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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휴가 쓸 권리가 있다

  • 입력 2017.08.02 14:14
  • 수정 2017.08.10 10:10
  • 기자명 보헤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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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평창에서 휴가를 보내는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을 어느 기업의 사장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그 회사는 연봉이나 복지 혜택 등은 훌륭할지 몰라도 업무량은 상당할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순방길에 오를 때 임종석 비서실장,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이 함박 웃음을 짓던 것도 그 이유 아닐까요.

그렇지만 우리가 문 대통령을 비판하지 않는 것은 본인 스스로 많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은 아무런 일을 하지 않은 채 참모들에게만 일 폭탄을 투하한 것이 아니니까요. 오히려 주말에도 과한 업무를 보고 있어서 건강을 염려하는 메시지가 더 많습니다.

그런 문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떠났습니다. 그런데 이를 불편하게 보는 시선이 존재합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았는데 대통령이 휴가를?

사실 문재인 대통령이 다른 나라 정상들처럼 골프를 치고, 해변가에서 모래찜질을 즐기고 있어도 우리는 그를 비판할 수 없습니다. 휴가란 원래 탈일상화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통령은 개인이기 이전에, 국가의 중대사를 최종 결정하는 자리이기에 언제나 국가의 동태를 살피고 있어야 합니다. 휴가지에서도 다양한 보고를 받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문 대통령이 '휴가'라는 명분으로 아예 연락을 끊고 자발적 잠적에 들어간 것도 아닌데 그가 욕을 먹을 이유는 없습니다.

휴가 첫 날, 평창 동계올림픽 시설문을 방문한대통령. ⓒ연합뉴스

엄밀히 따져보면 문 대통령의 휴가는 휴가로 보기 어렵습니다. 그가 휴가를 내고 첫 번째 방문한 곳은 평창입니다. 2018년 평창올림픽 준비 과정을 살펴보고, 열심히 일하고 있을 분들의 노고를 치하했습니다. 다음 휴가지는 진해의 군 부대 내 휴양시설입니다. 군 통수권자로서 북한의 미사일 상황을 신속하게 보고 받고, 지휘권을 행사하기 위해 가는 것입니다.

이게 정상적인 휴가일까요? 일반인도 휴가지에서 회사 전화가 오면 짜증이 솟구치는데, 문 대통령은 휴가지에서 수많은 업무 전화를 받아야 하고 실시간으로 국가 동태를 살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편한 언론들은 기사 앞 부분에 '북 미사일 도발 속'과 같은 자극적인 제목을 붙이면서 이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각 정당들의 대표들은 휴가를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요?

2017년 각 정당 대표들의 휴가

추미애 민주당 대표 - 별다른 일정 없이 자택에서 휴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 고향인 경남에서 정국 구상

국민의당 박주선 비대위원장 - 휴가X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 - 휴가X

자 그렇다면 야당 대표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너무나도 엄중하게 생각하고, 국가를 위한 애국심이 투철해서 휴가를 반납했을까요? 아니라고 봅니다.

홍준표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 대비와 지지율 반등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고, 박주선 대표는 곧 있을 전당대회 준비와 오늘 발표될 국민의당 증거 조작 사건 대응책을 고민할 것이며, 이혜훈 대표는 당원 모집 등을 통한 당의 몸집 불리기에 신경을 가장 쓸 것입니다.

그 누구도 북한 미사일 때문에 휴가를 반납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이니까 휴가를 보내면 안 된다? 국가라는 거대한 조직은 대통령 한 명으로 돌아가는 게 아닙니다.

그렇다면 외국 정상들의 휴가는 어떠할까요?

전, 현직 외국 정상들의 휴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 임기 내내 고향 하와이로 감.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 여름 4~5주, 겨울 2~3주, 추수감사절 휴가도 빠짐없이.

토니 블레어 전 영국총리 - 사치스러운 휴가로 구설수. 하지만 꼬박꼬박 챙김.

메르켈 독일 총리 - 주로 남편과 유럽을 여행

푸틴 러시아 대통령 - 상반신 노출 등으로 자신의 마초성을 드러내는 사진을 찍으며 보냄.

국가의 중요한 사건이 발생한 후의 휴가, 사치성 휴가 등으로 외국 정상들도 많은 논란에 휩싸였지만 대체로 휴가를 당연한 권리로 누렸습니다.

'휴가 전문 대통령'이라 불릴 정도로 휴가 사용에 적극적이었던 조지 부시. 재임기간 8년 중 879일이 휴가였다.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휴가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1. 북한 미사일? 너희들이 아무리 위협을 줘도 우리는 잘 대응하며 평소처럼 잘 지낼 것이다

2. 대통령부터 휴가를 다 쓰는 모습을 보이며, 대한민국의 연차 사용률을 높일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통해 노리는 것은 핵심이 미국과의 대화이지만, 넓은 범위에선 대한민국의 혼란과 분열도 있습니다. 북한 미사일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필수이지만, 호들갑을 떨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를 계획하고 있다가 미사일 발사로 인해 휴가를 중단한다? 김정은은 이를 바로 자신의 치적으로 홍보할 것입니다. 자신들의 미사일이 문재인 대통령의 행동을 통제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문 대통령은 계획한 휴가를 보내면서 북한의 위협에 전혀 개의치 않는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 아닐까요.

내 연차는 언제 쓰지... ⓒ연합뉴스

지금은 본격적인 휴가철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연차라는 당당한 권리를 누리지 못합니다. 1년이 지나면 부여되는 15일의 연차. 하지만 이를 다 쓰는 직장인들은 소수입니다.

그나마 쓰지 못한 연차를 돈으로 보상해주면 다행이지만 연차수당이 없는 곳도 수두룩합니다. 연차를 다 쓰면 '회사 일에는 관심이 없는 나쁜 직원'으로 낙인을 찍히기 마련입니다. 이런 문화를 타파하기 위해서 문 대통령이 앞장 서고 있습니다. 대선 공약이기도 했고요.

문재인 대통령도 대통령이기 이전에 인간입니다. 쉴 권리가 있습니다. 북한 미사일이라는 안보 이슈가 있기에 이를 아예 모른 척하고 흥청망청 휴가를 보낸다면 이는 비판 받아야 하나 철저하게 대비를 하면서 휴가를 보내는 문 대통령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요?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위인인 링컨 미국 대통령은 남북전쟁이 한창일 때도 휴가를 갔고, 제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프랭클린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도 전쟁 중에 휴가를 갔습니다. 잘 쉬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내일을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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