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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퍽퍽한 이유는 쓸데없는 노력 때문이다

  • 입력 2017.08.03 11:34
  • 수정 2018.04.03 13:55
  • 기자명 가끔 쓰는 이다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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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간격으로 두 명의 친구가 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추천했다.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허태균 교수가 출연한 tvN '어쩌다 어른' 71회 방송분이었다. 그는 사회심리학자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대한민국과 한국인의 이모저모를 분석했다. 생각보다 더 쉽고, 재밌었다.

그런데 웃어넘기기에는 너무나 마음이 무거워지는, 잔인하게 느껴질 만큼 정확한 분석이 있었다. 한국 사람들은 보통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거나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면 생각한다. '노력이 부족했나? 앞으로 뭘 더 해야 하지?' 허태균 교수의 생각은 달랐다. 우리는 이미 지나치게 열심히 살고 있고, 오히려 이 때문에 삶이 불행하다는 것이다. 말장난일까. 처음에는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도라에몽

당신도 '인고의 착각'에 빠져 있나요?

허태균 교수의 주장을 이해하려면, 먼저 한국인들이 왜 그토록 열심히 사는지에 대해 알아야 한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사회심리학자인 그는 우리 안에 내재돼 있는 '인고의 착각'때문이라고 봤다. 이는 말 그대로 힘든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다.

이것이 왜 착각일까? 성공한 사람 대부분은 시련을 견뎠고, 최선을 다해 살았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노력한 모든 사람이 성과를 낸 것은 아니다. 성공한 사람은 열심히 노력한 수많은 사람 중 극히 일부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노력에 대한 신화를 만들어낸다. 외국도 마찬가지다. 이는 재능, 운 등 성공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소들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적인 요인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노력만이 우리가 좌우할 수 있는 유일한 요소다.

노력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 불필요한, 스트레스만 주는 노력을 줄이자는 것이다. 단지 남들이 한다는 이유로, 가만히 있는 것이 불안해서 기울이는 노력 말이다. 이는 일시적인 안도감을 줄 수는 있지만, 정말 원하는 것을 성취하는 데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못했다. 심지어 악영향을 미친다. 힘을 빼앗는 것은 물론, 나름대로 쉬지 않고 노력했는데도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는 허탈감과 회의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허태균 교수는 노력하는 이유가 분명하지 않을 때는 차라리 놀라고 말한다. 이때 비축해둔 힘으로, 정말 필요한 순간에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tvN 어쩌다 어른

노력하기 전에 생각하기

구체적인 예시를 보자. 우리나라는 사회 구조상 대학 졸업장이 필요한 일자리가 전체의 40%에 불과하지만, 대학 진학률은 70%가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그저 최선을 다하면, 모두가 잘 살 수 있을까. 이것은 개인의 노력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허 교수는 행정가, 정치인, 학자 등 사회의 리더들이 이런 현실을 더 널리 알리고, 사람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안을 만들고, 법과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처럼 불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개인이 모든 것을 선택하고, 그 결과를 떠안아야 하는 구조에서는 행복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회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다. 당장 우리는 이 순간을, 오늘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바로 실천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당신을 괴롭게 하는 불필요한 노력을 방지하는 방법

-무엇이든 시작하기 전에 그것이 정말 필요한 일인지, 최선의 선택인지 충분히 고민한다.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 그저 심리적 위안을 위해 애쓰지 않는다. 차라리 하고 싶은 것을 하거나 쉰다.

-당신이 원하는 것을 성취할 가능성이 높거나 혹은 어떤 이유에서든 집중할 가치가 있는 일이 생겼을 때 최선을 다한다.

모든 상황이 수학 공식처럼 딱딱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매 순간 노력의 노예가 되는 것만은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숨 막히는 일상에 작지만 의미 있는 쉼표가 생길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이 거대한 사회에서 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행복을 포기할 순 없다. 나는 앞으로도 자기 위안을 위한 불필요한 노력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놀면서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을 거다. 허황된 노력의 환상에 빠지기보다는 현실을 직시할 것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려 한다. 그것은 행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노력이기에.

글: 가끔 쓰는 이다솜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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