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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박기영 교수는 안되냐고?

  • 입력 2017.08.11 15:42
  • 수정 2017.08.11 16:26
  • 기자명 Secret Lab of Mad Scien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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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행정가는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요?

정부 관료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대중에게 과학정책의 정당성을 설득하는 능력? 이런 것은 기본입니다. 이보다도 근본적으로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능력이 있습니다.적어도 과학행정가를 하려면 입문하기 전에, 적어도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이어야 합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그 나라 최고의 과학자라고 불리는 사람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저 그런 남들 하는 것과 비슷한 그런 평범한 연구자가 과학행정가가 된다면 그 사람이 아무리 정부와 잘 소통하고, 대중을 잘 이해시킬 수 있다고 하더라도 쓸모가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과학행정가는 기관, 혹은 국가의 과학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그런데 그런 큰 그림을 그리려면 혁신적인 기술을 알아 볼 안목과 시야가 필요합니다. 때로는 지금은 발전상태가 미미하지만, 미래에는 크게 발전할 분야임을 알아차리고 발굴할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과학 및 공학계를 들여다 보면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고,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도 그닥 없지만 그저 '유명하기 때문에 유명한' 과학과 기술도 존재합니다. 때로는 그런 헛된 이름에 많은 돈이 투자됩니다. 이런 쓸모없는 것을 구분하려면 과학행정가 자체가 원래 뛰어난 과학자여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은 과학자는 '사짜'와 '사짜 워너비'를 구분하지 못합니다. 한 분야에 획을 그은 과학자만이 그나마 미래의 비전이 보이는 뭔가를 구별할까 말까 하는 것이죠.

역사적으로 성공한 과학행정가들은 하나같이 한 분야의 대가 또는 권위를 가진 과학자이자 공학자였습니다. 먼저 현대의 미국, 아니 전 세계의 국가주도의 과학육성정책의 기반은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출신의 공학자인 바네바 부시(Vannevar Bush)가 만들었습니다.

바네바 부시. ⓒwikipedia

바네바 부시는 그의 과학행정가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원폭을 개발한 맨해튼 계획에서의 역할, 현대 컴퓨터와 하이퍼텍스트의 개념적인 기본이 되었다는 메멕스(memex) 개념의 창시자로도 유명합니다. (출처: 위키피디아 바네바 부시, 메멕스)

지금 미국의 국립보건원(NIH) 수장인 프랜시스 콜린스(Francis Collins)는 어떤가요? 그는 원래 Cystic Fibrosis(CF)라는 유전 질환의 원인유전자를 클로닝(cloning, 조작한 DAN를 세포에 도입하고 복제하는 과정을 거쳐 많은 DNA 사본을 얻어내는 기법)하고 돌연변이를 확인한 것으로 유명해졌습니다. 이러한 업적이 휴먼 지놈 프로젝트의 수장으로 해야 할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게 했고, 현재 NIH 수장으로서, 트럼프 정권도 감히 교체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남아 있습니다. (출처: 위키피디아 프랜시스 콜린스)

2008년 오바마 대통령이 프랜시스 콜린스에게 미국 과학기술개혁 훈장을 수여했다. ⓒZIMBIO

소위 과학선진국의 과학행정가, 연구소 소장 등 어떤 곳을 가도 과학행정가 역할을 하는 사람은 대개 왕년에는 해당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는 대가급의 과학자였습니다. 앞서 말했지만, 과학자로서의 경험이나 사고의 수준이 평균수준인 사람이 본인보다 훨씬 급이 높은 과학자를 상대로 이들간의 상충된 이해를 조절하며 설득하는 것은 잘 되지 않습니다. 아예 권위자거나 적어도 같은 급의 과학자여야 이것이 가능합니다.

가령 영국 정부가 큰 돈을 들여서 설립한 최대 생명과학 연구소인 프랜시스 크릭(Francis Harry Compton Crick)의 초대 디렉터는 세포주기의 발견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폴 너스(Paul Nurse)입니다. 노벨상을 탔느냐, 안 탔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큰 조직에서 많은 과학자들의 관계를 조화롭게 조절하려면 그 정도 깜의 사람이 필요합니다. (참고 자료: https://www.crick.ac.uk/%E2%80%A6/a-z-r%E2%80%A6/researchers-k-o/paul-nurse/)

그렇다면 현재 신임 과학기술본부장에 임명되면서 논란이 된 박기영 교수의 경우는 어떨까요? 일단 그 박기영 교수의 과학자로서의 업적은 지금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일단 그렇게 내세울 만한 업적이 아니라는 것만 말씀 드립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자꾸버티면하나하나씩논읽남합니다 ⓒ연합뉴스

그렇지만 솔직히 일류 과학자라고 볼 수 없는 사람이 과학행정의 중책을 맡게 되었을 때 나오는 결과는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황우석 박사요?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황우석 박사의 윤리적인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도 황우석 박사가 과학자로서 그리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사실 그것을 판별하는 데는 그리 대단한 과학자가 아니어도 충분했습니다. 오죽하면 그 당시에도 (지금도 그렇지만) 쩌리 과학자인 누군가도 이런 글을 썼겠어요?

참고: 개 복제 논문에 대한 <네이처> 해설 기사

(…) 황우석은 복제견의 탄생이 특정한 인간 질병의 모델이 될 수 있는 질병모델 강아지를 만드는 데 기반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고양이 복제로 유명한 텍사스 A&M대학의 학자 Mark Westhusin은 이러한 '질병모델 개'의 복제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Westhusin 교수팀은 이전에 3년 동안 개 복제를 시도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Westhusin 교수는 한국에서의 성공이 대단한 일이긴 하지만, (이런 어려움을 거쳐서 이룰 만한)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황우석의 연구윤리 문제가 아니더라도 인간 핵치환 줄기세포라는 것 자체가 그렇게 앞으로 비전이 없다는 것 정도는 그 당시에도 상식이 있는 과학자들이라면,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일단 핵치환 연구라는 것의 재현성이 극히 낮았고, 난자가 대거 필요하다는 점 때문에 윤리적 문제가 있었으며, 인간복제라는 것과 결코 분리할 수 없기 때문에 정상적 경우라면 체세포 복제 맞춤형 줄기세포가 실제로 구현되어도 실용성이 없다는 것은 줄기세포 ‘알못’도 다 알던 이야기입니다.

ⓒ연합뉴스

그런데 박기영 교수는 거기에 낚인 것입니다. 왜? 그 분은 아마 자기 전공이 아니라서 그렇다고 변명하겠지요. 그런데 자기 전공이 아닌 데서는 이렇게 사기를 당할 수준의 (실제로 사기를 당했는지도 의문이 있지만) 얄팍한 내공을 가진 분은 애초에 국가의 R&D를 좌지우지하는 과학행정가가 된다는 게 가능한 걸까요.

이번에 박기영 교수가 내세우는 국가 과학기술의 아젠다는 무엇인가요? 4차 산업혁명? 그분이 4차 산업혁명에 관련되었다는 여러 가지(AI, 로봇, 맞춤형 의료 등등) 중에서 어떤 부분에 전문적인 소양이 있나요? 그 분이 '사짜' 와 '안 사짜' 를 구분할 지적인 소양이 있습니까? 한 번 속은 (본인이 그렇다고 하니 그렇게 믿어줍시다) 사람은 두 번 속습니다.

이 글의 결론은 단순합니다. 한 분야에서 획을 긋지 못한 과학자는 국가 과학 R&D 를 좌지우지할 과학행정가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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