 얘기다. 목사는 교인들에게 절대적인 권위를 가진, 절대 부정당하지 않는 일종의 왕이다. 세상의 진리는 성경이 아니라 바로 목사의 입에서 나온다. 목사가 절대 권력을 쥐고 정점에 선 이와 같은 구조로 인해, 그들이 사회 이슈에서 내뱉는 거짓말과 선동, 극우적인 사상을 교인들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자정이 가능할까? 잘 모르겠다. 대형 교회의 사악한 목사들이 이토록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한, 이들 보수 개신교회를 인종차별자들이나 성 차별자들, 혐오발언자들과 달리 봐야 할 까닭을 모르겠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