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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선생님을 적게 뽑는다고? 우리는 어쩌라고?"

  • 입력 2017.08.07 11:53
  • 수정 2017.08.10 10:10
  • 기자명 보헤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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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 앞에서 침묵시위를 한 서울지역 교대생들. ⓒ연합뉴스

올해 서울 공립 초등학교 선발예정 인원이 지난해의 8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제가 교육대생이라도 강하게 반발했을 것입니다.

오로지 교사가 되기 위해 교육대학에 입학했고, 4년 내내 임용고시를 준비했고 곧 시험을 쳐야 하는데 초등교사 선발 인원을 대거 감축한다니요. 그 소식을 듣고 가만히 있을 교대생은 아무도 없습니다.

우선 2018학년도 주요 도시의 공립 초등교사 선발 예고 인원을 살펴보겠습니다.

서울시- 105명 / 2017학년도 846명

경기도- 868명 / 2017학년도 1,712명

강원도- 319명 / 2017학년도 253명

경상북도- 260명 / 2017학년도 260명

경상남도- 284명 / 2017학년도 373명

광주시- 5명 / 2017학년도 20명

대구시- 40명 / 2017학년도 50명

대전시- 26명 / 2017학년도 56명

부산시- 93명 / 2017학년도 110명

세종시- 30명 / 2017학년도 198명

울산시- 30명 / 2017학년도 26명

인천시- 50명 / 2017학년도 158명

전라남도- 414명 / 2017학년도 332명

전라북도- 52명 / 2017학년도 155명

제주도- 15명 / 2017학년도 60명

충청남도- 500명 / 2017학년도 630명

충청북도- 230명 / 2017학년도 310명

전체 3,321명으로 2017학년도 5,549명(예고 인원)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특히 교대생들이 선호하고, 가장 많은 인원을 뽑던 경기도와 서울이 큰 폭으로 정원을 줄이면서 더 큰 반발을 불러 왔습니다.

서울교육청에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과 서울교대생들이 간담회를 가졌다. ⓒ연합뉴스

공무원을 늘리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 등으로 좀 더 정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던 임용고시 준비생들에게는 그야말로 날벼락 떨어진 상황입니다. 왜 서울시 교육청은 정원을 줄였을까요? 교육청이 밝힌 이유입니다.

1. 저출산에 따른 급격한 학생 수 감소

*초, 중고생 전체 수

2010년 723만 6248명 → 2016년 588만 2790명

초등학생 수

2010년 330만 명 → 2014년 273만 명 → 2015년 271만 명 → 2016년 267만 명(감소 규모가 가장 큼)

2. 명예퇴직 신청자의 감소

2015년 8,931명(2월 6898명, 8월 2033명) → 2017년 3652명(2월 기준)

―학교에 자리가 없어서 임용고시 합격에도 초등학교 발령을 받지 못한 사람 3,817명(2015년 135명).

서울 지역에만 1000여 명이 미발령, 올 연말까지 발령 인원은 370명 정도, 630여 명은 계속 미발령.
작년도 서울 지역 임용고시 수석 합격자도 미발령 상태.

결국 학생 수는 자꾸만 줄고, 자리를 비워줘야 할 퇴직자는 없다 보니 임용고시 합격 후 미발령자가 계속해서 남아 있는 상황이라 정원을 충분히 늘릴 수 없는 것입니다. 임용고시 합격 후 3년 안에 발령을 못 받으면 합격이 취소됩니다. 교육청 입장에서는 미발령자부터 발령을 내야 하는데, 학교에서는 선생님 자리가 나지 않고 있습니다.

갈수록 줄어드는 학생들, 사라지는 학교. KBS

이번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지난 정부에 있습니다. 이전부터 대한민국의 저출산 문제는 심각했고, 학생 수가 감소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뻔한 상황이었지만 교원 수급 정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조희연 교육감은 부랴부랴 '1교실 2교사'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를 공감할 학부모와 일반 국민, 학생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교사를 희망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교사의 수는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치안과 안전을 책임지는 공무원의 증원은 찬성하지만, 일반 공무원이나 교사의 증원은 반대합니다. 학생 숫자는 줄어드는데 교사는 더 뽑는다? 그것도 한 교실에 2명을 배치한다? 정말 가능할까요?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은 교대생들의 임용고시 정원을 맞추기 위해서 나온 것이 아니라 교실 내의 학력차를 줄이기 위해서 도입한 것입니다. 수학이나 영어와 같은 학력 차이가 크게 나는 교과목에 보조 교사 한 명을 더 배치하여 그 차이를 줄이겠다는 것. 즉, 기초학력보장법의 일환입니다. 이 공약이 처음 나왔을 때, 교육계의 반발은 매우 심했습니다. 실효성의 여부와 비정규직 교사만 양성한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공약을 이번 교대생의 반발 무마로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교대생들의 감정적 접근도 문제가 많습니다. 저출산 기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차분하게 이성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합니다.

"이전정권 핑계말고, 정책실패 인정하라"

이 구호가 과연 국민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요? 이제 3개월 된 정부가 무슨 책임이 있을까요? 이전에 너무 많이 뽑은 전 정권에 책임이 있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이전에 그 공감대를 만들 필요성이 있습니다. 일부 대학생들의 아래와 같은 주장은 오히려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들 것입니다.

ⓒ연합뉴스

교육대학교의 특수성을 강조하며 군인 장교 양성학교인 사관학교나 경찰관 양성학교인 경찰대와 비교하면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졸업과 동시에 임관을 하는 군인, 경찰과 달리, 교사는 교대를 나왔다고 하더라도 임용고시를 통과해야만 재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위 밥그릇 논리도 통하지 않습니다. 교대생들에게 있어서 임용고시 인원이 축소되면 먹고 살 방법이 막막하다고 논리를 전개하면, 그 논리는 다른 학과 출신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너희만 먹고살기 힘드냐? 문과 출신인 우리도 먹고살기 힘들다'라는 공격이 바로 들어옵니다. 모두가 취업난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그들의 밥그릇 논리는 통할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강한 반발심만 불러올 것입니다.

저출산으로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교사의 수는 일정하게 유지해달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교사 수 감소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더군다나 문재인 정부의 교사 3000명 증원도 일반 교사의 증원보다는 특수, 보건, 영양 교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반드시 필요하지만, 법정 정원에 미치지 못하는 분야의 교사를 주로 늘리겠다는 것입니다. 이 증원 공약을 가지고 와서 일반 임용고시 정원을 늘려달라는 식의 주장은 옳지 않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학생 수만 줄어드는 것이 아닙니다. 전체 인구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전국 228개 자치단체 가운데 소멸위험지역은 90여 개에 이르며 어느 시골의 초등학교의 경우 신입생이 단 한 명도 없습니다. 학생 소멸을 넘어 인구소멸로 가고 있는 시점에서 이와 같은 갈등은 여기저기서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이 문제들은 생존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좀처럼 해결하기 힘들 것입니다.

결국 교사 임용 정원 문제는 단순히 누군가의 밥그릇 문제가 아닙니다. 저출산에 따른 수많은 문제 중 하나일 뿐입니다. 지금 교육부에 필요한 것은 5년, 10년 뒤 미래를 바라본 정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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