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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 탈원전 논의 어디에도 핵피폭 유전병은 없다

  • 입력 2017.08.01 13:30
  • 기자명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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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 최초 핵피폭 유전병 관련 발언

한은정 창원시의회 경제복지여성위원회 위원(더불어민주당 소속)이 7월 24일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피폭 대물림, 그 끝없는 고통을 함께 공감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얘기했다. 의원 본인의 생각을 내용과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발표하는 자리다.

1945년 8월 6일, 9일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미군이 잇달아 터뜨린 핵폭탄으로 말미암은 핵피폭 유전병의 대물림 고통에 관해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한은정 의원의 이번 발언은 핵피폭 유전병 관련으로는 우리나라 모든 지방의회를 망라해 가장 먼저가 아닐까 싶다.

전문은 이렇다.

핵피폭 2세가 제외된 원폭 피해자 지원법

한은정 더불어민주당 창원시의원

존경하는 김하용 의장님과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그리고 안상수 시장님을 비롯한 공무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더불어민주당 한은정 의원입니다.


며칠 전 신문 칼럼에서 원폭 2세들의 삶을 우연히 마주했습니다. 전혀 알지 못한 그분들의 삶에 죄송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들어 글을 쓴 기자 분과 통화하면서 무엇이든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찾아본 특별법, “1945년 8월 6일 일본의 히로시마와 1945년 8월 9일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에 의하여 피해를 입은…… 실질적인 지원을 함으로써 이들에 대한 생존권을 보장하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원폭 72년이 지나서야 우리 정부의 지원이 첫발을 뗐습니다. 피해자 실태조사와 의료비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


이 법 어디에도 원폭 2세에 대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원폭 피해자의 2·3세들은 유전성이 규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핵폭탄이 일본에 떨어진 날, 그곳엔 7만 명이 조선 사람이 있었습니다. 4만 명이 죽고 3만 중 2만3000명은 돌아왔습니다.

김형률의 어머니 이곡지


다섯 살 여자아이 ‘이곡지’도 어머니와 함께 합천 외가에 돌아와 살았습니다. 1960년대 두 살 많은 합천 남자 김봉대와 결혼하여 문제없이 살았는데 넷째·다섯째 쌍둥이가 문제였습니다.


동생은 1년 반 만에 폐렴으로 죽었고, 형 김형률은 선천적으로 병약하여 중학교도 겨우 졸업했습니다.


김형률은 궁금했습니다. "왜 나는 다른 사람처럼 공부하고 취직하고 결혼할 수 없지?" 이 의문은 그가 스물다섯 되던 1995년에 풀렸습니다.


각혈을 하고 호흡이 멈춰져 특별혈액검사를 했더니 '면역글로불린M 증가에 따른 면역글로불린 결핍증', 어머니의 핵피폭에 따른 유전병이었습니다.


면역력이 거의 없어 폐렴 등 심각한 합병증 위험이 상존하는 상태였습니다. 동생이 태어나자마자 폐렴으로 죽은 이유가 그제야 짐작되었습니다.


김형률은 2002년 3월 22일 핵피폭 유전을 우리나라 최초로 커밍아웃했고


‘한국원폭2세환우회’를 꾸리고 ‘원폭피해자와 원폭2세환우등의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힘을 쏟았지만 2005년 5월 29일, 서른다섯의 나이에 가쁜 숨을 몰아쉬고 붉은 피를 토하면서 감을 수 없는 눈을 감았습니다.


우리나라 최초 커밍아웃 핵피폭 2세 김형률

그들이 가슴 속 깊이 묻어두었던 아픈 기억들을 세상 사람들에게 다시 꺼내 보이는 일은 너무도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핵피폭 2세가 적어도 1만 명이라 합니다. 탈 없는 경우도 많지만 원인 모를 고통에 시달리는 이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탈 없는 2세조차 그 3세는 유전병에 걸릴 개연성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가해자 미국, 원인제공자 일본, 피해자 한국에서조차 유전병에 대한 일체의 조사와 연구는 없다고 합니다. 문제는 여기서 생깁니다. 핵피폭 가계(家系)와 혈연으로 맺어지면 누구나 바로 당사자가 된다는 사실입니다.

창원시에도 핵피폭 1세 113명 거주

창원시에는 피해자가 얼마나 될까요? 한국원폭피해자협회 진주지부를 통해 확인한 결과, 피폭 1세대 숫자만 2016년 기준으로 의창구 16명, 성산구 11명, 합포구 46명, 회원구 18명, 진해구 11명, 총 113명입니다.


‘핵피폭’ 1·2·3·4세들의 문제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바로 우리 모두의 문제인 것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언젠가 아기를 갖는다면 건강한 아기이기를 바라고 기도할 것입니다. 혹여 꿈에라도 그렇지 못한 아기를 갖는 꿈을 꾸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런 바람을 가진 우리 모두는, 김형률을 기억해야 합니다.


국회는 "원자폭탄 2세 환우의 진상규명 및 인권과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우리 창원시도 김형률의 삶을 사는 분들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핵피폭 2.3.4세대들의 실태조사와 지원을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그들에게 단순한 동정을 넘어선 깊은 공감을 가지는 것, 그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나누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감히 말씀드립니다. 탈핵은 최고의 복지입니다!!


끝까지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불어민주당 한은정 창원시의원은?

한은정 의원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창원시의회에 진입했다. 2016년 10월 12일 열린 창원시의회 본회의를 맞아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과 원전 안전 강화 촉구 결의안’을 제출한 적이 있다. (찬성 18명 반대 22명으로 부결)

이밖에 한 의원은 또 2017년 2월 9일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으로부터 환경보전을 위한 활동이 돋보였다는 이유로 녹색의원상을 받았다. 주남저수지를 습지보전구역으로 지정되도록 창원시가 애써야 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크게 알려진 것은 이번 대선 시기였다. 4월 17일 동영상 하나가 올라갔다. ‘시의원 맞아? 율동 팀 뺨치는 문재인 캠프 한은정 시의원 열정 댄스’가 57만 명한테서 눈길을 끌었다.

한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는 이재명 후보를 적극적으로 밀었다. 이재명 후보가 떨어지고 문재인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본선 후보로 결정된 다음에는 그 이상으로 적극 선거운동을 벌였다.

올 8월로 72년 되는 핵폭탄 투하

돌아오는 8월 6일과 8월 9일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이 터진 지 72년이 되는 날이다. 민간인이 엄청나게 죽고 다쳤다. 조선 사람은 모두 7만 명이 피폭됐다. 이 가운데 4만 명은 죽고 3만 명은 살아남았다.

72년은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 핵피폭 1·2·3·4세의 고통 어린 참담한 실상이 낱낱이 드러나고도 남을 만큼 긴 세월이다. 어둠 속에서 참고 기다리기에도 너무 길다. 이제는 누구나 조금이라도 공감한다면 들고 일어나 널리 알려야 마땅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 단순한 동정을 넘어선 깊은 공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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